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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AFPBBNews=뉴스1 |
류현진은 지난 5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 경기에서 또 승리를 따냈다.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벌써 시즌 9승(1패)째를 수확했다.
처음엔 다소 긴장이 됐다. 1회 말 2사 후 다저스 1루수 데이비드 프리즈와 유격수 코리 시거가 연달아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다저스 타선이 1회 초 2점을 먼저 뽑아줬기 때문인지 류현진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2사 1, 3루 위기에서 크리스천 워커를 투수 땅볼로 유도해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때부터 그런 투수였다. “야수가 실책을 하거나 팀 타선이 점수를 못 내더라도 표정에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필자와 자주 나눴다.
탈삼진이 2개에 머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날은 체인지업을 앞세워 맞혀 잡는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이른 이날 오후 2시30분쯤 필자와 통화를 한 류현진도 “그렇다. 맞혀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지난 해까지 류현진은 애리조나에 다소 고전한 편이었다. 특히 지금은 애리조나를 떠난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나 A. J. 폴락(다저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애리조나가 류현진에게는 승수를 쌓는 팀이 된 느낌이다. 설령 골든슈미트나 폴락이 남아 있었더라도 요즘 같아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류현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도 초반부터 야수들이 어이 없는 실책을 잇달아 저질렀어도 전혀 흔들림 없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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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애리조나전 4회 안타를 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필자가 "(4회) 애리조나 중견수 케텔 마르테의 홈 송구가 참 빠르고 정확했다"며 "마틴은 러닝 연습을 좀 더 많이 해야겠더라"고 농담을 전하자 류현진은 웃음을 지었다. 류현진은 이날 7회 무사 1루에서는 희생번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켜 타자로서 임무도 충실히 해냈다.
흔히 류현진에 대해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필자는 류현진의 고교 시절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5번타자로 출장한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류현진에게 진작부터 궁금해 했던 고교 시절 타순을 물어봤다. 대답은 “3번, 4번, 5번을 번갈아 쳤다”였다. 이제는 류현진에게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이 아닌 '동산고 클린업트리오 또는 중심타선 출신’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류현진에게 당부했다. “이렇게 여유 있는 피칭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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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