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존율 0%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세 살짜리 아이가 전한 감동의 크기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얼마일까?
지난 6일과 13일에 걸쳐 2부작으로 방송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2013'의 첫 번째 이야기 '해나의 기적'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2010년 8월 캐나다인 아빠 대런과 한국인 엄마 이영미씨 사이에서 태어난 해나는 태어날 때 기도가 형성되지 않은 선천성 기도 무형성증으로 입에 끼고 있는 튜브를 통해 숨을 쉬며 살았다. 해나는 물 한 모금 마실 수도 없었고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선천적으로 기도가 없이 태어난 아이가 살아남은 사례는 없다. 해나 역시 태어나자마자 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해나는 생존율 0%라는 악조건 속에서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해나가 전한 감동의 크기에 비해 시청률은 초라했다. 1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휴먼다큐 사랑-해나의 기적' 2편은 5.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일 방송된 '해나의 기적' 1편의 시청률이 기록한 4.0%보다 1.2%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지만 동시간대 최하위다.
월요일 11시대는 오래전부터 KBS 2TV의 '안녕하세요'와, SBS '힐링캠프'가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시간대. MBC는 장수 예능프로그램 '놀러와'를 폐지한 이후 후속 프로그램 '토크클럽-배우들'을 편성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프로그램을 폐지한 뒤 현재는 'MBC스페셜'을 방송중이다.
이에 '휴먼다큐 사랑'의 제작진으로서는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MBC가 오랫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월요일 오후 11시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볼지 우려가 많았던 상황.
'해나의 기적'의 유해진 PD는 "2006년부터 '휴먼다큐 사랑'을 제작했는데 요즘은 그때만큼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청률 면에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제작 의도와 부합하는 내용이 나왔고 시청자 반응을 봐도 내가 생각한 이야기가 전달된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해진 PD는 해나의 엄마 이영미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유 PD는 미국에 있는 해나의 엄마가 첫방송을 보고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해나와 관련 된 기사를 본 이영미씨는 시청률이 낮다는 기사를 보고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 전했다.
수술을 끝낸 뒤 회복중인 해나의 옆을 지키던 엄마는 한국에서 방송될 딸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낮은 시청률에 해나의 엄마는 제작진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해나의 엄마는 왜 미안해했을까.
유 PD에 따르면 해나의 엄마 이영미씨는 시청률을 걱정하며 그동안 한국에서 해나를 많이 도와준 사람들을 언급했다. 그동안 성금모금이나 각종 활동을 통해 해나를 도와주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해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랐던 것이다. 거기에 6개월 넘게 함께 하며 해나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은 제작진을 위한 배려도 있다.
유해진 PD는 "사실 PD가 시청률을 더 신경 써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해나 엄마를 달래야 했다"며 "시청률도 나쁘지 않고 반응도 좋다고 미안해하는 해나 엄마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유 PD의 말대로 '해나의 기적'에 대한 MBC내부 분위기도 좋다. 시청률 집계시 언론사가 기준으로 삼는 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 집계에서는 '해나의 기적'이 시청률 꼴등을 기록했지만 MBC가 시청률 집계의 기준으로 삼는 또 다른 시청률조사회사인 TNms 수도권 시청률 집계에서는 6.5%(이하 동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7.8%의 KBS 2TV '안녕하세요'에는 못 미치지만, 6.2%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 '힐링 캠프'를 따돌리고 2위를 차지했다.
'해나의 기적'은 정말로 기적 같은 일들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해나의 식도 끝이 폐로 연결 되어 있어 튜브를 꽂고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 세계최초로 기도 전체를 줄기세포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한 그 과정 하나하나가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드라마틱한 기적이었다.
이런 기적의 크기에 비해 숫자로 나타난 시청률은 초라했다. 하지만 '해나의 기적'이 품고 있는 감동은 시청률 5%와 비교할 수 없는 희망을 전했다. 미국에서 해나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사랑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을 해나의 어머니 이영미씨에게 말하고 싶다.
"해나 어머니, 미안해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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