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쯔위(중국)를 실제로 옆에서 처음 본 선수들이 너무 크니까 웃음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 선수를 우리보고 밀어내라는 건가' 싶었던 거죠."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는 코트 밖에서 선수들과 함께 싸운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12년 전에는 선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번에는 코치로 다시 정상에 선 양지희 여자농구대표팀 코치다.
특히 최대 고비였던 중국과의 준결승. 2m24의 압도적인 신장을 자랑하는 중국 센터 장쯔위를 처음 마주한 한국 선수들조차 순간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양 코치의 반응은 단호했다.
양 코치는 2일 스타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저를 제외한 스태프들이 거의 다 MBTI가 'F'다. 다들 감성적이고 박수호 감독님도 'F'이시다"고 웃은 뒤 "누군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저는 옆에서 '그래서 질 거냐'고 말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런 양 코치의 단호한 조언이 선수단에 힘을 보탰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마저 75-7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것은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양 코치도 "사실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대회에 오기 전 진천선수촌에서도 이번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 가능성이 있는 팀이 여자 핸드볼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런데 남자농구가 먼저 금메달을 따면서 그 좋은 기운이 저희에게도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일정도 상당히 빠듯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앞서 독일에서 열린 FIBA 여자농구 월드컵을 치른 뒤 일본으로 이동했다. 체력과 시차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대표팀 핵심 박지수(청주 KB)와 박지현(LA 스파크스)도 각각 부상과 소속팀 일정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양 코치는 "월드컵을 다녀온 뒤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시차 문제를 많이 우려했다"며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잘 이겨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장 큰 승부처는 중국과의 준결승이었다.
한국이 가장 경계한 선수는 중국의 초장신 센터 장쯔위였다.
양 코치는 "정현(부천 하나은행)을 제외한 우리 선수들이 장쯔위 옆에 실제로 서본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어느 정도 큰 선수를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 정말 압도적으로 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선수들이 옆에 섰는데 너무 크니까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저 선수를 우리보고 밀어내라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크다는 이유만으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양 코치는 당황한 선수들에게 "그래서 질 거냐"는 말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한국은 박수호 감독을 중심으로 장쯔위를 막기 위한 맞춤 수비를 준비했다. 양 코치 역시 선수 시절 대표팀을 대표했던 빅맨 경험을 바탕으로 수비 준비에 힘을 보탰다.
장쯔위에게 최대한 편한 위치를 내주지 않고, 공이 쉽게 전달되지 않도록 주변 선수들까지 함께 압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준비한 수비를 제대로 수행했다.
양 코치는 장쯔위 수비에 대해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골밑에서 장쯔위를 상대해야 했던 진안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182㎝인 진안은 장쯔위보다 40㎝ 이상 작았지만 몸싸움과 투지를 앞세워 버텼다.
양 코치는 "중국전만큼은 공격하지 않아도 되고, 리바운드를 잡지 않아도 되니 장쯔위를 상대로 버텨달라고 했다"며 "계속 몸싸움을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잘 소화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경험 많은 강이슬의 존재도 빼놓지 않았다.
양 코치는 강이슬이 월드컵을 전후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면서 "사실 강이슬이 중국전 1~3쿼터에 저한테 많이 혼났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대회 내내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결국 해줘야 할 순간에는 경험이 많은 선수답게 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강이슬은 중국전 3쿼터까지 3점슛 8개를 던져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4쿼터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연이어 외곽포를 터뜨리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 코치에게 이번 금메달은 더욱 특별했다.
그 역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의 주축 빅맨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한국은 안방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큰 부담 속에서 대회를 준비했다.
12년이 흘러 이번에는 지도자로 다시 금메달을 경험했다.
느낌은 전혀 달랐다. 양 코치는 "선수 때는 아시안게임 1년 전부터 모두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4~5개월 동안 합숙하면서 그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렸다"며 "그래서 금메달을 땄을 때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지도자가 돼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며 "한 경기, 한 경기 이기고 마지막에 메달을 따기까지 느껴지는 감동이 어마어마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양 코치에게 지도자로서도 큰 공부가 됐다.
그는 "선수 때는 지도자분들이 시키는 것을 잘 수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국가대표 지도자가 돼 세계적인 선수들의 장점과 경기 운영을 직접 보고, 강팀과 우리의 차이가 무엇인지 살펴보니 많은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농구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강팀은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는지 볼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공부이자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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