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김재경이 확실히 성장했다. 그간 마냥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캐릭터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경은 최근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 연출 최정규,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스튜디오앤뉴) 종영을 기념해 스타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악마판사'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와 함께 등장한 강요한(지성 분)을 그린다. 최종회는 시청률 8.0%(닐슨코리아 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극 중 시범재판부 우배석 판사인 오진주로 분했다. 오진주는 도도한 외모와 다르게 대책 없이 순수하면서도 푼수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김재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있는데도 '악마판사' 촬영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다. 감사하다. '악마판사'에서 지성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고 문유석 판사님도 뵐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김재경은 '악마판사'의 매력은 상상력이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디스토피아라는 가상 세계를 바탕으로 둔 만큼,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속 시원한 판결과 전개가 지속했다. 그는 "정말 나의 뇌가 열리는 느낌을 경험했다. 대본을 보며 상상했다. 전국민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재판에 참여하면 어떤가 생각하니 그럴싸한 장면이 펼쳐지더라"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 작품에 꼭 함께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작가이자 전직 판사 문유석이었다. 김재경은 "정말 끊임없이 소통하신다"라며 "어떤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오진주 연기할 때 써보고 싶은데 어떠냐'라고 묻자, 괜찮다고 하시더라. 이렇게 끊임없이 소통했고 계속 배웠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 "내 장면 보고 만족한 적 없어..연기에 목 마르다"


'악마판사'는 극 주제와 걸맞에 다소 어둡고 무겁다. 이 때문에 오진주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계속 무겁기만 한다면 재미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숨통을 틔우고 시청자들이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장치가 바로 오진주였다. 김재경의 목표도 딱 그만큼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극을 환기시키는 것.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김재경은 "분위기를 전환하게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이걸 충실하게 해내고 싶어서 감독님, 작가님께 계속 물어봤다. 현장에선 '괜찮다. 더 해도 된다'고 하더라. 모든 스태프를 믿고 촬영했다"라며 "(매니저는) 한 회가 끝나면 관련 댓글들을 모아 보내주셨다. 거기에 '진주가 공감된다. 이해된다'란 말이 있더라. 덕분에 힘을 얻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진주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때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다. 이런 삶의 자세가 내겐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성에 대해 "너무 행복한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통이 원활하고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 지성은 베테랑이다. 큰 그림을 보고 최고의 신을 만들어 가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진영과 박규영에 대해선 "자주 만나서 연기 연습을 했었다. 큰 연습실을 빌렸는데 대여 시간이 다 돼서 근처 카페를 갔었다. 카페 문이 닫힐 때까지 서로 맞춰줬다. 다만 촬영 현장에서 (박)규영이와 겹치는 장면은 딱 하나라 아쉬웠다"라고 토로했다. 김재경은 "김민정 선배님은 항상 매력에 압도됐다"라고 덧붙였다.
'악마판사'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큼, 자극적이기도 하다. 특히 강요한이 내리는 판결은 현실에선 볼 수 없을 정도. 이에 김재경은 "디스토피아란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을 때 이런 형벌을 내리는 게 말이 되나 생각했다. 작가님께 물어보니 세계관 설명을 해주시더라. 생각해보니 나도 디스토피아 관련 다른 작품을 읽었을 땐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 틀 안에서 일어난다고 느끼고 나니 쉽게 받아들여졌다"라며 "전국민이 참여하는 재판은 감춰진 사건들도 잘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의견에 휩쓸릴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가볍게 느껴진다면 위험한 것"이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 "그리운 무대, 레인보우 재결합 원해"

김재경은 지난 2009년 레인보우 EP 앨범 'Gossip Girl'로 데뷔했다. 레인보우는 'A', '마하' 등 다수 타이틀곡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2016년 계약 만료로 마무리됐다. 이후 그는 나무엑터스로 이적하며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에 나섰다.
그는 드라마 OCN '라이프 온 마스', MBC '배드파파',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 tvN '악마판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쉴 틈 없이 일하는 김재경은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야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복인 거 같다. 연예인은 선택을 받는 직업인데 평생 아무것도 안 하고 선택만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충실하게 살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민이 있을 땐 (레인보우) 멤버들과 가장 많이 나눈다. 이번엔 '악마판사'를 하면서 지성 선배님께 말했는데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주시더라. 내 좁아졌던 시야나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룹 활동 종료 후 무대를 서지 않았던 김재경은 배우 활동에 몰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대는 그립다고. 특히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후 더욱 활동 당시를 추억했다고 전했다. 그는 "팬들이 공연장에서 다 같이 부른다. 그럼 프레디 머큐리는 마이크를 내리고 그들의 노래를 듣는다. 여기서 눈물이 나더라. 우리도 팬들이 한곡을 완성할 때가 있었는데 '다시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싶었다"라며 "(레인보우 재결합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하면 재밌겠다'란 말은 자주한다. 우리가 코로나19 때문에 작년부터 모인 적이 없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재결합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SBS 웹예능 '문명특급'을 통해 주목받은 나인뮤지스, 2PM 등에 대해선 "레인보우 10주년을 기념해 직접 음반을 만들어봤다. 그래서 다시 모인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고 있다. 저들도 각자의 삶이 있는데 모인 거 아닌가. 같은 시기에 활동한 팀들을 보며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문명특급'을 보면서 추억에 젖어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재경은 "난 레인보우 김재경, 배우 김재경, 사람 김재경을 구분하지 않는다. 사람 김재경이 재밌는 삶을 살아야 무대에서도 표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직업군으로 구분하지 않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연기에서 그런 게 보인다"라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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