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는 있죠. 타율 한 6할 치고, 홈런 한 80개 치고, 타점 200개 하고요."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가 줄줄이 나왔다. 주변에서는 곧바로 웃음이 터졌다. KT 위즈 2라운드 신인 최지만(35)은 그렇게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새로운 동료들과 취재진 사이의 어색함부터 지웠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7개 구단을 거치는 동안 최지만은 방망이뿐 아니라 클럽하우스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선수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울산 웨일즈에서도 어린 선수들과 빠르게 어울리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의 '루키 데이'에서도 그 모습은 그대로였다. 최지만은 지난달 21일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다. 동산고 졸업 후 2009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미국으로 직행한 지 17년 만이었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2016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탬파베이 레이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까지 7개 팀을 거쳤다. MLB 통산 525경기에서 67홈런 238타점을 기록했고, 2020년 탬파베이에서는 한국인 야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 출전까지 경험했다.
돌고 돌아 17년 만에 KBO 리그 문을 두드렸다. 그런 베테랑에게도 '루키 데이'는 처음이었다. 최지만은 "미국에 갈 때도 입단식만 했고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다"며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여기 오는 게 맞나. 어린 선수들에게 더 집중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부터 줄곧 어린 선수들을 배려했던 35세 신인이다. 울산 웨일즈 입단 당시에도 자신의 드래프트 순번에 지나친 관심이 쏠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스타뉴스와 만났을 때는 자신이 잘해야 향후 미국에서 돌아오는 후배들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막상 수원 홈팬들의 환호를 직접 듣자 마음은 달라졌다. 최지만은 "팬분들이 많으니까 너무 좋다. 팬분들이 많을 때 선수들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낸다. 이런 환호가 조금 생소하다. 내년에 빨리 1군에 진입해서 좋은 선수가 되면 이런 환호를 내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았다"고 웃었다.
KT에서도 분위기에 녹아들 준비는 이미 마쳤다. 김현수(38), 허경민(36) 등 기존 선수들과 이미 연락을 나눴고, 이날 처음 만난 선배들도 따뜻하게 맞아줬다. 최지만은 "후배들이 조금 어려워할까 봐 그런 부분은 있다"면서도 "인사할 때 보니까 분위기가 다 좋더라. (김)현수 형에게도 인사했고, (우)규민이 형이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사했다. (장)성우 형도 축하한다고 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어쩌면 KT가 최지만에게 기대하는 것도 홈런만은 아니다. 최지만은 메이저리그에서 다양한 팀을 경험하며 새로운 클럽하우스에 녹아드는 법을 익혔다. 지난 8월 스타뉴스와 만났을 때도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두고 "선배로서 많이 지원해줘야 할 것 같다"면서도 "팀에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생각엔 2개월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최지만은 "KT에 오게 돼서 좋다. 형들과 잘 어울리고, 반대로 후배들도 잘 이끌어서 올해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흐름을 내년에도 이어가면 좋겠다. 그게 내 효과라고 불릴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닐까. 그런 목표를 갖고 후배들과 잘해보려 한다"고 웃었다.
롤모델을 묻자 또 한 번 분위기를 풀었다. 최지만은 "이강철 감독님이다. 아부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원래 특정 롤모델은 없었다. 이 선수는 왜 잘하는지, 저 선수는 왜 잘하는지를 보고 좋은 부분을 하나씩 가져오는 스타일이었다"고 곧장 진지해졌다.
내년 목표를 묻자 나온 답이 바로 '6할-80홈런-200타점'이었다. 농담은 거기까지였다. 최지만은 "일단 아프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항상 생각한 게 아프지 않아야 경기를 뛰고 성적도 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팀에서 원하는 장타력 같은 게 있겠지만 그걸 너무 생각하면 오히려 안 나올 수 있다. 내가 생각한 야구를 잘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후배 안현민(23)의 향후 해외 진출 이야기가 나오자 또 최지만다운 답이 돌아왔다. 최지만은 "아직 (안)현민이를 잘 몰라서 아직 조언할 게 없다. 먼저 다가온다면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다"고 진지하게 조언한 뒤 "좋은 후배들이 해외에 나가는 건 좋은 일이다. (안)우진이나 곽빈이나 투수들이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좀 치기 편해지니까"라고 덧붙여 다시 한번 웃음을 안겼다.
그렇게 35세 신인의 첫날은 그렇게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유쾌함 속에 MLB에서 525경기를 버티며 체득한 경험, 후배들과 잘 어우러지려는 태도, 그리고 결국 선수는 건강해야 실력도 보여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목표가 농담 사이사이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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