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각관계 질투남의 변화. 배우 권혁이 MBC 저녁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에서 인상 깊은 캐릭터의 첫 주연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낯선 배우이지만 권혁은 2018년 '여우각시별' 플로리스트 역으로 연기에 데뷔해 '톱스타 유백이' 김준 역, '우아한 친구들' 궁철 역을 차근차근 거쳐 '밥이 되어라' 정훈 역을 선보였다. 영화 'Drown Your Dawn', '교섭' 출연과 휴대폰, TV, 자동차, 공익 광고 등 다수 CF 활동도 했다. 연기 전공이 아닌, 관광개발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 한 권혁은 오래도록 간직한 '배우'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권혁은 천편일률적인 연기 전공자의 느낌이 아니기에 새로운 배우다.
'밥이 되어라'는 정통 궁중요리 대가의 비법 손맛을 타고난 영신(정우연 분)과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120부작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여자를 울려', '금 나와라 뚝딱!'을 집필한 하청옥 작가와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데릴남편 오작두' 등을 연출한 백호민 감독이 참여했다.
권혁은 극 중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를 간직한 정훈 역을 맡았다. 자신에게 관심 없는 무책임한 아버지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도 담을 쌓은 외로운 인물. 그는 시골에서 동갑내기 영신, 다정(강다현 분), 오복(조한준 분)과 함께 성장하며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을 보여줬다. 그는 영신과 경수(재희 분) 사이를 질투하며 삼각관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밥이 되어라'로 첫 주연, 첫 일일극에 도전했다.
▶촬영하며 겪는 거의 모든 것들이 저에겐 처음이어서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훌륭한 스태프 분들과, 동료 배우 선배님들께 도움을 받은 덕분에 제가 끝까지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장 경험이 가장 없다 보니 촬영 시스템 사소한 부분 하나부터, 연기적인 부분까지 많은 분들께서 조언해주셨어요. 특히 가장 익숙치 않았던 점은 세트 촬영이었는데요. 일일극의 세트 촬영은 3대 이상의 카메라가 한번에 다양한 인물을 촬영하거든요. 그래서 정확히 약속된 위치에 서야 상대 배우를 가리지 않아요. 처음엔 정말 어려웠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조금씩 조금씩 배워나가며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우리 스태프 분들과 선배님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끝까지 달려오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주연을 맡고 주변의 반응, 시청자 반응은 어땠는지.
▶우선 부모님께서 참 좋아해 주셨어요. 저희 아버지는 약주를 참 좋아하시거든요. 그래서 퇴근 길에 반주를 하고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방송 시작 후에는 바로 귀가해서 매일 매일 드라마 본방 사수를 하셨어요. 드라마 덕분에 약주를 줄이시게 된 게 아들로서 참 뿌듯했어요. 어머니께선 평소에 제가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소원이라고 하실 만큼, 매일 저녁드라마 보는 시간을 워낙 좋아하셨어요. 부모님께 매일 저녁 TV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아 그리고 정말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었던 군대 후임과 고등학교 친구들도 방송 덕분에 연락이 닿기도했고요. 제가 원래 연기를 하던 사람이 아니었어서 다들 신기해 하는 반응이 많았어요.
시청자 분들께서는, 정훈에게 공감하기 힘든 지점도 있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밥이 되어라' 속 밥집 식구들은 다들 따뜻한데, 극중의 정훈이는 워낙 미운 짓을 많이 했거든요. 정훈이를 맘껏 욕하시면서 스트레스를 푸셨다면 다행이겠으나, 정훈이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신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정훈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정훈이도 언젠가 따뜻함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백호민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는 워낙 포스 있으시고 호랑이 기운이 느껴져서 조금 무섭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정말 섬세한 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배우가 예쁘고 멋진 모습으로 화면에 나올 수 있도록 머리카락 한 올, 피부결 같은 작은 부분들까지 신경 많이 써주셨고 감정적인 장면에서는 섬세하게 디렉팅해 주셨어요. 그리고 배우들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고 받아들여 주셨어요. 배우들이 준비해 온 연기를 최대한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배우를 믿고 배려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8개월이라는 촬영기간 동안 감독님께서 가장 많이 고생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극중 정훈은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을 겪고 독기를 품고 성장한 인물이다. 정훈의 서사를 어떻게 보여주려 했는가.
