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주일간 윤동희(23)의 머릿속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6연승도, 부산을 들썩이게 한 '부캉이' 열풍도 없었다. 오로지 대한민국 우승 하나만 머리에 새겼던 그가 다시 롯데로 향한다.
윤동희는 28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가 일본에서 대표팀에 집중하는 사이 부산에서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몸길이 약 3.5m의 무태상어가 나타났고 '부캉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부터 롯데도 지는 법을 잊었다.
18일부터 24일까지 내리 6경기를 이겼다. 23일 한화 이글스를 9-5로 꺾은 데 이어 24일에는 당시 7연승 중이던 LG 트윈스를 상대로 0-4 열세를 뒤집고 6-4 역전승까지 거뒀다. 한때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롯데는 6위 NC 다이노스를 1.5경기 차까지 추격하며 시즌 막판 다시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정작 윤동희는 부캉이 등장 이후 롯데가 6연승을 달렸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취재진이 최근 롯데의 화제인 '부캉이' 이야기를 꺼내자 윤동희는 "상어가 나왔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난 그런 걸 잘 안 믿는다. 7일간은 현지화된 상태로 있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롯데에서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아시안게임과 대표팀에만 몰두했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절실했다.
윤동희는 올 시즌 75경기에서 타율 0.241(249타수 60안타), 5홈런 24타점 25득점, 출루율 0.335, 장타율 0.353, OPS 0.68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대표팀 소집 당시 야수 가운데 유일하게 퓨처스리그 소속이었다.


윤동희는 "발탁됐을 때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올해 성적이 대표팀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적이었다"라며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시즌은 시즌이고 리그는 리그고, 대표팀은 다른 무대니까 거기에 맞춰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롯데를 잠시 지우고 대표팀에 집중한 윤동희는 다른 타자가 됐다. 이번 대회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78(18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 5득점 3볼넷 2삼진, OPS 0.909를 기록했다. 팀 내 유일한 우타 외야수로 자신의 몫을 확실하게 해냈다.
출발부터 강렬했다. 대만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8회말 대타로 나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한국이 이후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패하고도 결승 진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지킬 수 있게 만든 귀중한 승리의 한 조각이었다.
이에 윤동희는 "(그 홈런이 중요한 줄은) 다 끝나고 나서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지만,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투수들이 잘 막아줬기 때문에 내 홈런이 빛난 것"이라고 오히려 투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2일 홍콩전에서는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7일 일본과 결승에 선발 출전한 윤동희는 2회초 우측 담장을 향하는 대형 2루타를 터뜨렸다. 불과 이틀 전 슈퍼라운드에서 한국 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묶었던 히구치 신을 다시 만났지만, 오히려 한 번의 경험을 자신감으로 바꿨다.
윤동희는 "한 번 겪어본 투수라 오히려 우리가 더 잘 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초구부터 과감하게 치려고 했다"며 "그게 첫 득점까지 연결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을 3-1로 꺾고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윤동희는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개인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에는 김진욱(24), 최준용(25) 등 롯데 동료들과 함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윤동희는 "항저우 때는 워낙 급작스럽게 가기도 했고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실감이 잘 안 났다"라고 차분히 돌아보며 "이번에는 우승을 확정하고 굉장히 기쁘면서도 안도하는 마음이 같이 들었다. 미묘한 감정이었다. 그래도 이번 대회 우승이 훨씬 더 값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뿐 아니라 와일드카드로 온 형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모든 선수가 잘해줘서 가장 값졌다"고 강조했다.
그 사이 롯데의 6연승은 27일 한화전 2-6 패배로 멈췄다. 그래도 최근 7경기 6승 1패. 윤동희가 떠나기 전과는 분명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시즌 마지막을 맞게 됐다. 이제 윤동희에게도 다시 롯데의 시간이 시작된다.
윤동희는 "아시안게임 가기 전에 내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롯데 형들이 '네가 대표팀에 가니까 가서 잘해줘야 한다'면서 많이 응원해줬다. 형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좋았고 구단 입장에서도 같은 동료로서도 정말 기쁜 일이다. 이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기쁨보다 먼저 떠올린 것은 올 시즌 내내 자신을 지켜본 팬들이었다. 윤동희는 "올해 정말 죄송스럽다고 많이 말씀드렸다. 좋은 성적으로 마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팀도 가을야구와 많이 멀어져 있다"며 "그래도 이번 금메달로나마 팬분들이 조금 위안을 삼으셨으면 좋겠다. 남은 경기에서도 형들과 부상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지막에 인사드릴 때 팬들이 조금 더 웃으실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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