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19)김목인 2집

김관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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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장기하와얼굴들이 소속되어있는 두루두루AMC의 강명진 대표는 과거 카바레사운드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녀를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만났을 때 '캐비넷싱얼롱즈'라는 밴드의 음악을 들은 적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너무 좋다고 했다. 궁금했다. 일단 밴드 이름이 궁금했다. 왜 캐비넷이지? 아마 2009년 언젠가였을 거다.

2010년 추석 때 일렉트릭뮤즈 김민규 대표를 만나러 갔었다. 그때 일렉트릭뮤즈 사무실에서 김목인을 만났다. 캐비넷싱얼롱즈의 김목인이라고 했고 솔로앨범을 준비한다고 했다. 1년 전 강명진 대표를 통해 소개받았던 그 음악이 생각났다. 밴드명도 특이했지만 앨범이 참 좋았었다. 한국적인 컨츄리 포크가 떠올랐었다. 그래서 더욱 반갑게 인사했다.




그로부터 또 1년이 지났다. 드디어 김목인의 첫 번째 솔로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의 출시 계획이 잡혔다. 2011년 12월1일 출시한 김목인의 1집은 첫 트랙부터 비상했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어쩌면 이 앨범은 아티스트를 알아가는데 또 하나의 교과서였다. 참 자주 들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2013년 10월4일 김목인 2집 '한다발의 시선'이 출시되었다. 여전히 담백했고 여전히 진지했으며 적절히 가벼웠다. 1집보다 평단의 반응이 더 좋았고 시장의 반응도 더 좋았다. 네이버 오늘의 뮤직 이주의 발견에도 선정되고 2013년 베스트 국내 앨범 10에도 선정되고 지금 쓰고 있는 '대놓고인디20'에도 선정되었다.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캐비넷싱얼롱즈, 김목인 1집, 김목인 2집은 큰 변화 없이 듣는 사람을 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화자의 시선과 한 곡 한 곡 다듬는 디테일한 포장은 더욱 세련되어지고 있다. 김목인의 음악이야기는 충분히 들어볼 만하다. 수필과 소설과 판타지가 순간순간 우리를 반기고 있다. 그리고 김목인 특유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음악을 듣는 우릴 흐뭇하게 만든다. 조만간 그와 '한잔의 룰루랄라'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

이 대표가 다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한 다발의 시선'은 '음악을 듣는 우릴 흐믓하게 만든다'.

#흐믓1. 사운드 = 말만, 사상만, 감수성만 담는 짓은 이제 그만 하자. 특히 포크적 메시지라는 미명하에 헐벗은 사운드 따위는 신경도 안쓰는 그런 몰염치 짓은 더더욱. '한 다발의 시선'은 이런 점에서 그야말로 프로다운 사운드의 향연이다. 2번트랙 '그게 다 외로워서래'에선 바이올린과 피아노, 기타, 코러스의 울림이 듣기 좋게 찰랑거리고, 3번트랙 '불편한 식탁'에서는 둥둥 거리는 베이스와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툭툭 내던지는 여러 보컬(김목인을 포함한)의 합이 기막히다. 이밖에도 거의 대부분의 트랙에서 꾸밈없지만 촉촉하기 그지없는 보컬은 물론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드럼, 퍼커션, 클라리넷 등이 오디오파일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양질의 '소리'를 들려준다. 이 느낌이 아주 고급스럽다. 고작 mp3에 블루투스로 듣는데도! 스튜디오 녹음 당시 감도 좋은 마이크를 곳곳에 아주 제대로 놓은 것 같다. 또한 포크, 컨츄리, 스윙, 클래식, 집시,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와 박자, 리듬으로 앨범의 12곡을 채운 것도 매력적. 듣는 사람 입장에서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

#흐믓2. 통찰력 = 흐믓1로만 끝났어도 좋겠지만, '한 다발의 시선'에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가사를 들으며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니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반박자 늦게 공감하는 재미. (이런 재미에 관심이 없으시다면 사실, 그냥 연주곡이나 뜻도 모를 낯선 외국어 노래를, 어렵게 어렵게 고해상도 음원을 구해서 듣는 게 낫다!) 그 공명이 센 곡 중 하나가 '그게 다 외로워서래'다. '..그게 다 외로워서 그래/ 그가 굳이 옷을 챙겨 입고 라면을 사러 가는 것도/ TV를 켜놓고 잠드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래..' 그냥 스쳐갔던 일상의 뒷면을 이 노래 덕분에 봐버린 느낌? 그러다 이 대목에서는 흐믓하고 넉넉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외로워서 그렇다는 것도 모르고/ 저기 저렇게 모여 낄낄대며 좋아죽겠대/ 이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 사랑스럽다는, 이 넉넉한 풍경.

(조금만 더) '불편한 식탁'도 청자를 부끄럽게 한다. 그런데도 부끄러움 다음에 찾아오는 이 묘한 흐믓함. (10번트랙 '새로운 언어'에서도 이 비슷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우리가 어딘가를 같이 걸어야 하다면/ 이쪽에서도 같이 걸어갈 수 있으니/ 세상이 복잡하다는 것쯤 알고 있으니/ 갑자기 무너질 듯 말할 것까진 없어요..미안하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나요/ 그냥 저는 그저 당신의 말을 들었고/ 어디까지나 들었을 뿐.. 입장이 조금 다른 사람에겐 시간이 좀더 필요해요/ 생각을 좀 해봐야 생각이 같은지 알잖아요'. 이밖에 '스반홀름'은 이국적 체험이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됨에, '말투의 가시'는 가시를 뽑아주고 싶다는 화자의 속깊은 마음씀에, '흑백사진'은 사진 한 장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스케일에 깜짝깜짝 놀란다. 참으로 대단한 '시선'들.

#흐믓3. 한 다발 = 앨범제목, 정말 잘 지었다. 이 앨범이 흐믓한 또 하나 이유는 이런 사운드와 노랫말의 성찬이 단품요리가 아니라는 것. 향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나오는 시간도 다르고 먹는 법도 다른 요리가 무려 12곡이 나오는 푸짐한 코스요리라는 것. 3분 몇 초짜리 디지털싱글은 도저히 흉내낼 수도 없는 이 39분짜리 정규앨범이 선사하는 포만감. 그리고 이렇게 괜찮은 앨범들 다 듣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파릇한 삶의 의욕. 팬들, 선물을 진짜 '한 다발' 받았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⑦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⑧어느새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⑨김바다 EP 'N.Surf Part.1' ⑩야야 2집 '잔혹영화' ⑪라벤타나 3집 'Orquesta Ventana' ⑫서상준 EP 'Wannabe' ⑬10cm EP 'The 2nd EP' ⑭강백수 1집 '서툰말' ⑮윤석철트리오 2집 'Love Is A Song' 16. 선우정아 2집 'It's Okay, Dear' 17. 권영찬 EP 'Op.01' 18. 아마도이자람밴드 1집 '데뷰' 19. 김목인 2집 '한 다발의 시선'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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