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사비 에르난데스가 마침내 생애 첫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선택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축구협회(KNVB)는 13일(한국시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사비의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부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네덜란드가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것은 무려 48년 만이다. 마지막 외국인 사령탑은 1978년 오스트리아 출신 에른스트 하펠이었다.
사비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선수로는 스페인 대표팀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하지만 지도자로 국가대표팀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 은퇴 후 사비는 카타르 알 사드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친정팀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지휘봉을 잡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이 기간 스페인 라리가 우승 1회와 스페인 슈퍼컵 우승 1회를 차지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여러 구단의 감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사비는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맡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와 연결된 적도 있다. 2년 전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는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사비에게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사비는 한국 측의 관심과 제안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비는 쟁쟁한 후보군 가운데 네덜란드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아스에 따르면 네덜란드축구협회는 사비를 비롯해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전 벨기에 대표팀 감독, 네덜란드 U-21 대표팀을 이끄는 미하엘 라이지거 등을 후보군에 놓고 고심했다.
아르네 슬롯 전 리버풀 감독 역시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다만 슬롯은 대표팀보다는 클럽 축구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가길 원하면서 네덜란드축구협회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는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는 네덜란드축구협회의 마리안 판 레이우언 사무총장과 나이젤 더용 엘리트축구 디렉터, 기술위원인 클라렌스 시드로프가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세 사람은 유로 2028과 2030 월드컵이라는 향후 주요 대회를 바라보며 사비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사비의 바르셀로나 시절 동료였던 파트릭 클루이베르트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도 네덜란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사비를 보좌할 예정이다.
사비는 부임 직후 네덜란드 축구와 자신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나는 FC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요한 크루이프와 리누스 미헬스를 비롯한 여러 인물에게 강한 영향을 받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 축구와 특별한 연결고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나는 어느 정도 네덜란드 축구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사비는 "루이스 판 할 역시 내게 큰 영향을 줬다. 나는 판 할 감독 아래에서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했다"며 "프랑크 레이카르트 역시 선수와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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