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오정세가 말아준 이번 악역은 또 다른 맛으로 맛있었다. 오정세는 지난 20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연출 심나연, 극본 이대일)에서 차분하게 돌아있는 빌런으로 활약했다. 무미건조하게 있다가도 심사가 뒤틀리면 장총, 명패 등 가리지 않고 무기를 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빌런이었다.
"최대한 무미건조한 사람이지만 폭력적으로 봤을 땐 잔인함이 대비됐으면 좋겠단 생각이 있었어요. 민주영에 대한 서사가 있었지만 시청자를 설득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민주영에게 조금이라도 동정심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민주영이 돈, 권력의 맛을 잘못 보면 이런 괴물이 될 수 있구나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굿보이'는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 윤동주(박보검 분), 지한나(김소현 분), 김종현(이상이 분), 고만식(허성태 분), 신재홍(태원석 분)이 메달 대신 경찰 신분증을 목에 걸고 비양심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코믹 액션 청춘 수사극.
극 중 오정세는 중고차, 약물, 총기 밀매 등 각종 범죄로 인성시를 쥐락펴락하는 민주영 역을 맡았다. 오정세는 민주영 역을 통해 이성의 끈을 놓고 밀수꾼 오봉찬(송영창 분)을 살해한 후 권력을 뺏는가 하면, 자신이 지금껏 모은 범죄 수익을 강력특수팀에게 발각되자 악에 받쳐 소리 지르며 컨테이너 벽을 내리치는 등 분노, 충격, 절망 등 헤아릴 수 없는 폭발적 감정들을 분출시켜 안방극장을 숨죽이게 했다.
오정세는 지난 3월 공개된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애순(아이유 분)의 새 아빠 염병철 역을 맡아 한량 빌런으로도 활약했다.

-'굿보이' 종영 소감은?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했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시청자 반응은 찾아봤는지?
▶네이버톡의 반응을 많이 찾아보게 됐다. 반응 올라가는 속도가 정말 빠르더라.(웃음)
-엔딩은 어떻게 바랐는지.
▶최대한 속시원한 한 방, 속시원한 퇴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액션과 장총을 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생각한 민주영은 차분함 속에 잔인함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구현이 잘 안 되더라. 감독님이 장총 쏘는 민주영을 슬로우로 찍어주셨는데 저는 눈을 안 감은 줄 알았더니 다시 보니 놀라고 있더라.
-처음 '굿보이'의 대본을 봤을 땐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은퇴한 운동선수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저는 민주영으로 참여하면서 숙제가 많았다. 16부작 안에서 어떻게 하면 안 지루하고 굿보이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민주영의 끝은 어딜까도 고민했다. 초반엔 가장 평범한 인물이길 원해서 관세청에 있을 땐 헤어도 거의 손을 안 댔다. 의상도 최대한 아저씨들이 입을 법한 노멀한 의상이지만 알고 보면 200만 원~300만 원 하는 비싼 것으로 입었다.


-민주영의 레퍼런스가 있었는지.
▶민주영의 얼굴 디자인이 처음엔 백지였지만 16부에 갔을 땐 악마처럼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굿보이'들에게 맞아서 난 상처들로 민낯이 드러났으면 했다. 상처도 메달 자국 등의 디자인을 생각했다.
-박보검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기본적으로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정서가 그 친구에게 많이 힘든 현장이었을 텐데, 밖에서 봤을 땐 현장을 즐겼다. 저도 배우적으로 힘든 건 저의 몫이고 기본적으로는 현장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항상 매 작품을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는데 그 친구도 겸손하게 촬영하더라. 되게 추운 날 바다에서 찍는 신이 있었는데, 저는 레디 액션 10초 전에 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보검 씨는 벌써 물에 들어가 있더라.(웃음)
-박보검과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작품을 보여줬다.
▶보검 씨와 현장에서 못 봤는데 이번엔 반가운 마음으로 현장에서 길게 볼 수 있었다.
-김소현과 연기한 느낌은 어땠는지.
▶소현 씨는 반가운 동료였다. '보고 싶다' 때 같이 작품을 했고 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운 느낌이었다. 어릴 때 그대로 잘 성장해서 기분 좋음이 있었다.

