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존중 결여다. 하부리그 팀에 패하며 당한 코리아컵 조기 탈락의 수모보다 더 뼈아픈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벤치 구성과 무모한 용병술이 남긴 깊은 상처였다.
이정효 감독 체제의 수원 삼성은 15일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2027 하나은행 코리아컵 64강(2라운드)에서 K3리그 선두 부산교통공사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1-2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의문을 남긴 것은 이정효 감독의 안일한 경기 준비와 벤치 명단 구성이었다. 대회 규정상 교체 선수를 최대 9명까지 대기시킬 수 있음에도, 이정효 감독은 단 6명의 교체 멤버만을 양산으로 데려갔다. 지난 11일 안산 그리너스(1-2 패)전의 피로도와 오는 19일로 예정된 파주 프런티어FC전 일정을 감안해 선수단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하더라도, 가용 교체 인원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처다.
수원은 김도연, 일류첸코, 페신, 김지성, 고승범, 김성주, 정동윤, 이준재, 모경빈을 선발로 내세웠고, 포항 스틸러스에서 영입한 센터백 한현서에게 선발 데뷔전 기회를 줬다. 골문은 베테랑 양형모가 지켰다.
선발진은 정상적이었지만, 후보 명단은 2006년생 신예 골키퍼 이경준을 포함해 박대원, 르본, 강성진, 김지호, 박지원 등 6명에 불과해 스스로 교체 카드의 폭을 좁히는 악수를 뒀다.

경기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수원은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고승범의 발리슛이 크로스처럼 연결된 것을 페신이 헤더 골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수원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준재를 빼고 박대원을 투입한 이후 급격히 꼬이기 시작했다.
후반 17분, 골키퍼 양형모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치명적인 터치 실수를 범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부산교통공사 얀에게 동점골을 헌납했다. 실점 직후 수원은 강성진, 르본, 김지호를 한꺼번에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치고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게다가 후반 28분에는 교체 투입됐던 박대원마저 부상으로 나가며 벤치에 있던 마지막 필드 플레이어 박지원을 기용해야 했다.
이로써 후반전 도중 준비해 간 필드 플레이어 교체 카드 5장을 모두 소진한 수원은 연장전으로 접어들며 한계에 부딪혔다. 가용한 필드 자원이 전혀 없자 이정효 감독이 내놓은 대책은 골키퍼 이경준을 스트라이커로 교체 투입하는 황당한 변칙 기용이었다. 이경준은 박대원의 유니폼을 대신 입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결국 연장 전반 막바지 김지호의 자책골까지 터지며 수원은 1-2로 자멸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은 결과적으로 경기에 참여한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실망감을 남겼다.
우선 이제 막 프로 무대를 밟은 2006년생 골키퍼 이경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비록 이정효 감독이 경기 후 선수와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수습하고 다독였을지라도, 본업인 골문이 아닌 낯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상황 자체는 어린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과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멀리 양산까지 내려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 수원 팬들에게도 이번 패배와 용병술은 크나큰 상처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원정길에 오른 팬들은 프로다운 절실함과 승리를 바랐지만, 교체 명단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해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로 쓰는 무기력하고 당혹스러운 경기 운영을 마주해야 했다.
평소 이정효 감독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는 팬들마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경준 선수에게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떻게 가장 기억에 남아야 할 프로 데뷔전을 자기 유니폼도 못 입힌 채 이런 식으로 치르게 만드느냐"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이경준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라며 무리한 포지션 파괴로 상처를 준 감독의 기용 방식을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용은 상대 팀인 부산교통공사를 존중하지 않는 무례한 선택으로 보일 여지가 다분하다. 하부리그 팀과의 맞대결이라 할지라도 엄연한 공식 대회임에도,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로 세우는 식의 전술은 상대방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거나 경기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 비칠 수 있어 무례한 선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스스로 자초한 빈약한 벤치 구성과 납득하기 힘든 용병술 끝에 자멸한 수원은 이번 코리아컵 탈락과 함께 존중과 전술적 대처 능력 모두에서 짙은 아쉬움과 상처만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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