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패터슨이 23일 새벽 4시 26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송환됐다. 사건 발생 18년,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 만의 입국이다.
지난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당시 대학생이던 조중필 (당시 22세)씨는 흉기에 양쪽 목과 가슴 등 아홉 군데를 찔려 살해당했다. 당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당시 18세)와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은 그 시각 범행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검찰은 에드워드 리를 진범으로 지목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며, 패터슨은 리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리는 당시 1, 2심 재판부로부터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1998년 4월 대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서울고법은 같은 해 9월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1999년 9월 리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패터슨도 1998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패터슨은 1999년 검찰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달아났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이 사건은 지난 2009년에 동명의 영화로 개봉됐다. 점차 국민들 머릿속에서 잊혀갔던 사건을 다시 재조명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에 영향을 받아 영화 개봉 후 검찰은 2009년 다시 사건을 수사해 진범이 패터슨이라고 결론 내렸고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11년 5월 그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아이들'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뤘다. 영화들은 공소시효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도가니'는 광주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다뤘다. 개봉 이후 큰 논란을 만들며 '도가니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가해자들은 합의로 처벌을 피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후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그 힘이 더욱 막강하다. 패터슨이 1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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