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1번째 주' 모욕+그레츠키 배신감→캐나다, 32년 만의 스탠리컵 간절히 바란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NHL 플레이오프 1라운드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흰색 유니폼)과 오타와 세네터스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NHL 플레이오프 1라운드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흰색 유니폼)과 오타와 세네터스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국기(國技)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도 1917년 캐나다의 주도로 몬트리올에서 창립됐다. NHL 전체 31개 팀 가운데 캐나다 도시를 연고로 하는 있는 팀도 현재 7개나 있다.

하지만 NHL은 어느 순간 미국 팀들의 잔치가 돼 버렸다. 캐나다 팀으로 NHL의 우승컵인 스탠리 컵을 마지막으로 들어 올린 팀은 1993년 몬트리얼 캐나디언스다. 무려 32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올해 캐나다 아이스하키 팀에 대한 자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캐나다 총리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호칭한 도널드 트럼프(79) 미국 대통령의 모욕적인 발언은 물론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전쟁'의 칼끝이 캐나다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신임 총리에 오른 마크 카니(60)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했던 경제통이다. 그의 총리 취임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위한 캐나다의 선택인 셈이었다.

아이스하키 유니폼을 입고 연설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FPBBNews=뉴스1
아이스하키 유니폼을 입고 연설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FPBBNews=뉴스1
그는 아이스하키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 시절 아이스하키 팀 백업 골리로 활약했으며 NHL 경기도 자주 관전했다. 총리로 취임한 후 대중들과 만날 때 자주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할 정도다.


16개 팀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2025년 NHL 플레이오프에는 5개의 캐나다 팀이 포함됐다. 5개의 캐나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선 건 2017년 이후 처음이었다. 6일 현재 캐나다의 3팀이 2라운드(8강전)에 올라 있다. 2라운드에 캐나다의 3팀이 진출한 건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팬들은 2025년을 캐나다 팀의 NHL 우승 가뭄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전력상 캐나다 팀이 우승을 거두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트럼프의 발언과 관세전쟁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캐나다 국민들의 자국 팀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웨인 그레츠키(가운데). /AFPBBNews=뉴스1
웨인 그레츠키(가운데). /AFPBBNews=뉴스1
여기에는 캐나다가 낳은 국보급 아이스하키 스타 웨인 그레츠키(64)에 대한 캐나다 국민들의 배신감도 큰 몫을 했다.

미국 CNN은 지난 4월 2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깎아내린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선거 승리 축하연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모자를 쓰고 참석한 그레츠키는 캐나다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그레츠키가 미국 51번째 주의 '주지사'가 되는 게 좋겠다는 농담까지 해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 때문에 캐나다에서 그레츠키는 그의 별칭인 '위대한 선수(The Great One)'이 아니라 '증오하는 선수(The Hated One)'이 돼 버렸다.

그레츠키는 캐나다 팀 에드먼턴 오일러스를 4차례나 NHL 정상에 올려 놓고 1988년 미국 팀 LA 킹스로 이적했다. 그가 아이스하키의 불모지였던 LA를 NHL의 중심도시로 변모시키는 동안 캐나다 팬들은 그에 대해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킹스로 이적한 뒤부터 NHL에서 캐나다 팀의 위상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영화배우였던 그의 부인 자넷 존스 때문에 그가 LA로 갔다는 얘기도 캐나다에서 널리 회자됐다. 그는 킹스로 이적하면서 눈물을 흘렸지만 이는 위선자의 거짓 눈물을 상징하는 '악어의 눈물'에 불과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마크 카니(왼쪽)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크 카니(왼쪽)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카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양국간의 관세 문제에 대해 "미국은 캐나다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4대 프로 스포츠 리그 중 하나인 NHL은 캐나다 팀과 캐나다 국민들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과 열정 없이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한 마디로 NHL은 캐나다가 만들고 미국이 키운 리그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NHL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트럼프의 배타적 정책에 분노하고 있는 캐나다 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이유도, 그들이 캐나다 팀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