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도박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개그맨 김형인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의 뜻을 전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진 도박장 개설 혐의에 대해선 재차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신종열 부장판사)는 11일 도박 및 도박장소개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형인과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최재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형인은 최후 진술을 통해 "피고인 석에 서있는 자체가 너무 죄송스럽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이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도박에 대해선 사죄드린다. 불법적인 어떠한 것도 결코 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도박장 개설 혐의에 대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많이 억울해했다"며 "이런 일에 휘말려서 여기에 서 있어야 하니 원망도 많이 했는데, 떳떳하게 깨끗하게 살지 못한 업보라고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일에 휘말리지 않고 자식들 위해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며 "억울한 도박장 혐의에 대해선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박장 개설 혐의를 인정한 최재욱은 "이 사건으로 인해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사회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김형인과 최재욱은 앞서 1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았으나, 검찰 측의 항소로 지난해 11월 1심 선고 이후 8개월 만에 법정에 다시 섰다.
검찰은 1심이 무죄 판결을 내린 김형인의 불법 도박장 혐의에 대해 사실 오인을 주장했다. 또한 유죄가 인정된 김형인의 불법 도박 혐의, 최재욱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에 대해선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1심 구형과 같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형인, 최재욱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달라며 맞섰다. 변호인은 최재욱에 대해 "이 사건 처음부터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조사에서 본인에게 해로울 수 있는 내용까지 충실하게 진술했다"며 "1심 재판 당시 양형에 참작한 사정에서 특별히 변경될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형인에 대해선 "1심 재판 과정에서 도박 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반성하고 혐의를 인정했다"며 "도박장 개설 부분은 검찰 측에서 여러 증거를 제출했지만 핵심 증인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여러가지 모순된 측면이 많다. 김형인이 유죄라고 낸 증거들이 신빙성을 의심받았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기에 유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형인과 최재욱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8월 18일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김형인과 최재욱은 2018년 1월 말부터 2월 말 사이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 불법 도박장을 개설한 뒤 포커와 비슷한 홀덤으로 수천만원의 도박을 주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김형인은 직접 불법 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형인은 줄곧 도박 혐의는 인정했지만 도박장 개설 혐의는 부인했다. 최재욱은 도박장 개설 혐의를 인정했다. 김형인은 보드 게임방을 개업한다는 최재욱에게 1500만원을 빌려줬지만, 이후 게임방이 불법 도박장으로 변질됐고 운영 과정에서 A씨가 최재욱과의 갈등으로 자신을 운영 가담자로 엮어 공갈,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김형인의 도박장 개설 혐의에 대해 무죄를, 도박 혐의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불법 도박장은 최재욱이 단독으로 개설했다고 판단한 것. 이에 최재욱에 대해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을 명령했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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