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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류현진(32·LA 다저스)은 지난 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원정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8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 투구수도 107개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하지만 1-1에서 마운드를 물러나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 대량 득점을 자주 올렸던 다저스 타자들이 이날은 상대 선발 매디슨 범가너에게 막혀 단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그렇게 뜨겁던 타선도 강한 투수를 만나면 꼼짝을 못 한다. 야구는 그래서 묘하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대단히 뛰어난 피칭을 했다. 체인지업과 커터 등 변화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빠른 볼이 무척 위력적이었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기고도 시속 92마일(약 148km)의 공을 연달아 뿌렸다. 이제 건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올 시즌 류현진은 명실상부한 다저스의 제1선발 투수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날도 한때 클레이튼 커쇼(다저스),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등과 함께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로 불린 범가너(6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와 멋진 투수전을 펼치며 더 오래 마운드에서 버텨냈다.
다만 아쉬운 '옥에 티'가 있다면 경기 초반이다. 직전 등판인 지난 달 28일 피츠버그전에서 1회 첫 두 타자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고 병살타로 선제점을 내주더니, 이날도 1회 1번 스티븐 두거에게 중전안타, 2번 타일러 오스틴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하고 브랜던 벨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제 실점했다.
아마도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처음에는 다소 힘을 빼고 공을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8회까지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고도 구위를 유지할 수 있기는 했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초반 상대 상위 타선에 좀더 신경 쓰고 조심스런 투구를 하도록 조언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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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그런 점에서 범가너가 내려간 뒤 경기 막판 다저스 벤치가 찬스 때 번트 작전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저스는 1-1로 맞선 9회 초 선두타자 맥스 먼시가 상대 투수 실책으로 진루한 뒤 크리스 테일러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곧이어 알렉스 버두고의 좌전 안타가 나왔다.
만약 테일러가 희생 번트를 대 먼시가 2루에 있었다면 결승점을 뽑을 수도 있었다. 버두고의 안타로 1사 1, 2루가 된 후 바로 다음 류현진 타석 때 다저스는 오스틴 반스를 대타로 냈으나 2루수 병살타로 역전에 실패했다. 그리고 결국 9회말 1-2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물론 번트가 실패할 수 있고 버두고의 안타 때 2루 주자가 홈에 못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점수가 잘 나지 않을 때는 벤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상대를 압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이날 다저스는 좌완투수 공을 잘 치는 데이비드 프리즈를 비롯해 AJ 폴락도 빠져 많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선 상대적으로 선수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감독도 적지 않다. 과거 세인트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이 대표적이었고, 최근에도 투수가 타격을 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서 LA 에인절스의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이 잭 코자트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장면을 봤다.
만약 이날 9회초 다저스가 번트 등 작전으로 결승점을 내 역전승을 거뒀다면 류현진에게 승리가 주어질 수 있었기에 더욱 아까운 장면이었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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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