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21주년 창간기획-월드와이드 K컬처] 하이브 레이블 플레디스 한성수 마스터 프로페셔널 인터뷰
[편집자주] 더 이상 '두 유 노(Do You Know) 코리아'가 아니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봉준호와 박찬욱을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휩쓴 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의 전유물로 여겼던 토니상 작품상까지 받았다. K컬처는 나아가 K푸드로, K뷰티로 또 K여행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두 유 노 김치?'라는 밈이 생겼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외국인들에게 물어볼 수 있다. '두 유 라이크 BTS?'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난 한국 K팝,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한계와 극복 방안까지 고민해본다. 시리즈 마지막은 K팝 선봉장인 하이브 레이블 플레디스 한성수 마스터 프로페셔널 인터뷰다.

K팝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17년 방탄소년단 시대가 열리며 그 뜨거운 인기를 모든 국민이 체감했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 'DNA'가 수록된 미니 5집'LOVE YOURSELF 承 'Her''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7위에 오르며 뉴스를 장식했고, 이를 기점으로 K팝의 빌보드 기록 행진이 본격화됐다.
이 같은 K팝 열풍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성공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케데헌'은 한국 콘텐츠는 아니지만, 넷플릭스 역대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오르며 K팝은 물론 K컬처 전반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이제 K컬처는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이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과연 현시점에서 'K팝 선봉장'이 본 K팝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앨범 판매 '천만 아티스트' 세븐틴(Seventeen)부터 '핫한 루키' 투어스(TWS)를 제작한 하이브 레이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한성수 마스터 프로페셔널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K팝, K컬처의 인기가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에서 2025년 '케데헌'까지 뻗어나갔다. K팝, K콘텐츠가 어떻게 글로벌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노력을 통해 K팝 자체의 경쟁력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과정에서 K팝 또한 더욱 그 힘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케데헌' 또한 콘텐츠의 핵심에는 K팝이 있지만 묘사되는 한국의 거리부터 등장인물의 사고방식,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까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시작된 문화적 유산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 한국이 역사 속에서 만들어온 총체적인 문화의 힘 아래 시대에 따라 계속 세계인이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면서 끊임없이 세계로 나가고자 했던 한국인의 진취적인 역동성이 큰 빛을 내는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케데헌'은 미국에서 바라본 K팝에 대한 시선이 담긴 점이 기존과 차별화된다. K팝 선봉자로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한데, '케데헌'의 성공을 완전한 K팝의 성취로 볼 수 있을까.
▶'케데헌'은 해외에서 제작한 작품임에도 K팝에 대한 애정과 존중, 더 나아가 한국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K팝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작품에 쓰인 곡부터 아티스트들의 활동 방식, 한국인들의 생활 문화 등 내용 전체가 한국과 K팝에 대해 이해하고 애정을 가져야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지금의 K팝이 매력적이고, 해외에서도 문화적 영향력을 가졌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케데헌'을 통해 K팝이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만큼 K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세계의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설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K팝 선두 주자'로서 노력한 것 중 가장 주효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K팝은 아티스트가 가진 본질적인 매력을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팝을 소속사가 만들어낸 기획이나 콘셉트가 중요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 세계의 수많은 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아티스트 본연의 매력이고, 소속사의 역할은 그것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븐틴의 경우에는 멤버들이 데뷔 전부터 직접 창작 활동을 한 것은 물론,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면서 친형제처럼 가까워졌다. 그래서 그들의 빛나는 재능과 우정을 팬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자 자체 제작으로 운영되는 세 개의 유닛이 모인 하나의 팀으로 운영되도록 방향을 잡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콘텐츠들 또한 멤버들의 창작성과 실제 모습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방식을 추구했다. 세상 모든 아티스트는 결국 진정성으로 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아티스트가 자신의 진짜 마음과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데 집중했다.

-해외에선 K팝의 어떤 부분에 특히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 같은가. 세븐틴, 투어스 등 플레디스 아티스트의 특장점은?
▶돌이켜 보면 세븐틴은 13명 멤버가 청춘의 빛나는 성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팀워크를 바탕으로 노래와 퍼포먼스를 직접 만들어내면서 데뷔부터 지금까지 차근차근 성장해 나갔다. 데뷔 당시에는 1000명의 팬을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룹이 언젠가부터 해외 투어를 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스타디움 투어를 도는 팀이 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은 무슨 일이든 함께 겪으며 자신들의 경험과 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을 노래로 만들었다. 큰 사랑을 받은 '손오공', '음악의 신' 등의 곡들은 그런 멤버들의 이야기와 심경이 잘 담긴 작품들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의 노래를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아티스트와 팬이 한마음이 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K팝이 가진 매력이라 생각한다.
