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에서 지고, 못하는 날에는 저 때문에 진 느낌, 하나도 도움이 안 된 느낌이 많이 든다."
최근 원일 모를 고관절 통증을 겪으며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는 최정(39·SSG 랜더스)을 괴롭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숫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정의 시간만 거꾸로 흐르는 듯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연패 탈출에도 큰 공을 세웠다.
최정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쐐기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러 4-2 승리를 이끌었다.
13연패를 끊어냈지만 다시 5연패, 또 9연패에 빠졌다. 우승 반지를 5개나 낀 최정에게 매우 익숙지 않은 흐름이었다. 부상에도 시달리고 있기에 더욱 힘들었다.
이 기간 팀은 투타에서 최악의 흐름을 보였으나 최정만큼은 달랐다. 28경기 타율 0.378(98타수 37안타) 8홈런 25타점 20득점, 출루율 0.447, 장타율 0.704, OPS(출루율+장타율) 1.151로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적어도 연패의 원인 중 최정의 지분을 높게 평가할 이는 없었다.
이날 신인 투수 김민준이 6이닝 무실점 눈부신 호투를 펼쳤음에도 무득점에 그쳤던 상황에서 6회초 1사 1루에서 안타를 날린 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2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여기에 8회초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려 팀에 승기를 안겨줬다.

8회말 정수빈에게 솔로포를 맞고 1사 2,3루 위기까지 몰리자 더욱 크게 느껴진 최정의 투런포였다. 양의지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내줬으나 2점의 리드는 지켜낼 수 있었다. 홈런이 아니었다면 김민준의 승리 요건은 날아가는 동시에 10연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8회초 1사 2루에서 터뜨린 홈런은 최정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용찬의 주무기 스플리터가 가운데로 몰리긴 했지만 이를 밀어쳐 잠실의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가 120m의 홈런이었다. 감탄을 자아내는 한 방이었다.
경기 후 만난 최정은 "최근 개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어서 죄송했다. 오늘은 (김)민준이가 노련하게 잘 던져줬다. 덕분에 타자들도 타석에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날씨가 너무 습했는데 템포도 좋았다. 그리고 에레디아가 선취 2타점 2루타를 쳐준 게 결정적이었다. 덕분에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관절 부상으로 최정은 최근 지명타자로만 나서고 있다. 몸은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고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지 못해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연패의 늪에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다.
최정은 "예전 SK 때 9위했을 때에도 느껴보지 못한 걸 느끼고 있다. 제가 계속 지명타자를 하면서 팀 성적도 안 좋고 하니까 못하는 날에는 더 아무것도 안 한 느낌이 든다. 야구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분위기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지명타자만 하다보니까 경기에 지고 내가 못하기까지 하면 나 때문에 진 느낌이다. 팀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수치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모범적 워크에식을 보이는 대표 주자로서 느끼는 건 또 다를 수밖에 없었다. 최정은 "요즘은 멘탈 자체가 정상적이지는 않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홈런 페이스가 남다르다. 이미 KBO리그 통산 홈런 537개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미 세 차례나 홈런왕에 올랐던 최정이지만 전반기 흐름만 봤을 때 이미 19홈런을 날린 그의 페이스는 2017년(31홈런)과 2018년(29홈런)을 제외하면 매우 뛰어난 시즌을 보냈던 때와 비슷한 페이스다.
최정은 "전반기에 20홈런을 하면 '20개 쳤다'는 뿌듯함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다라서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치보다는 꾸준히 수비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후반기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최정은 "수비에 계속 나서면서도 안 아프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