-'굿보이'들이 각자의 국가대표 종목을 보유했다. 오정세가 원하는 종목이 있다면?
▶저는 사실 어릴 때 운동을 잘했고 축구, 태권도, 씨름, 오래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였다. 이 종목들이 개인 종목이더라.
-다작 배우인데 개인적으로 가지는 고민이 있는지.
▶고민은 계속 있었다. 과거에도 롤을 작았지만 다작을 했다. 그래서 주변에서 '너무 다작하는 거 아냐?'라고 하기도 했다. 손을 내밀어주시면 저는 손을 잡는 것 같다. 코미디도 좋아하고 다른 장르도 좋아하는데 제일 어려운 게 코미디 장르인 것 같다. 매 작품마다 저에게 새로운 숙제가 있는 것 같고 어려움도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도 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힘든 숙제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감정신이 있으면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상대 배우가 앞에 있으면 감정적으로 막 나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최근 '별들에게 물어봐' 등 캐릭터에서 섹시함을 추구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그렇진 않았다.(웃음) 내가 오늘 집을 나갈 때 어떤 사람을 만날까? 사기꾼, 좋은 사람을 만날까? 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난다. 하나씩 작품의 손을 잡다 보니 그런(섹시한) 캐릭터도 한 것 같다.
-제안이 들어오는 대로 다작을 하는 걸로 봐선 평소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인 것 같은데.
▶예전엔 거절을 잘 못했는데 요즘엔 그래도 한다. 거절이 익숙하지 않은데 제 안에서 표현을 한다.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참여 자체로 너무 좋았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염병철 역이 특별출연이었음에도 한량 새 아버지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별 출연에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비결은?
▶'폭싹 속았수다'에선 일단 '누워있자'란 생각을 많이 가졌다. 그런 게 쌓여서 보이는 것 같다. 극 중 4살 아이에게 '물을 가져와'라고 시킨다든지. 만들어주신 감독, 작가님의 덕을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오정세를 만나고 새로운 자극을 받는데, 작품과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 '악귀' 때도 되게 어려운 숙제였고 접근이 어려웠는데 작품마다 접근 방법이 다르다. 작품마다 내 것을 꺼내는 방법이 다르다. 그게 저에게도 채워지는 것 같고 다음 작품에서 새로운 재료로 쓰이는 것 같다.

-작품을 많이 하면서 번아웃이 온 적은 없었는지.
▶없었다. 작품이 안 풀려서 어렵고, 두려움이 있기도 할 때가 있는데 작품을 하는 행복과 즐거움은 항상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박병은 배우가 '데뷔 초 때 같이 프로필을 돌린 배우 중 가장 잘 된 배우'로 오정세를 꼽았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어떻게 버텨올 수 있었는지.
▶20년 전 연기자 모임 중 하나가 박병은 씨다. 또 다른 분이 양익준 배우다. '다도리타'란 소모임을 가졌는데 그 친구들이 저에게 뿌리, 버팀목으로 남아있다. 속도는 각자 다르지만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어서 저도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올해 히트작이 많았는데, 아직도 오정세를 못 알아보는 이들이 많은지.
▶저번 주에도 제가 전철, 버스를 마스크 없이 탔는데 한분도 안 알아보셨다.(웃음) 요즘 다들 자기 할 일을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저를 알아보는 분이 있으면 제가 쑥스러워한다. 올해 딱 한 번 한남오거리에서 한 분이 알아 보시더라. 그런데 그분이 '악귀' 조감독님이시더라.(웃음)
-'굿보이'는 오정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권력, 돈 뒤에 숨어서 사는 괴물이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본 후에는 '우리 주위의 괴물은 과연 누구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면 한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북극성'도 감독님과 호흡을 하고 싶었고 나머지 전체 이야기가 끌려서 한 작품이었다. 역할이 매력 있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손내밈이 있느냐에 따라 순서가 정해지는 것 같다. 저도 모르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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