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계의 대부'로 한국 코미디를 이끌어온 고(故) 전유성이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28일 오전 6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전유성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상주로는 고인의 외동딸인 전제비 씨가 이름을 올렸다.
고인의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졌고, 장의위원장은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이 맡았다. 이수근이 영결식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고인의 약력 보고는 최양락, 추도사는 이홍렬과 김신영이 맡았다.
이날 이경규 최양락 팽현숙 이수근 이홍렬 박준형 정종철 김신영 이영자 김민경 심진화 조세호 등 후배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영결식에 자리했고,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먼저 가수와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목회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표인봉은 고인을 추모하는 기도를 했고, "잘 가세요. 전유성 형님.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고 애도했다.

이홍렬은 "한국 코미디의 큰 별 고 전유성 선배님을 보내드린다. 후배 이홍렬이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 올린다. 1960년대 말 젊은 작가로 방송에 입성해 무대와 안방, 라디오와 영화, 거리 공연의 경계를 허무며 코미디 지형을 새로 그리셨다. 개그맨이라는 말을 대중 속에 뿌리내리게 하셨고 공개 코미디 바람을 일으켜 더 많은 관객이 웃음의 주인이 되게 하셨다"고 추도사를 시작했다.
이어 "새로운 형식과 웃음의 실험실이었다. 무대의 혁신가, 무대 뒤의 스승이었다. 한 박자 빠른 상상력으로 코미디의 속도를 끌어올리셨고, 후배들의 가능성을 믿고 밀어주셨다. 코미디가 한 사회의 공기고 문화임을 증명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님의 발자취는 우리 업의 교과서다. 특히 선배님은 저에게 책을 통해 다가오신 분이다. 코미디언이 쓴 책을 모아보라는 선배님의 말이 씨앗이 되어 남산 시립도서관에 영구 보존하는 작은 결실을 맺었다. '홍렬아. 주소 불러봐. 책 보내주게'라던 선배님의 말을 잊지 못한다"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홍렬은 고인을 추억하며 "엄격하셨지만 따뜻하신 선배님이었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지만, 그분이 만든 길 위에 서 있다. 그 모든 유산을 우리가 이어가겠다. 무대가 달라지고 플랫폼이 바뀌어도 웃음의 본질을 잃지 않고 사람을 위한 코미디를 하겠다. 선배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하겠다. 선배님 아픔 없이 편안하게 쉬십시오. 남겨주신 웃음은 우리의 가슴과 무대 위에서 계속 살아서 숨 쉴 것"이라고 전했다.


김신영은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연기학과 출신으로, 고 전유성과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다. 김신영은 "나의 어른 전유성 교수님께"라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교수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발도 주무르고, 핸드폰 게임하시던 모습이 선한데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다. 병원에서 교수님은 제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고, 고맙다'고 하셨고, 그 말이 제 마음을 울렸다. 그 따뜻한 마음 평생 간직하겠다"고 애도를 전했다.
이어 "제가 가장 힘들 때 '한물가고 두 물가고 세 물가면 보물이 된다'고 해주셨던 믿음이 절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셨다. 제 코미디를 가장 먼저 인정해 주셨다. 모두 허무맹랑하다고 했던 아이디어를 밤새 즐겁다고 해주시던 분, 아무것도 아니던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신 분. 어린 제자라도 존중해 주셨던 분이 우리 교수님이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계실 때 자꾸 서울 가서 일하라고, 너무 힘들게 하는 거 같다고 하셨다. 교수님. 저에게는 병원에서의 4일이 40년 중에 가장 진실되고 진심이었다"고 오열하며 "이제는 걱정하지 마시길 바란다. 먼저 천국 가셔서 그리운 분들과 회포도 푸시고, 훗날 저희가 그 길을 따라가면 마중 나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신영은 "마지막으로 건네주신 주유비 10만원. 끝까지 제자를 챙기는 마음까지 제 평생 보물로 간직하겠다. 사랑하는 우리 교수님. 전유성 선배님. 나의 어른. 지금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다"면서 "천국에서 재밌게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 전유성은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 폐기흉으로 입원 중이던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의 유해는 유언대로 지리산자락에 수목장으로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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