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프로야구 생중계 보셨나요? '직관'-'집관'과 이것이 달랐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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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에서 프로야구 생중계를 시청하는 관객들. /사진=필자 제공
CGV에서 프로야구 생중계를 시청하는 관객들. /사진=필자 제공
CGV인천에서 프로야구 생중계를 관람하는 필자. /사진=필자 제공
CGV인천에서 프로야구 생중계를 관람하는 필자. /사진=필자 제공
필자는 지난 18일 일요일 오후 2시 지인과 함께 CGV인천을 찾았다. KBO리그 극장 생중계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경기는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대전 경기였는데 대전한화생명볼파크도 1만 7000석이 매진됐고 CGV인천의 상영관 역시 103석이 만석이었다.

올해 CGV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매주 일요일 KBO리그 2경기씩을 극장에서 생중계하고 있는데, 야구장 직관이 어려운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26년간 프로야구단 프런트를 경험한 필자로서도 멀티 플렉스 극장에서 야구를 관람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17년 전인 2008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는 '우리의 라이벌은 CGV와 에버랜드'라며 멀티 플렉스 극장과 테마 파크가 프로야구단의 경쟁 상대라고 천명했다. 이전에는 타 구단이 관중 유치의 라이벌이라 생각했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멀티 플렉스 극장과 테마 파크를 지칭하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에 시간점유율 개념을 접목시켰다.

필자가 이 작업을 담당했는데, 당시 멀티 플렉스 극장의 대표격인 CGV는 한 마디로 프로야구가 넘보기 힘든 선망의 대상이었다. 멀티 플렉스 극장은 1998년 국내에 처음 생겼고 10년이 지난 2008년에는 국민들의 여가 선용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CGV인천이 1999년 개관했는데 인천시민들은 멀티 플렉스 극장이 인천에 상륙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 CGV에서 영화가 아닌 프로야구 생중계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필자는 극장에서 야구 생중계 시청이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3시간 가까이 경험을 해보니 필자가 추측한 대로 극장 야구 관람은 야구장 '직관(직접 관람)'과 '집관(집에서 TV 시청)'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었다.


우선, 야구장과의 공통점. 야구장과 비슷하게 테이블석이 다수 확보돼 있었다. 야구장 테이블석은 국내 야구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좌석 중 하나이다. 테이블석이 인기가 높은 건 식음료를 펼쳐 놓고 먹을 수 있는 데다 유니폼을 걸어 놓고 스케치북을 세워 놓으면서 TV 중계 화면에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테이블석이 CGV 상영관에도 있는 것이다. 야구장 테이블석처럼 전기 콘센트가 구비돼 있었다. 다만 야구장과 다른 점은 테이블에 유니폼을 걸어 놓거나 스케치북을 세워 놓지는 않았다. TV 중계 화면에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CGV에서 상영되는 프로야구 경기 화면. /사진=필자 제공
CGV에서 상영되는 프로야구 경기 화면. /사진=필자 제공
야구장과 비슷하게 극장 역시 가족과 연인, 여성 관객 비중이 높았다. 또 9회초 들어가기 전에 슬슬 퇴장하는 관객들이 보이는 것도 야구장과 흡사했다. 야구장에서는 많은 관중들이 동시에 퇴장하면 퇴근길이 혼잡해 일찍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극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극장임에도 관객들이 응원 구호를 외치고 선수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홈런이 한 차례 나왔는데 야구장 만큼은 아니지만 극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앰프를 두고 양팀 선수들의 등장곡을 틀어주면 관객들의 반응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장과 차이점은 역시 현장감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감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집관과 비슷했다. 반면 야구장은 앰프 소리가 커서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극장 관람이 나았다.

일반 상영관과 다른 점으로는 좌우측에 조명이 켜져 있었다. 조도가 높지 않은 수준이어서 사람의 식별이 가능했다. 일반적인 극장은 옆 사람도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데 야구 관람을 하는 상영관은 그렇지 않았다.

KBO와 CGV는 지난 해 50%가 넘는 평균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KBO리그 극장 생중계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는데 올해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KBO리그의 인기 폭발로 야구가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와 콜라보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 선망이 대상이었던 멀티 플렉스 극장에서 야구 생중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앞으로도 야구팬들이 프로야구를 통해 다양한 콜라보와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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