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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한국시간) 컵스전 6회 류현진(가운데 99번)과 다저스 동료들이 마운드에 모여 있다. /AFPBBNews=뉴스1 |
류현진(32·LA 다저스)도 그랬다. 17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서 7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전 6이닝 1실점에 이어 10승 달성에 연거푸 실패했다.
이날 류현진은 평소보다도 잘 던졌다. 다저스도 결국 이기긴 했다. 하지만 벤치 작전과 수비에서 두 가지가 아쉬웠다.
먼저 6회말 공격이다. 다저스는 선두 코디 벨린저의 솔로 홈런으로 2-2 동점을 만든 뒤 크리스 테일러의 2루타와 맥시 먼스의 중전안타로 무사 2, 3루 역전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7번 러셀 마틴. 앞서 1회와 4회 연거푸 삼진으로 물러난 타자였다.
여기서 다저스는 대타 카드로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 알렉스 버두고와 작 피더슨 등 대타 요원도 남아 있었다. 마틴을 잡아 원 아웃이 되면 컵스는 다음 타자를 고의 4구로 거르고 9번 류현진을 상대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저스 벤치는 마틴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마틴이 또 삼진으로 물러나 1사 2, 3루가 된 후에야 카일 갈릭 타석에 버두고를 대타로 냈다. 컵스는 '당연히' 자동 고의 4구로 만루를 채운 뒤 류현진을 상대했다. 류현진은 삼진, 그리고 또 뒤늦게 대타로 나온 피더슨도 2루 땅볼로 물러나 끝내 역전에 실패했다.
박빙 승부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점수를 뽑아야 투수도 야수들도 안심을 하게 된다. 더욱이 다저스 마무리 켄리 젠슨은 누가 봐도 불안하지 않은가. 결국 8회말 마틴의 좌전 적시타로 3-2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 상황도 아슬아슬하고 운이 따랐다. 컵스 좌익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다저스 2루주자 테일러가 3루를 밟기도 전에 공을 잡았으나 어깨가 나빠 결승 득점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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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한국시간) 컵스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그러나 시프트는 투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이미 알려졌듯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오른손 타자가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꺾어 쳐 왼쪽으로 타구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극단적인 시프트는 상대도 그에 대비한 타격을 하게 마련이다. 결국 콘트레라스는 3구째 시속 83마일(약 134km) 체인지업을 텅 비어 있는 1-2루간으로 가볍게 밀어쳐 동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렇듯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아쉽게 10승 달성을 또 한 번 미뤄야 했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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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