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18)아마도이자람밴드 1집

김관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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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아이튠즈에서 '이자람'을 검색하면 5개 앨범이 뜬다. 2007년 '빵 컴필레이션 3. History Of Bbang'(7번트랙 '파란 얼굴), 2009년 아마도이자람밴드의 EP '슬픈 노래', 2013년 1집 선공개싱글 '우아하게'와 1집 '데뷰', 그리고 이규대와 함께 한 1986년작 '예솔이 가족노래 하나'(특히 4번트랙 '내 이름(예솔아!)'. '이규대'도 이어 검색하면 바블껌(이규대 조연구)의 1972년작 '아빠는 엄마만 좋아해'가 뜬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그대로, 이자람은 판소리로 이미 '소리꾼' '예인' 소리를 듣고 있는 그 이자람이고, 혼성듀엣 바블껌으로 한시대를 풍미한 이규대는 그녀의 아버지이며, 이규대와 조연구는 이자람의 부모다.

사실, 아티스트의 이같은 이력과 전력은 오히려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순수한 접근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일종의 올가미다. 하지만 이자람과 아마도이자람밴드의 경우는 어쩔 수가 없다. 먼저 지난 4월 아마도이자람밴드(보컬 이자람, 기타 이민기, 베이스 강병성, 드럼 곰군, 퍼커션 이향하)의 첫 정규앨범 '데뷰'를 배급한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의 설명부터 들어보자.


"판소리꾼이 가요를 한다? 그것도 최연소로 '심청가'를 완창해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이,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사람이... 가요도 기성가요가 아닌 인디밴드 음악이다. 어떤 음악이 나올까? 국악과 가요의 크로스오버 음악일까? 멜로디가 구슬픈 음악일까? 국악기 한 두개쯤은 나오겠지? 아니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은 잘나가는 월드스타 판소리꾼 이자람이 아닌 그냥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이다. 지난 EP가 어쿠스틱 포크록 스타일이었다면 이번 정규 1집은 풀밴드 사운드다. 하드록사운드는 아니나 전혀 가볍지 않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밴드사운드이다. 그리고 여전히 담백하며 세상 모든 찌질이들을 감쌀 수 있는 그녀만의 가사가 살아있다. 그녀가 명창이 되어도 무형문화재가 되어도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1번트랙 '밥통'을 듣자마자, 무릎을 친다. 아, 이 앨범은 밴드의 음악이고, 이자람은 이 데뷔 9년차 밴드의 프런트우먼이구나! 이 자명한 '팩트'를 뒤늦게야 깨달을 정도로, '선입견'은 무섭고 몹쓸 것인 것이다. 사실, 다른 이러쿵저러쿵 구구절절 '팩트'가 무슨 대수이고, 이 앨범 들을 때 무슨 상관인가.

다시 트랙으로. 2번트랙이자 타이틀곡인 '행방불명'은 꿈과 열정과 사랑을 잃어버린 '화자'의 하소연. 이자람은 천변무쌍한 목소리 연기를 하고, 베이스 기타 드럼 퍼커션 사운드는 적당한 선에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하나의 타이틀곡 '선택'에선 재즈 필을 탄 이자람의 보드랍지만 군데군데 바늘 끝을 숨긴 옷자락 촉감이 느껴진다. 특히 '..어느 것이 나을까 하지만 선택은 없다'는 음습한 가사는 이 밴드, 이 앨범 색깔을 순식간에 폭로한다. 섣부른 희망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 읊조리는 염세가도 아닌.


