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논란의 '기황후', 어떻게 봐야 할까

논란의 '기황후', 어떻게 봐야 할까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


M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연출 한희 이성준, 제작 이김프로덕션)가 28일 오후 첫 방송을 앞뒀다. 타이틀롤인 기황후는 고려 말, 공녀로 원나라에 건너가 차 따르는 일을 하다 1339년 순제의 아내가 되어 원 제국 황후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실존 인물이다. 원 황제에게 치맛바람 행사한 궁중 여인 정도가 아니다. 무려 37년간 원나라를 호령했다. 이를테면 기황후는 한민족 반만년 역사상 대외적으로 가장 출세한 여인인 셈이다. 그 여걸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기황후'를 가장 먼저 달군 건 역사 왜곡 논란이다. 판단미스도 작용했다. 고려사 최고 난봉꾼으로 알려진 충혜왕을 러브라인의 주인공으로 설정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적극적으로 나서 설정을 바꿔버렸다. 군색하긴 하지만 당대 왕이었던 충혜라는 인물을 아예 없애고 가상의 고려 왕 '왕유'를 내세웠다. 논란이 됐던 경화공주 역시 인물 설정에서 사라졌다. 드라마에는 곳곳에 '이것은 팩션이며 허구'라는 자막이 삽입될 예정이다.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선 작가진과 연출자, 출연진이 거듭해 "우리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허구이며 드라마"라고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기황후' 자체로 논란이 옮겨갔다. 논란의 인물을 왜 드라마로 만드냐는 것이다. 원나라 최고 권력자가 된 기황후는 대내외적으로 고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고려사'에 따르면 그의 오빠 기철은 원의 황후가 된 누이의 세력을 등에 업고 패악을 일삼았다. 기황후 스스로도 오빠 공민왕을 제거하고 충선왕의 셋째 아들 덕흥군을 왕으로 세우려 고려를 침공했다 실패한 전력이 있다.


제작진은 이 같은 논란에 "기황후가 황후에 오르기까지만을 담을 것", "드라마 말미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그릴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판타지'가 더해진 '팩션'이라고는 하나 기황후 자체가 실존 인물이고 민감한 평가가 있는 만큼 어떤 해석이 나올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고려사' 등은 기황후를 대개 부정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장영철 작가가 기황후를 드라마화할 생각을 갖게 했다는 2001년 KBS 1TV '역사스페셜'-'미스 고려 기황후, 대원제국을 장악하다' 편은 기황후의 긍정적인 측면을 전하기도 했다. 80여년간 계속되던 공녀의 징발을 금지하는 명을 내린 것이 기황후의 남편 순제 때고, 원 내부에서 종종 제기되던 입성론, 즉 고려를 원의 성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 직할지로 편입하자는 논의 역시 이 시기 사라졌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씨 집안 막내딸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원나라로 간 고려 여인 기황후는 고려가 아닌 원의 입장에서 행동하며 입지를 다졌다. 당시 원에 끌려간 공녀가 주로 13~16세의 처녀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고려라는 나라의 비극에서 시작한 터다. 한국의 역사에 최초로 외세가 개입한 고려 말기,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공녀로 이국을 밟은 여인의 삶을 드라마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


원에서 고려로 시집 온 노국공주가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몇차례 드라마화된 것을 감안하면, 아직 드라마로 나오지도 않은 기황후에게 비난이 쏠리는 게 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2006년 드라마 '신돈'에서는 김혜리가 기황후로 등장, 카리스마 넘치는 여걸의 모습을 그린 바 있다. 원나라의 문헌에서조차 아름답고 총명하며 똑똑하다고 묘사했던 기황후의 모습이 드라마 '기황후'에서는 어떻게 그려질까. 믿음직한 배우 하지원의 존재감, 장영철 정경순이란 듬직한 작가진의 필력이 어떻게 발휘될 지 궁금하다.


주요 기사

    연예-방송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방송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