투어스는 요즘 청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팀이라 생각한다. 슈퍼스타이자 선배 그룹인 세븐틴과 프로듀서인 저에게, 데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받은 데뷔 직전의 테스트 과정은 투어스 멤버들이 현실에서 부딪치게 될 경쟁과 성장의 과정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고, 데뷔곡 '첫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모든 것이 시작인 투어스 멤버들이 갖는 고민과 설렘을 새로운 관계 형성에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갖는 요즘 청춘들의 모습으로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K팝 아티스트에게 데뷔란 정말 큰 세계에 나가는 것이고, 그 속에서 멤버들은 우정을 쌓고 성장하며 팬들에게 자신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투어스를 보며 함께 성장하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투어스는 바로 지금 자라고 있는 청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K팝 위기론'도 나오고 있긴 하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지난 2023년 당시 'K팝 위기론'을 언급한 적이 있기도 한데. '가수들의 실질 음반 판매량 성장세가 둔화한 게 아니냐?', 'K팝은 (다른 나라에선) 일부 마니아만 향유하는 문화다'라는 시각들도 여전히 있다.
▶'케데헌'의 성공에서 보듯이 K팝을 더 이상 '일부 마니아만 향유하는 문화'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모든 대중문화의 장르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해야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그 장르에 속한 당사자들의 노력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넓은 확장성을 갖게 된다고 본다. 지금 K팝은 세계적인 팬층을 갖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팬덤 바깥으로 알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K팝의 위축을 걱정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K팝의 매력에 대해 알릴지 고민할 때라 생각한다. 한국 문화와 K팝이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지금, 보다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면 K팝은 더 큰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K팝 인기와 반비례하게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감한다. 글로벌 팬덤은 커졌는데 인프라는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쉬운 현실이다. 공연장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팬들이 아티스트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핵심 접점이다. 국가적·산업적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하고, 저희도 아티스트 투어를 계획할 때 늘 이 문제를 체감한다. K컬처 산업이 지속 성장하고, 나아가 관객들 역시 더욱 몰입감 있는 공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K팝이 수출을 넘어 글로벌 협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협업이 K팝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온다고 보는가.
▶K팝 아티스트들은 데뷔 당시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티스트와 소속사 모두 글로벌 활동을 전제에 두고 있고, 글로벌 협업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로 나가는 데 해외의 다양한 아티스트나 해당 지역의 레이블 또는 플랫폼 등과 협업하는 것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극을 준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창작의 영감을 가진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K팝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고, K팝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더 좋아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게 되리라 본다. 지금의 K팝은 이미 한국에서 시작돼 세계의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발전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중소돌의 성공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K팝 스탠더드'가 생기며 대형 기획사 위주의 준비된 그룹들이 체계적으로 데뷔하고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장점도 있겠지만 다양성 측면에서의 아쉬움도 있진 않을까.
▶K팝이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규모가 커질수록 아티스트와 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과 자본이 필요하다. 또한 하이브에서 시도해 지금은 하나의 팬 문화로 자리 잡은 팬 커뮤니티 위버스나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 최근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걸그룹 캣츠아이 등 과감한 해외 사업은 하이브와 같은 규모가 큰 회사가 물꼬를 틀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느 산업이 그렇듯 K팝 또한 규모와 인프라가 중요해진 시점이 왔다. 다만 플레디스 또한 중소 기획사로 출발해 세븐틴과 함께 성장했고, 당시 세븐틴이 보여준 독창적인 창작물과 세븐틴만의 팀 색깔은 K팝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들은 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시도를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큰 회사들이 이런 다양성과 창작성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적인 기반을 만들고, 때로는 투자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레디스는 중소 기획사에서 출발해 '천만 아티스트' 세븐틴을 배출해냈고 투어스 역시 최근 일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차세대 퍼포먼스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제작자로서의 감회, 이 같은 성과의 토대가 됐던 경험은 무엇인가.
▶모든 경험이 자산이었다. 아티스트들에게 배운 것이 가장 많다. 얼마 전 직원들이 세븐틴의 첫 MAMA 연습 영상을 보여주더라. 트로피 없이, 공연만 하고 돌아왔던 해였다. 당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년에는 꼭 상 받자'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데뷔 9년 차에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대상만 두 개를 받았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열정은 데뷔 때와 비교해 달라지지 않았다. 선물 같은 팀이다. 긴 시간 이들과 함께하며 저도 많이 성장했다.
-'K팝 위기론'에 대응하기 위한 플레디스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K팝 인기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지금은 K팝이 크게 변화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공교롭게 최근 플레디스의 CI를 리뉴얼하기도 했는데, 이는 'Performance becomes the Pulse'라는 당사의 철학을 보다 확고하게 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화해도 음악이 주는 감동은 변하지 않으며, 그 점에서 그 음악을 팬들에게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더욱 잘 마련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진정성을 어떻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는 언제나 음악을 만드는 회사의 근본적인 과제라 생각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시대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중요하겠다. 그 점에서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 그리고 최근의 AI까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K팝을 포함해 K컬처의 향후 발전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K팝은 이미 지난 20년 이상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사랑받던 장르가 어느 순간부터 아시아권에서 사랑받고, 그다음에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전 세계로 점점 더 큰 사랑을 받아 나갔다. 한국인이 많은 시련 속에서도 끊임없이 세계로 나가 지금의 나라를 만든 것처럼, K팝 또한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창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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