이러한 앨범 분위기는 몇 곡을 뛰어 6번트랙 '벙어리 여가수'와 크라잉넛의 박윤식이 보컬로 참여한 9번트랙 '괜찮을까'가 이어 받는다. 화자의 혼돈과 나즈막한 절규는 더욱 증폭된다. '벙어리 여가수'는 관객 가수 조명 환기 시설 열기 뭐 하나 세련되지 못한 무대에 대한 씁쓸한 스케치. 이자람은 이 3류 유랑 서커스단 객석에 앉아 덤덤히 노래하지만(그것도 샹송가수, 콕 짚어 얘기하면, 파트리샤 까스!), 그 무대에 선 여가수는 되레 이자람처럼 보인다. '괜찮을까'는 사실 타이틀곡으로 내세워도 좋을 곡.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 어디 도대체 갈 곳이 없는가/ 나는 지금 너를 사랑하는 걸까/ 나는 그저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나는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나는 지금 밤을 지새우고 있나'

이들 노래에 비해 4번트랙 '우아하게'는 가사가 재미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쿨하고 귀여운 저주쯤? 자진모리로 나갔으면 코믹 놀보가일 수도 있겠다. '..길 가다가 보도블럭에 넘어져라/ 커피 타다 바지에 쏟아져라/ 술 취해서 집에 가는 길 까먹어라/ 못된 여자 만나서 쩔쩔매라..' 하지만 이 노래 역시 느린 박자와 옅은 사운드, 더 힘을 뺀 보컬로 인해 염세와 좌절과 집착의 세계는 또 한번 그 맨얼굴을 내보인다. 특히 끝의 이 대목. '..이리저리 망신 주는 상상을 해도 하나도 시원하지 않아'. 그리고 2분36초짜리 비교적 짧은 트랙 'I'm On Round'는 자우림의 김윤아가 마치 장기하와얼굴들과 협연을 한 느낌. 은근슬쩍 들어오는 밴드의 코러스도 그렇고, 장난기 가득해 어디로 튈지 모를 보컬도 그렇고. 어쨌든 10곡이 수록된 이 앨범에서 가장 '튄다'.

'데뷰'. 2013년 할 말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은 5인조 혼성밴드의 탄탄하고 구성진 첫 정규앨범. 이거면 족하다. 끝으로 이 정규 1집 제작과 유통에 얽힌 뒷이야기를 이창희 대표가 들려준다.

"비가 오면 항상 듣는 노래가 있다. ‘비가 축축’,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이다. 지난 2009년 2월에 출시된 EP '슬픈노래' 수록곡이다. 듣다보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고 재치있는 노랫말에 헛헛한 웃음을 짓게된다. 그리고 4년만에 정규앨범이 발표되었다. 제작사인 붕가붕가레코드는 미러볼뮤직 입장에서 워낙 중요한 레이블이고, 아티스트 이자람은 이미 '사천가'와 '억척가'로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을 수상한 아티스트이니 이번 앨범 출시에 만전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자람은 활발한 활동이 있었지만 아마도이자람밴드는 4년간 거의 공백기였다. 판소리로는 월드스타였지만 밴드로는 인지도를 높일 작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사천가', '억척가'로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기에 공연 활동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건 정규앨범 발매 전 두 달에 걸친 선공개 싱글 출시였다. 3월에 디지털싱글 형식으로 한 곡을 공개하였고 4월에 대망의 정규앨범을 출시하였다. 그리고 장기하와 얼굴들을 배출해낸 붕가붕가레코드답게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냈다.

아마도이자람밴드 1집에서 2곡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는데 하나는 '선택'이었고 또하나는 '우아하게'였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한 번 찾아보시라. 장기하와얼굴들의 '그렇고 그런 사이', 'TV를 봤네'의 연장선상에서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졌다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건 아마도이자람밴드 1집 수록곡 '선택'과 '우아하게'의 뮤직비디오는 편당 50만원이 안넘는다는 사실이다. 월드스타의 인디 작품이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⑦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⑧어느새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⑨김바다 EP 'N.Surf Part.1' ⑩야야 2집 '잔혹영화' ⑪라벤타나 3집 'Orquesta Ventana' ⑫서상준 EP 'Wannabe' ⑬10cm EP 'The 2nd EP' ⑭강백수 1집 '서툰말' ⑮윤석철트리오 2집 'Love Is A Song' 16. 선우정아 2집 'It's Okay, Dear' 17. 권영찬 EP 'Op.01' 18. 아마도이자람밴드 1집 '데뷰'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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