

일본의 월드컵 토너먼트 첫 승 꿈이 또 한 번 사라졌다. 이번에는 더 잔인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추가시간 5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월드컵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 실점은 일본에 더욱 뼈아팠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일본의 이번 월드컵 여정도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끝났다.
앞서 일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F조에서 1승2무(승점 5)를 기록, 조 2위로 32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토너먼트 첫 상대가 브라질이었다.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브라질이 이번 대회 우승후보 중 한 팀인 것은 분명했다. 일본도 결국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일본은 '월드컵 토너먼트 1승'이라는 오랜 꿈을 다시 한 번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월드컵에서 5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2002 한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두 16강에 올랐지만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48개국 체제로 치러진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일본은 32강에서 무너졌다.
이날 시작은 좋았다. 일본은 전반 29분 사노 가이슈(마인츠)의 깜짝 선제골에 힘입어 1-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브라질은 후반 들어 반격했다. 후반 11분 카세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아스널)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동점골을 넣었다. 일본은 이후 브라질의 공세를 버텨내며 연장전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일본이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브루노 기마랑이스(뉴캐슬)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침투 패스를 찔러줬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아스널)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마르티넬리는 먼 쪽 골대 방향을 보고 침착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마르티넬리의 결승골로 브라질은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에 더욱 잔인한 실점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르티넬리의 골은 1966년 이후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 정규시간에서 나온 가장 늦은 결승골이었다. 여기서 정규시간은 연장전이 아닌 전·후반 90분과 추가시간을 뜻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버텼다면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 흐름을 바꿀 수 있었지만,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마르티넬리의 골 이전에, 월드컵 토너먼트 정규시간에서 나온 가장 늦은 결승골의 피해자 역시 일본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벨기에전이었다. 당시 일본은 벨기에를 상대로 2-0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 연속골을 내줘 2-2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4분 나세르 샤들리에게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2-3으로 무너졌다.
일본은 8년 뒤 또 한 번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에 울었다. 그것도 사상 첫 월드컵 토너먼트 승리를 눈앞에 둔 경기에서, 1966년 이후 가장 늦은 시간에 터진 정규시간 결승골의 희생양이 됐다. '토너먼트 0승' 잔혹사는 이번에도 끊기지 않았다.

반면 브라질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브라질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 16강 탈락 이후 모든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24년 만의 세계 정상 탈환에 도전하는 브라질은 일본이라는 고비를 넘고 다음 라운드로 향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기 후 브라질 선수들과 코치진은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끌어안았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 장면을 바라봤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마르티넬리는 "내 감정을 설명할 수 없다. 시간이 조금 지나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오늘 골을 넣을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모든 것을 쏟아낸 팀을 위해 너무 기쁘다.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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