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다 노스코바(22·체코)의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은 화장실로 향하던 순간 다시 시작됐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칠 위기에 몰렸지만, 우승 트로피를 본 뒤 마음을 다잡고 끝내 정상에 올랐다.
노스코바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6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호바(체코)를 2-1(6-2, 5-7, 6-3)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노스코바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전까지 노스코바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호주오픈 8강이었다. 윔블던에서도 지난해 16강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으로는 360만 파운드(약 72억5000만원)를 받는다.
노스코바의 우승으로 체코는 최근 4년 동안 무려 3명의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을 배출했다. 2023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2024년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에 이어 노스코바까지 정상에 올랐다.
노스코바가 위기를 극복한 결정적인 계기는 놀랍게도 화장실로 향하던 길에 찾아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노스코바의 최대 위기는 2세트에 찾아왔다. 1세트를 가볍게 따낸 노스코바는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5-2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매치포인트를 무려 다섯 차례나 놓쳤다.
경기가 계속 꼬이자 노스코바도 크게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AP통신은 "노스코바가 관중의 함성을 차단하기 위해 양손가락으로 귀를 막았다"며 "윔블던을 상징하는 딸기색 수건을 머리 위에 뒤집어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스코바는 좀처럼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결국 5게임을 연속으로 내주면서 5-2로 앞서던 2세트를 5-7로 빼앗겼다. 멘털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노스코바는 2세트를 내준 뒤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이 짧은 휴식이 극적인 반전의 출발점이 됐다.
화장실로 이동하던 중 반짝이는 두 개의 물체가 노스코바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윔블던 여자단식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큰 트로피였고, 다른 하나는 이보다 작은 준우승 트로피였다.
노스코바는 당시를 떠올리며 "나는 '작은 것은 가져가지 않겠다. 큰 것을 가져갈 것이다. 여기까지 정말 가까이 왔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3세트에서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코트 위에 내 영혼을 모두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노스코바는 3세트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결국 6-3으로 마지막 세트를 가져오며 감격적인 우승을 완성했다. 노스코바는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잔디 코트 위에 드러누웠다. 이후 웨일스 공비 캐서린으로부터 자신이 원했던 큰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노스코바는 "마지막 한 포인트를 따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며 "무호바는 내가 우승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게 만들었다"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체코 출신인 두 선수는 복식에서도 호흡을 맞춘 특별한 인연이 있다. 노스코바와 무호바는 2024 파리올림픽 여자복식에 함께 출전해 4위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그랜드슬램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결승에서 맞붙었다.
노스코바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결승을 무호바와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며 "결과와 상관없이 체코 팬들은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우리 둘 모두에게 특별한 날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무호바도 유쾌하게 화답했다. 그는 "노스코바는 이제 나의 옛 친구"라고 농담을 건네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이어 "농담이다. 노스코바는 정말 어린 선수이고 이번이 첫 그랜드슬램 결승이었다. 그런데 경기를 풀어나간 방식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축하했다.
무호바에게는 이번이 두 번째 그랜드슬램 결승이었다. 그는 2023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에게 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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