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이 부상을 털어내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비록 깜짝 선발 데뷔전을 치른 2007년생 유망주 모경빈(19)의 예상치 못한 퇴장으로 계획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피치를 밟은 홍정호(37)는 탄탄한 수비력을 뽐내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견인했다.
수원은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1분에 터진 강현묵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성남FC를 1-0으로 제압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홍정호는 모경빈의 이탈로 발생한 수적 열세 속에서도 수비 중심을 잡으며 값진 승점 3을 선물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홍정호는 "오랜만에 경기를 뛰어서 재미있었고 기분도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날 홍정호의 투입은 계획보다 훨씬 빨랐다. 당초 이정효 감독은 그의 몸 상태를 고려해 후반 막판 20~25분 정도만 뛰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발 데뷔전 기회를 잡은 모경빈이 전반 33분 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비진에 비상이 걸렸다.
홍정호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원래 감독님은 오늘 내 출전 시간을 20분에서 25분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라고 하셨다"며 "그런데 경빈이가 퇴장을 당하면서 감독님께서 후반 시작 전에 45분간 뛸 수 있겠냐고 급하게 물어보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뛰라면 뛰어야 한다"고 웃어 보이며 "경빈이의 퇴장으로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데뷔전에서 퇴장의 아픔을 겪은 까마득한 후배 모경빈을 향한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수원의 포백 수비진 4명은 모경빈을 포함해 모두 수원의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들로 꾸려졌다.
홍정호는 "경빈이가 데뷔전인데 퇴장을 당해 너무 미안해하더라"며 "하지만 축구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후배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기게 할 수 없어서 선수들끼리 '우리 하나로 뭉쳐서 경빈이 몫까지 더 뛰고 잘 막아보자'고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퇴장 전까지 모경빈이 보여준 활약상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홍정호는 "경빈이가 퇴장당하기 전까지는 정말 완벽하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 벤치 뒤에서 보면서 '원래 계획대로 나도 20분만 편하게 뛸 수 있겠구나' 싶었을 정도로 든든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 "오늘의 실수가 경빈이에게는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큰 예방주사이자 경험이 될 것이다. 규율상 벌금은 내야겠지만, 이겨서 데뷔전 승리를 챙겼으니 축하금 받은 셈 치고 내면 된다"며 이정효 감독과 한목소리로 제자를 다독였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아직 복귀한 지 2주도 안 됐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다. 후반기 레이스가 길고 경기가 많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출전 시간을 조절해 주시는 것 같다"며 "경빈이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서 좋은 에너지를 보여준 만큼, 나 또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 팀과 후배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반전 성남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던 중 가슴을 쓸어내린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17분 성남의 크로스가 홍정호의 몸을 맞고 골문으로 들어가며 자책골을 기록할 뻔했지만, 다행히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정호는 "오랜만에 뛰다 보니 몸은 안 따르는데 의욕만 앞서서 그런 장면이 나온 것 같다"며 "우리 골대에서도 한 번, 상대 골대에서도 한 번 총 두 번의 찬스가 있었는데 제대로 신고식을 한 기분이다. 몸을 더 많이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정효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홍정호를 두고두고 놀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한 후반 28분 역습 슈팅 장면에 대해서도 비화를 밝혔다. 당시 홍정호는 중앙 수비수임에도 상대 문전까지 약 70m를 폭풍 질주해 헤이스의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했다.
홍정호는 "공격하러 치고 올라가는데 수비수라 그런지 상대 선수들이 저를 안 잡는 느낌이 들더라"며 "상황을 보니 골대도 비어 있어서 한번 뛰어 올라가 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골대 앞에서 순간적으로 다리에 젖산이 쌓이면서 풀려버렸다. 핑계 같지만 넣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미소짓더니 "역시 나는 수비수인가 보다. 수비나 열심히 하라고 그러신 것 같다. 1-0으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못 넣어서 동료들이 골을 지키느라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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