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혼수상태..새신랑의 저주가 너무해

MBC 드라마의 새신랑들은 일단 몸조심할지어다. 새신랑의 저주가 여간 혹독한 게 아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어야 할 주인공의 남편들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줄줄이 급사했다. 운이 좋아야 혼수상태다. 더 운이 좋으면 죽었다 살아날 수도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일일특별기획 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는 결혼식을 막 마친 새신랑 조나단(김민수 분)의 죽음이 예고돼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아내 백야(박하나 분)와 병원을 찾았던 조나단은 조폭과 주먹다짐을 벌이다 벽과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었다. 극은 조나단의 생사를 밝히지 않고 일단 회를 마무리했지만, 조나단의 앞날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압구정백야'는 종종 등장인물을 갑작스럽게 죽음으로 하차시키며 '데스노트'라는 별칭까지 얻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 '임성한의 데스노트가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 속에 시청률도 상승했다. 극전 전개 자체도 놀랍지만, 단 1분여 만에 화기애애했던 주인공의 삶이 비극으로 치닫는 임팩트는 역시 임성한 표다. 전작 '오로라공주'에서도 타이틀롤 오로라(전소민 분)의 남편인 남자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가 사고사로 유명을 달리하며 인터넷을 후끈 달궜다.

그렇다고 새신랑을 앗아가는 게 임 작가만의 전매특허라 부를 수도 없는 일이다. 특히 MBC 드라마에서 비슷한 일이 종종 벌어진다.

지난 연말 종영한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극본 박언희·연출 최원석 이재진)에서는 방송 초반 주인공 소원(오지은 분)의 남편 장현우(박재정 분)가 결혼식 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죽음은 면했지만 그는 공금횡령 혐의까지 쓴 채 혼수상태로 드라마의 절반 이상을 병실에 누운 상태로 버텨야 했다.

한창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전설의 마녀'(극본 구현숙·연출 주성우)도 신랑의 죽음으로 극이 시작했다. 주인공 문수인(한지혜 분)의 남편인 마도현(고주원 분)이 갑작스러운 헬기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시작부터 장례식장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수인은 남편이 남긴 주식을 두고 권력다툼에 휩쓸리며 감옥에까지 가게 됐다.

'소원을 말해봐'와 '전설의 마녀'는 이후 비극의 새신랑을 소생시키며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소원을 말해봐'에서 장현우는 갑자기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새 연인이 생긴 소원을 시험에 들게 했다. 최근에는 '전설의 마녀'에서 죽은 줄 알았던 마도현이 사실은 혼수상태로 생존해 있었으며, 의식까지 되찾는 모습이 그려져 새로운 전기를 예고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지만 이쯤 되면 여주인공과 결혼하는 남자의 징크스, 새신랑의 저주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디 무서워서 장가가겠나. 새신랑의 저주가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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