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드라마를 표방한 '프로듀사'가 인기리에 막바지 방송 중이다. 톱스타와 스타 작가, 스타 PD가 뭉친 '어벤져스'급 드라마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아쉬움도 있다. 특히 방송3사 드라마국이 어렵게 마련한 룰을 어긴 편성이 그렇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 드라마국은 2012년 1월 말 72분 방송시간 제한을 약속했고, 2013년에는 67분까지 이를 축소했다. 1주일에 2회 분량의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제작여건을 마련하고 제살 깎아먹는 무한 경쟁을 자제해 '윈윈'하자는 차원의 합의였다. 월화수목 드라마에 일단 적용되지만 주말 드라마도 관행적으로 이를 따른다.
그러나 80분 12부작을 내세운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는 67분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 67분은 고사하고 100분 가까이 방송시간이 늘었다.
시청률 조사 회사들이 내놓은 방송시간표에 따르면 금요일이었던 지난 12일 방송된 '프로듀사' 9회는 오후 9시18분부터 오후 10시51분까지 총 93분간 방송됐다. KBS가 발표한 자체 편성표 표기보다 10분이 길다. 광고 등을 감안하더라도 67분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13일 방송된 '프로듀사' 10회는 오후 9시19분부터 10시57분까지 무려 98분간 전파를 탔다. 다음 시간대 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는 오후 10시59분부터 방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홈페이지에 고지된 '연예가중계'의 방송 시간은 오후 10시 35분. 공식 편성 시간보다 24분 늦게 방송된 셈이다.
다른 지상파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프로듀사' 측이 초반 4회에 대해선 전개상 67분을 넘겨 방송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해 온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긴 시간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KBS가 '프로듀사'의 방송 시간을 늘리면서 얻는 효과는 명백하다. 광고 시간이 늘고 시청률 면에서도 톡톡히 덕을 본다. 이 때문에 과거 드라마들이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방송시간을 늘려갔고,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지상파들이 합의로 이같은 관행에 제동을 건 게 바로 '72분 룰', '67분 룰'이다.
'프로듀사'가 '67분 룰'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KBS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제작하는 '예능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KBS의 자체 분류일 뿐이다. '프로듀사'는 예능을 소재로 다룰 뿐 어디로 보나 드라마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아우르는 톱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별에서 온 그대' 같은 히트 드라마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쓰고, 역시 스타 드라마 연출자인 표민수 PD가 연출을 진두지휘 한다.
방송의 경계들이 모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드라마의 각 분야 스타가 한 데 뭉친 예고된 대박 드라마 '프로듀사'가 '나는 예능국 소속'이라는 이유로 방송가의 합의를 무시하는 행태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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