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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
13일(한국시간) 워싱턴전을 마치고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류현진(32·LA 다저스)에게 “노히트 노런을 의식했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러면서도 “뭐, 특별한 건 없었어요”라며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정말 잘 던진다. 8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더욱이 8회 1사까지 노히트였다. 직전 등판인 애틀랜타전 완봉승에 이어 또다시 눈부신 피칭을 했다.
우선, 경기 초반부터 힘 있는 투구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앞서 피츠버그전(4월28일)과 샌프란시스코전(5월2일)에서 1회에 연달아 실점한 것에 대해 필자는 ‘좀더 조심스런 투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은 달랐다. 1회부터 시속 92마일(약 148Km)을 찍는 등 힘을 넣어 공을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쓰면서 공이 낮게 제구됐고, 때로는 일부러 높게도 던져보면서 상대 타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8회 1사 후 헤라르도 파라에게 2루타로 첫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는 2회 커트 스즈키의 3루수 직선타 정도가 그나마 잘 맞은 타구였다.
잭 그레인키(애리조나)와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이날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3833만 달러·약 454억원)을 받는 상대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마저 넘어섰다. 투구수도 116개나 됐고, 6회에는 다저스 우익수 코디 벨린저의 1루 호송구 덕에 스트라스버그의 ‘우익수 앞 땅볼’이라는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벨린저는 류현진의 등판 때마다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을 하더니 이날도 멋진 플레이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렇듯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류현진은 통화를 하면서 “평소와 특별히 다르게 던진 것은 없었다”고 태연하게 말하며 가끔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다저스가 8회말 4점을 보태 6-0으로 달아나자 류현진이 9회초에도 나가 2경기 연속 완봉승에 도전했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한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8회초 첫 안타를 내주고 투구수도 100개를 훨씬 넘어가면서 다저스 벤치는 이미 마무리 켄리 잰슨에게 몸을 풀 것을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잰슨은 지난 6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출전하지 않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도 등판이 필요했다. 요즘 메이저리그는 기록 못지 않게 선수 보호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장면은 류현진의 어머니 박승순씨의 시구였다.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시구를 했는데 공이 놀랍게도 포수에게 정확히 날아갔다. 마운드 앞쪽에서 던지기는 했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날은 경기 전부터 예감이 좋았다는 느낌이 든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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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