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협회 카르텔의 핵심 비리 의혹 인물은 빼놓고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을 방패막이로 세우려는 꼴이었다. 선거 매표 가담 의혹으로 불법 논란의 중심에 선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명단에서 쏙 빠진 반면, 시즌 준비로 바쁜 손흥민(LAFC)과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을 전면에 세우려다 덜미를 잡히자 하루 만에 철회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등을 의결하고 오는 22일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의 불투명한 선임 과정, 협회의 밀실 운영 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13명의 증인과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등 10명의 참고인 명단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명단을 두고 축구계 안팎에서는 국회가 정작 불러서 추궁해야 할 핵심 인물은 외면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축구협회 내에서 가장 뜨거운 선거 부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바로 문진희 심판위원장이다.

최근 축구계에 폭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한 심판평가관이 선거인단 심판에게 심판 승급과 경기 배정 편의를 대가로 정몽규 당시 후보의 지지를 요구하며 매표 행위를 시도한 정황이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짙은 면담 자리에 당시 집행부 이사였던 문진희 위원장이 직접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선거인단 간선제가 협회 카르텔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증명된 셈이다.
규정상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이자 축구계를 뒤흔들 권력형 비리 의혹임에도 국회 문체위는 이번 청문회에 문 위원장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단 한 줄도 올리지 않았다.
조사해야 할 몸통은 불러들이지 않은 국회는 엉뚱하게도 2026 북중미월드컵을 마치고 복귀해 새 시즌 준비와 피로회복이 시급한 현역 선수들을 참고인 명단에 올려놓으며 논란을 자초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무대를 경험한 현역 선수들의 관점에서 개혁 방향을 듣겠다며 손흥민과 황희찬을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이를 두고 축구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월드컵 졸전과 축구협회의 부실·무능이라는 화살을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돌려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얄팍한 속셈이 아니냐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사전에 선수들과 어떠한 교감도 없이 국회로 불러내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려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손흥민이 활약 중인 미국프로축구(MLS)는 월드컵 휴식기를 끝내고 당장 오는 18일부터 라이벌전 등을 포함해 리그 일정을 전격 재개한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 역시 프리시즌에 돌입해 당장 23일부터 친선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선수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상식적인 강제 호출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임 의원은 현역 선수들을 방패막이로 세우려다 들통난 비난 여론에 밀려 하루 만에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
핵심 당사자인 이임생 전 이사가 캄보디아 구단으로 도피성 취업을 떠나고, 홍명보 전 감독이 미국으로 피신한 상황에서 축구협회의 추악한 선거 카르텔을 파헤칠 결정적 인물인 문진희 위원장은 부르지도 못했다. 여기에 애꿎은 현역 선수들까지 불러내 시선을 돌리려다 덜미를 잡힌 국회의 이번 청문회가 과연 축구협회의 누적된 폐단을 제대로 짚어내고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지, 실망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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