▶영신, 다정, 오복, 정훈은 모두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상처를 받아들이고 표출하는 방식도 모두 다른 네 친구였어요. 그 중에서도 정훈의 마음이 가장 날카롭고,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출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훈은 자신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데에도 서투른 친구예요. 그런 정훈이 자신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영신이고, 영신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또 경수를 비롯한 따뜻한 밥집 식구들의 영향으로 세상에 대한 마음을 점차 열어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정훈이에게 세 친구와 밥집 식구들이 없다면, 정훈이 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밥이 되어라' 중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면?
▶참 많은데요. 그 중에서도 경수가 영신 대신 머리를 맞고 쓰러질 때의 모습이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영신에 대한 경수의 마음이 가장 폭발했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요. 시청자 분들께서도 그 장면을 보며 많이 놀라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촬영했던 장면 중에서는 선생님의 생신날이 기억이 많이 나요. 촬영 도중 완수 선생님 역을 맡으셨던 김정호 선배님의 눈을 보는데, 선배님의 눈에서 정말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동안 가르쳐온 제자들과의 추억이 그대로 담겨있는 눈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밥이 되어라'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받은 조언이 있다면?
▶극중 아버지로 출연하셨던 김영호 선배님께는 너무 많은 조언을 받아서 글로 쓰자면 아마 수십 페이지는 나올 것 같아요. 그만큼 저를 예뻐해주셨고 많이 챙겨주셨어요. 세트 촬영 날이면, 아버지 대기실에서 보낸 시간이 제 대기실에서 보낸 시간만큼 많았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조언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강조하셨던 부분은, 스스로를 믿으라는 말씀이었어요. 아직도 어렵지만, 저 스스로를 온전히 믿기 위해서는 연습과 노력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용구 삼촌 역의 한정호 선배님에게도 엄청 큰 도움을 받았죠. 우리 드라마에서는 용구가 굉장히 여린 인물이지만, 실제 정호 선배님은 부드럽고 배려심이 많으면서도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시거든요. 선배님의 연습 공간에 데리고 가 주셔서 정훈의 대사를 직접 읽어주시기도 했고요, 연기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맹순 역할의 민경 선배님은 언제나 따뜻하게 '정훈이 잘하고 있어', '난 정훈이를 보면 눈물 날때가 많아'라고 따뜻한 응원을 많이 해 주셔서 마음의 위로가 많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가끔 함께 촬영할 기회가 생기면 정훈을 가엽게 여기는 맹순 할머니의 눈을 보면서 감정이 동요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연기가 아닌 경영학을 전공했다.
▶정확히는 관광개발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어요. 중학교 때 '타이타닉'을 보고 배우의 꿈을 처음 가졌던 거 같아요. 영화가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꿈을 가지게 됐어요. 구체적인 생각 없이 '막연히' 만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도전해 볼 엄두도 내지 않고 지내다가 대학을 졸업 후 이곳 저곳 취업 면접을 보다 보니 갑자기 오래도록 간직했던 꿈을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고 접는다는 게 참 아쉽더라고요. 그렇게 '딱 1년만 해보자!' 라는 맘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주변에 조언을 받을 사람도 없고 아무 정보도 없어서 일단 연기학원부터 등록했어요. 아무 것도 모르지만, 막상 시작하니까 연기라는 일이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어떤 일을 하면서 잘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거나 재밌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연기는 참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배우 공유와 닮은꼴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것 같다.
▶너무 부끄럽기만 합니다. 모든 작품을 챙겨 볼 만큼 개인적으로 너무 팬이지만, 공유 배우님과 비교되는 건 그분께 아주 큰 실례가 되는 일인 것 같아요. 너무 죄송스러워서 드릴 말씀이 없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열심히 할게요.(웃음)
-'배우'가 아닌 '사람' 권혁은 어떤 성향인가.
▶저는 INFP 그 자체예요. 혹시나 제가 궁금하시다면 INFP의 성향을 보시면 그대로 저예요. 굉장히 소심한 평화주의자, 그리고 굼뜨고 느리고 둔해서 나무늘보처럼 답답하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평소에는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거의 집에만 있고요. 간혹 밖에 나갈 때는 운동하러 가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향에 관심이 많아서 디퓨저, 손세정제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연기'라는 행위를 너무 해보고 싶다는 단순하고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모자라지만 연기하는 순간이 행복해서 하루하루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데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많은 책임감이 들었어요. 저 혼자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 예술이 그렇겠지만 작품은 시청자, 관객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거니까 그 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평가도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더 노력하고 노력해서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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