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소속으로 KBO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활약한 뒤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고우석(28)이 결국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쪽을 택했다. 이로써 사실상 미국 무대 생활을 접은 채 한국 무대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구단인 세인트폴 세인츠는 31일(한국 시각) "고우석이 FA를 선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구단은 지난 29일 "구단 내 1위 유망주인 외야수 워커 젠킨스를 콜업한 대신, 40인 로스터에 그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우완 투수 고우석을 양도지명(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처했다"고 밝혔다.
DFA는 메이저리그에서 구단과 선수가 맺은 계약을 변경하거나 혹은 해지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DFA 처리가 될 경우,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즉시 제외되며, 동시에 자동으로 웨이버 공시가 된다.
웨이버 기간 고우석을 영입하고자 하는 팀이 나타난다면 다시 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뛸 수 있다. 하지만 끝내 고우석을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우석은 세인트폴에 남아 계속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쪽으로 최종 결단을 내렸다.

이제 고우석의 LG 복귀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LG 역시 고우석이 하루빨리 돌아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고우석은 포스팅을 통해 해외로 진출했기에, KBO 리그 무대로 복귀할 시에는 원소속 구단인 LG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당장 LG는 올 시즌 64승 51패 1무를 마크하며 리그 단독 4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때 리그 선두를 질주했으나, 후반기 들어 힘이 빠지면서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에 선두권을 내줬다. 1위 삼성과 승차는 5.5경기.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올 시즌 28경기를 남겨놓은 상황.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수성은 물론, 상위권 진입 역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LG의 뒷문을 잠갔던 고우석이 돌아온다면, 기존 마무리 투수로 활약 중인 손주영이 다시 선발진에 합류해 안정감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고우석이 돌아오더라도 포스트시즌에는 출전이 불가능하다. KBO 리그 규정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구단 선수로 등록돼 있어야 포스트시즌 출전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이미 이 시간이 지났기에, 고우석은 남은 정규시즌 동안 투구는 가능하지만, 가을야구에서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LG는 고우석이 합류할 경우, 마운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당장 LG는 팀을 위해 헌신했던 김진성과 FA 불펜 자원인 장현식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지난 4월 LG는 지난 5월 클로저였던 유영찬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자 고우석에게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가 설득했지만, 고우석은 이를 정중하게 고사했다.

한편 고우석은 올해로 3년째 미국 무대에서 야구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미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 됐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고우석은 당시 미국 진출을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다. 그래도 영어는 마스터하고 왔으면 좋겠다"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고우석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구단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과 2+1년 최대 940만 달러(한화 약 129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고우석은 KBO 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됐다.
그러나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고우석은 끝내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가 향한 곳은 더블A 무대였다. 하지만 더블A에서도 고전했다. 결국 그해 5월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했다. 샌디에이고가 마이애미로부터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즈 1명을 받는 대신, 고우석과 유망주 제이콥 마시, 딜런 헤드, 네이선 마토렐라까지 총 4명을 샌디에이고에 내주는 1:4 트레이드였다.
그런데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후 트리플 A에서 뛰다가 또 팀의 외면을 받았다. 그해 5월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DFA 처리한 것. 결국 고우석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는 마이애미 구단의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로 남는 쪽을 선택했다. 마이너리그 내려간 고우석은 트리플A 무대에서 계속 뛰다가 7월 더블A로 강등됐고, 그렇게 2024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2025시즌에도 빅리그 무대를 향한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신분으로 빅리그에 다시 도전했다. 그러나 그해 2월 오른손 검지 골절상을 당하며 고전했다.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았지만, 마이애미 역시 빅리그에 1번 도 올리지 않은 채 방출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도 고우석은 지난해 6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재차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미국 무대 생활을 이어 나갔다. 디트로이트 이적 후 트리플A 무대에서 고우석은 14경기에 등판, 1승 무패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4.29의 성적을 냈다. 총 21이닝 동안 19피안타(3피홈런) 12실점(10자책점) 1몸에 맞는 볼, 11볼넷, 22탈삼진, 피안타율 0.238,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43의 세부 성적을 찍었다.
고우석은 2026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 디트로이트와 계약에 성공했다. 다만 디트로이트 역시 고우석에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공을 던질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 또 한 차례 변화가 그에게 찾아왔다. 지난달 초 고우석에게 새롭게 손을 내민 팀이 나타났다. 바로 미네소타였다. 디트로이트에 현금을 지불하는 대신, 고우석을 품에 안았다. 여기에는 메이저리그 콜업 조항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7월 10일. 마침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타깃필드에서 펼쳐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홈경기에서 팀이 2-4로 뒤진 9회초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고우석은 1994년 박찬호 이후 역대 30번째이자, 한국인 투수로는 2021년 양현종(당시 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5년 만에 16번째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투수가 됐다.
이후 고우석은 3차례 더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7월 12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빅리그 두 번째 등판에 나선 고우석은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해내며 첫 홀드를 챙겼다. 7월 20일에는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팀이 1-10으로 뒤지고 있던 8회말 구원 등판, 1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비록 만루 위기를 자초하긴 했지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어 7월 21일에는 클리블랜드전에서 팀이 3-10으로 크게 뒤지던 7회말 네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결국 여기까지였다. 그의 메이저리그 성적은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4실점(4자책), 평균자책점은 9.00. 다시 그가 향한 곳은 마이너리그 무대였다. 40인 로스터에 이름은 올려둔 채 옵션 강등 형식으로 세인트 폴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재차 KBO 복귀론이 제기됐지만, 고우석의 뜻은 강경했다.
다시 트리플A 무대에서 공을 던진 고우석. 또 우여곡절을 겪었다. 7월 25일 강등 후 2026 마이너리그 트리플A 콜럼버스 클리퍼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전 등판에 앞서 뜻밖의 이물질 사용 규정 위반으로 퇴장당했다. 이후 마이너리그 사무국으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최종 8경기로 징계가 감경됐다. 이때 고우석은 힘든 시간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고우석은 계속 트리플A 경기에 출전하다가 팀의 DFA 결정을 받아들였고, 자유계약선수의 신분이 되는 쪽을 택하며 한국 무대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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