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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86m, 세로 16m의 에스콘필드 전광판. /사진=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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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석 좌우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 2개. /사진=필자 제공 |
① '야구장 하나가 인구 5만 도시를 바꿨다' 日 홋카이도에서 KBO리그를 생각하다
② 세계 최대 전광판 2개 '웅장'→온천 관람석 '신박'... 곳곳에 담긴 '디테일'
필자는 지난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에스콘필드 홋카이도에서 닛폰햄의 5경기를 관전했다. 2023년 개장한 신구장을 1~2경기만 봐서는 인사이트를 얻기 어려울 것 같아 홈 6연전에 맞춰 방문했다. 개인적으로는 2006년 일본시리즈 3~5차전을 삿포로돔에서 관전한 이래 19년 만에 NPB를 야구팬의 입장에서 볼 수 있었다.
에스콘필드는 시설, 운영 전반에 걸쳐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장을 일본 홋카이도로 옮겨온 수준이었다. 닛폰햄 구단이 에스콘필드의 설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른바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의 '디테일'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각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야구장을 소유하다 보니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무원들이 설계를 맡아 '디테일'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에스콘필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필자의 체험을 통해 에스콘필드를 ▲시설 ▲이벤트 ▲식음료·굿즈숍 ▲팬서비스 ▲경기력 등으로 나눠 국내 야구팬들에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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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닝 타임에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모습. 인원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사진=필자 제공 |
에스콘필드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외야석 좌우의 대형 전광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야구장 전광판(가로 86m, 세로 16m) 2개가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기존 세계 최대인 프로그레시브 필드(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홈 구장)의 전광판이 좌측 외야 상단에만 있는 데 반해, 에스콘필드는 좌우 외야석 상단에 1개씩 있어 전광판이 주는 웅장함이 압권이었다.
2016년 문학구장(현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빅보드(가로 63.398m, 세로 17.962m, 넓이 1138.75㎡)를 설치했을 때만 해도 당시 세계 야구장 가운데 최대 규모인 MLB 세이프코 필드의 전광판보다 총면적이 77.41㎡ 더 크다는 점을 SK 와이번스가 부각시켰는데 이제는 에스콘필드의 전광판이 세계 최대가 됐다.
에스콘필드에는 스카이박스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스위트박스(에스콘필드에서는 '다이아몬드클럽박스'라고 부른다)가 고층(스카이)이 아닌 저층에 위치해 있다. 일반적인 스카이박스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고층에 있다 보니 야구 관람의 시야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데 에스콘필드의 스위트박스는 1층 레벨에 위치해 있어 이런 단점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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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라운지. /사진=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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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관람석. /사진=필자 제공 |
또 다이아몬드클럽시트 고객들이 이용하는 VIP 라운지가 지하층에 위치해 있는데 뷔페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는 MLB 야구장과 유사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VIP 라운지가 선수단 기자회견장과 연결돼 있었고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인터뷰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SK 와이번스도 7~8년 전 문학구장 리모델링 계획을 세웠는데 지하층에 VIP 라운지를 만들어 선수들이 이동하는 동선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설치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아쉽게도 그 계획은 성사되지 못했다.
필자는 5경기 동안 에스콘필드의 각기 다른 좌석에서 야구를 관람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좌석은 온천 관람석이었다. 야구장에서 온천이나 사우나를 하면서 경기를 관전한다는 건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였다. 특히 사우나 안에서 사진 촬영이 허용된다는 게 놀라웠다.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돼 있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인기가 무척 많을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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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관중들(노란 원)이 그라운드로 내려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
경기 중 이벤트 운영은 MLB처럼 전광판 중심이었다. 세계 최대의 야구장 전광판을 바라만 봐도 눈이 즐거웠다. 의아한 대목은 듀얼 전광판과 가로 전광판 모두 선수들의 기록이 비교적 단순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 기록이 주는 재미 요소가 무궁무진한데 한국이나 미국의 야구장 전광판과 비교해 기록 제공이 매우 적었다. 이와 관련해 닛폰햄 관계자에게 물어보자 "삿포로돔 시절에는 야구 기록을 전광판에 다양하게 제공했지만 팬들의 관심이 높지 않았다"고 답했다.
스코어보드에 볼넷, 몸에 맞는 볼을 의미하는 B가 없고 전광판에 타자의 경우 출루율, OPS는 나오는데 장타율이 없었다. 관중들이 OPS에서 출루율을 빼서 장타율을 계산하도록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투수의 경우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있는데 홀드, 세이브가 없었다. 불펜 투수가 나올 때 홀드나 세이브 개수가 궁금했는데 확인할 수 없었다.
전광판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돔구장 천장에 설치한 카메라를 활용하는 장면이었다. 비디오 판독, 경기 전 감독 라인업 교환, 투수 노출에 활용했는데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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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중계진의 방송 모습을 관중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
에스콘필드의 응원단상을 외야석이 아닌 내야석으로 옮긴 건 코어(열성) 팬일수록 외야로 가는 현상을 방지하고 원정팬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 일반적으로 코어 팬일수록 야구장 방문 빈도가 높기 때문에 객단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응원단상이 내야석으로 옮겨 있다 보니 일반 관중들 위치에서 응원단의 열정적인 응원을 지켜볼 수 있어 하나의 볼거리 역할을 하고 있다.
<3편에 ▲식음료·굿즈숍 ▲팬서비스 ▲경기력 소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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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