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아쉬움도, 후회도 없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기 때문일까.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종 명단 탈락에 관한 질문에 서재민(23·인천 유나이티드)은 의외로 담담하게 답했다.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17라운드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서재민은 "아시안게임을 가든, 안 가든 제가 팀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웃으며 덧붙였다.
서재민은 이번 시즌 K리그1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다. FC서울과 서울 이랜드를 거쳐 올 시즌 인천에 새 둥지를 튼 그는 윤정환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 개막 17경기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그는 개막 후 단 한 번도 '가장 많이 뛴 선수(베스트러너)' 톱6에서 제외된 적이 없는 미드필더다. 7개 라운드에선 활동량 1위에 올랐을 정도다. 폭염 속 치러진 이날 경기 역시도 그는 '변함없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에 있었다. 부지런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끊어내거나, 반대로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는 드리블로 팬들의 박수도 받았다.
K리그 활약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민성 감독의 부름을 받아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을 오갔던 터라, 서재민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승선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9일 공개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종 명단엔 서재민의 이름이 빠졌다. 그렇다고 서재민이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밀린 불가피한 탈락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서재민의 엔트리 탈락 소식에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팬들의 분노가 컸던 것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사실 서재민은 자신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을 이달 초에 먼저 접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기 일주일 전쯤 대한체육회에 최종 엔트리를 제출했고, 이 과정에서 윤정환 인천 감독이 먼저 소식을 듣고 서재민에게 알렸다. 서재민은 "서울전을 앞두고 3일 전쯤 (윤정환) 감독님께서 (제외 소식을)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께는 '미리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냥 미리 알고 있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엔트리 탈락이) 후회되거나 아쉽지는 않다. 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팀에서 더 열심히 하고 좋은 기회를 계속 기다리려고 한다. 꾸준하게 과정을 만들어 간다면 더 좋은 자리,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물론 아쉬움이 아예 없을 순 없다. 축구 선수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은 가장 가능성이 크고 유리한 '병역 해결' 루트이기 때문이다. 손흥민(LA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이 루트를 통해 병역을 해결했다. 병역 해결은 선수로서 해외 진출 등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서재민 역시도 마찬가지 꿈을 꿨던 게 사실이었다. 다만 이번 최종 엔트리 탈락으로 향후 와일드카드가 아닌 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한 병역 해결은 불가능해졌다.

서재민은 "물론 아시안게임은 군 면제(병역 혜택)가 걸린 중요한 대회다. 나에겐 또 다른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아시안게임 하나만을 위해 축구를 한 건 아니다. 나에겐 더 큰 꿈이 있고, 더 큰 목표가 있다"며 "(엔트리 탈락은) 어차피 벌어진 일이다. 열심히 또 준비를 하다 보면, 더 좋은 과정이 있을 거다. 이렇게 좋은 팀에서, 이렇게 좋은 축구를 하고 있는 거에 감사한 마음이다. 이미 (박)경섭(인천)이는 축하해 줬다. 가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에는 나서지 못하게 됐지만, 서재민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꾸준하게 활약하다 보면 아시안게임 이상의 꿈과 목표를 이룰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을 함께 품고 있다. 그에게는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도 한 걸음 더 뛸 수 있는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서재민은 "주위에서 몸 관리 잘해야 한다, 힘들겠다고 말씀해 주신다. 선수로서 경기에 못 뛰는 것보다 슬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매 경기 선발로, 또 끝까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건 모든 선수들이 항상 원하는 거고 또 저 역시 원하는 거다. 힘들다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언제나 팀에 도움을 주고 싶고, 경기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고 싶은 게 제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팀적인 목표는 상위 스플릿(파이널 A그룹), 그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다. 모두가 한 곳만 바라보고 가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한 경기 한 경기 감사하게 뛰면서, 매 경기 발전하고 성장하는 게 제일 중요할 거 같다. 경기력이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 중심을 잘 잡고 묵묵하고 꾸준하게 일관성 가지고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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