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이었지만 오연서(28)는 여전했다. 시원시원하고 씩씩한 에너지가 넘쳤다. 지난해 최고 인기 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녀는 막 MBC 월화극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마쳤다. "지난 몇 년 과분한 사랑을 받아 신기하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쉬고 싶었는데 막상 스케줄이 없으니 막막하다. 시켜만 주시면 다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오연서가 맡은 신율은 흥미진진했다. 그가 맡은 발해 공주 신율은 청해상단을 이끄는 여성 리더. 하지만 하룻밤 결혼식으로 인연을 맺은 고려 왕자 왕소의 눈을 피해 남자 '개봉이'로 변신하는 엉뚱함이 있었고, 절절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서 펑펑 눈물을 흘린 천생 여자이기도 했다. 오연서는 쏙 녹아들어 새로운 얼굴을 그렸다. "진취적이고 고집 센 여성 캐릭터가 좋다"는 오연서의 모습에서 '넝쿨당'의 말쑥이, '왔다 장보리'의 보리, 그리고 얼마 전 떠나보낸 신율이 차례로 스쳐갔다.
-한복을 직접 만들던 '왔다 장보리'를 마치고 사극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했다. 한복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이거 내가 만들어서 입는 거야?'라고 했었다. 한복이 확실히 예쁘다. 입으면 여성스러워진다. 이번엔 '개봉이'로 나오느라 남자 한복을 입었더니 정말 편했다. 여자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메이크업도 헤어도 금방 끝나서 잠도 좀 더 잘 수 있고. 밝고 걱정이 없어서 저도 개봉이일 때가 재미있었다.
-남장여자 러브스토리 덕에 고려판 '커피프린스'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 설정 자체가 코미디와 이어지다보니 재미있더라. 다른 사극에서는 남장이라는 게 대의를 위해서나 모두를 속이기 위해서 등장하는데 여기는 한 사람만 속이면 되지 않나. 그 부분이 재밌더라. 장혁 선배님도 그러더라. 신율보다 개봉이가 좋다고. '커피프린스'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는데, 비슷한 설정이라 두근거리긴 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더라. 커피프린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는데 비슷한 설정이라 재밌고 두근거렸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
-후반부엔 점점 감정이 깊어졌다. 울지 않고 등장하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극이 주는 몰입감이 있다. 현대극이라면 남자랑 헤어졌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저는 나름 잘 흘러갔다. 몸이 아픈 설정이기도 해, 나중에는 선배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 울지 않아도 되는 신에도 많이 울었다. 편집되기도 하고. 세트에 갇혀 촬영을 했더니 뭔가 세상과 단절돼 있고 제 인생이 청해상단과 왕소뿐인 것 같았다.(웃음)
-극중 장혁과 임주환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남자,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 중 선택해야 한다면? 또 실제 둘 중에 더 끌리는 쪽은?
▶저는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 좋다. 그래야 더 사랑이 커지는 것 같다. 물론 같이 좋아하는 게 가장 좋다. 이상형은 왕소 쪽이 더 가깝다.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을 좋아한다. 극중에선 사람도 못 알아보고 눈치가 없었지만, 그것도 귀여운 것 같다.(웃음)
-엔딩은 어떘나? 둘이 각자의 길을 갔다가 맨 마지막에 만나는 것을 두고 방송 후 반응이 엇갈렸다.
▶저는 살아서 만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한적한 곳에 신율이 살고 있는데 왕이 된 왕소가 찾아왔다고. 많은 분들이 죽어서 저승에서 만난 게 아니냐 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율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라고. 종방연에서 그 신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왔다 장보리'에서 딸이었던 비단이 역 김지영과 계속 연락한다고.
▶아직도 '엄마'라고 문자가 온다. '비단아, 엄마 드라마 끝나면 놀이공원에 가자' 했더니 '엄마 우리 놀이공원 언제가요?'하고 계속 묻는다. 곧 가려고 한다. 저는 작품이 끝나고 떨어지니 걱정이 되더라. '딴 작품에서 고생하지는 않을까. 옆에 있으면 내가 챙겨줄 텐데' 싶어서. 정말 엄마 마음이다. 그러다가 가끔은 '내가 이 나이에 엄마 소리를 듣다니'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웃음)

-'왔다 장보리'도 그렇지만 진취적이고 의지가 강한 여성 캐릭터를 주로 했다.
▶맞다. 그런 진취적이고 고집 센 캐릭터가 좋다. 율이도 그래서 선택했다. 여자로서 의지하지 않고 맞서 싸워 뭔가 이루는 것이 예뻐 보인다. 작품 선택할 때 캐릭터를 많이 보는 편인데 이런 부분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반면 재벌 딸이라든지 악녀는 거의 없었다.
▶일부러 피한 것도 있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말숙이가 공주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처음 주목받은 캐릭터가 말쑥이이다 보니까 말숙이가 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가방 좋아하고 성격도 자기중심적이고 싸가지가 없다더라 하는 식으로. '나는 사실 그렇지 않은데' 싶어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한동안 까칠하고 성깔있는 캐릭터가 많이 왔는데 일부러 피했다. '메디컬탑팀'에서는 보이시한 걸 했고, '왔다 장보리'는 아예 촌스러웠고, 이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는 여성스러웠다. '저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으니까 봐주세요' 했던 거다.
-이제 우리 나이로 29살이 됐다.
▶아직 아홉수 없는 것 같다. 29살은 잘 넘어가는 것 같다. 저는 오히려 26살이 힘들었다. '넝쿨당'을 만나지 않았다면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겠다 싶었던 시기였다. 그 고비를 지나고 나니 지금은 그냥 잘 지나가는 것 같다. 30이 되는 게 싫다고는 하는데 두렵지 않고 기대된다. 나이가 들면 더 성숙해지고 풍성해져서 느끼는 게 있을 것 같다.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늘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또 늘 솔직하고 싶고. 아닌 부분에 대해 오해도 많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건 서서히 차츰차츰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예뻐해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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