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와 다르네' 원정팀 수훈선수 인터뷰가 전광판에→식음료 매장도 경기 후 1시간 이상 운영 [류선규의 에스콘필드 탐방기③]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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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콘필드 전광판에 원정팀인 히로시마의 수훈 선수 인터뷰 모습이 표출되고 있디. /사진=필자 제공
에스콘필드 전광판에 원정팀인 히로시마의 수훈 선수 인터뷰 모습이 표출되고 있디. /사진=필자 제공
에스콘필드에서 경기 후 관중들(노란 원)이 그라운드로 내려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에스콘필드에서 경기 후 관중들(노란 원)이 그라운드로 내려가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일본프로야구(NPB)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는 21세기 들어 두 차례나 홈 구장을 바꾼 구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홈을 삿포로돔으로 옮겼고, 2023년에는 새로 지은 에스콘필드 홋카이도로 홈구장만 다시 바꾸었다. 스타뉴스는 최근 에스콘필드를 다녀온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의 탐방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야구장 하나가 인구 5만 도시를 바꿨다' 日 홋카이도에서 KBO리그를 생각하다


② 세계 최대 전광판 2개 '웅장'→온천 관람석 '신박'... 곳곳에 담긴 '디테일'

③ 'KBO와 다르네' 원정팀 수훈선수 인터뷰가 전광판에→식음료 매장도 경기 후 1시간 이상 운영

닛폰햄 구단은 20년, 30년을 함께할 새로운 팬들을 만들고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아올 수 있게 에스콘필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에스콘필드에 입장한 뒤 정작 야구는 보지 않는 팬들도 많다고 한다. 닛폰햄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팬층을 넓힐 수 있는 길이라 판단했다. 필자도 5경기 관람을 하면서 야구만 보지 않고 경기 외적인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KBO리그와 다른 점도 꽤 눈에 띄었다.


생맥주 양조 기계를 볼 수 있는 식당. /사진=필자 제공
생맥주 양조 기계를 볼 수 있는 식당. /사진=필자 제공
■ 식음료·굿즈 숍

에스콘필드가 위치한 기타히로시마시(市)는 워낙 시골이다 보니 맛집이 많은 동네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에스콘필드는 마치 동네 시장에 온 것 같이 다양한 식음료(F&B) 매장들이 가득했다. KBO리그 야구장들도 과거에 비해 먹거리가 풍부해져 젊은 야구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에스콘필드에는 일본 전역의 맛집들을 푸드코트에 모아 놓은 느낌을 줬다. 일본식 술집(이자카야)도 있고 한국 식당도 있다.

야구장 야외 공간에는 푸드트럭이 설치돼 라멘, 우동을 판매했다. 또 외야석 뒤편에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생맥주 양조 기계들이 있고 식당에서 생맥주를 바로 마실 수 있어 신기했다. 기타히로시마에서 식도락을 즐기려면 에스콘필드 안에 들어오면 될 것 같았다.

굿즈 숍도 여러 군데 있었는데 원정팀 굿즈 숍이 외야 뒤편 공간에 비교적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원정팀 팬들을 배려하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로 보였다. 다만 KBO리그는 캐릭터 유니폼을 포함해 얼트 유니폼이 활성화됐지만 일본 프로야구는 그렇지 않다 보니 유니폼이 다양하지는 않았다.

식음료 매장마다 '최후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대기 줄의 끝을 알리는 스태프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필자 제공
식음료 매장마다 '최후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대기 줄의 끝을 알리는 스태프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필자 제공
■ 팬 서비스

에스콘필드는 시설만 훌륭한 게 아니었다. 관중들을 위한 배려나 팬 서비스가 탁월했다. 식음료 매장이나 굿즈 숍마다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대기 시간이 짧았고, 식음료 매장마다 대기 줄의 끝을 알리는 팻말을 들고 있는 스태프가 서 있어 인상적이었다.

또 대부분의 야구장에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적지 않은데 에스콘필드는 대기 줄이 무척 짧았다. 식음료 매장이나 굿즈 숍의 긴 줄과 비교됐다. 이는 화장실을 여유있게 많이 설치함으로써 대기 시간을 최소화시켜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고려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 에스콘필드의 화장실은 총 19개소이고 변기수가 696개이다.

원정팀 팬들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6회말이 끝나고 전광판을 통해 원정팀 공식 응원가를 송출하는데 NPB 야구장이면 어디서든 하는 이벤트이다. 원정팀이 승리한 후에는 원정팀 선수를 대상으로 히어로 인터뷰를 그라운드에 진행하고 전광판에도 노출해 줬는데, 이것은 닛폰햄에서만 하는 이벤트이다. 닛폰햄이 홋카이도에 위치해 있다 보니 원정팀 팬들에 대한 서비스를 다른 구단들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았다.

3만 명 이상(좌석은 2만 9000석, 입석 포함 3만 5000명까지 가능)의 관중이 동시에 퇴장하면 혼잡할 것을 우려해 식음료 매장을 경기 후 1시간 이상 운영하고 야구장 조명 역시 1시간 넘게 켜 놓으면서 그라운드 수훈선수 이벤트, 가수 공연, 그라운드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에스콘필드 내부에는 '오퍼레이션 룸'이 있는데 이곳에서 야구장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었다. 식음료 매장이나 굿즈 숍의 매출, 관중의 입출입 현황, 소셜 미디어(SNS) 반응, 관중 사고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올라오고 구단에서 바로 대응했다. '오퍼레이션 룸'은 에스콘필드 '디테일'의 결정판 같이 보였다.

구장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룸'.   /사진=필자 제공
구장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룸'. /사진=필자 제공
■ 경기력

닛폰햄의 홈 6연전 상대팀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히로시마 도요 카프였는데 닛폰햄을 포함해 세 팀 모두 20대 중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30대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NPB 팀들이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 같았다. KBO리그는 대부분 30대 선수들이 주축이고, 40대 선수들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NPB가 투고타저가 심하다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등판하는 투수들은 평균자책점(ERA) 0점대와 1점대가 대부분이었고 타자들은 타율(AVG) 1할대와 2할대 초반이 대다수였다. KBO리그는 3/4/5(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 슬래시 라인을 강타자의 기준으로 삼는데 NPB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투고타저 리그인데다 양팀이 경기 중 수비 실책도 적어 점수가 잘 나지 않는 야구 경기였다. KBO리그와는 달리 경기 후반 역전 승부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올해 6월 8일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KBO리그 역대 최고 시청률(3.5%)을 기록했는데, 이 경기가 연장 끝내기 실책으로 승부가 갈렸다. 이런 드라마틱한 반전을 NPB에서는 보기 힘들 것 같았다.

에스콘필드 내부 전경.  /사진=필자 제공
에스콘필드 내부 전경. /사진=필자 제공
에스콘필드에서 5경기를 직관하면서 NPB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관중들의 연령대 변화가 크게 없어 보였다. KBO리그는 최근 2030 여성들이 야구장의 주류가 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데에 반해 NPB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그리고 50대 이상의 연령층도 여전히 많아 보였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야구장을 추구하는 닛폰햄의 전략과 부합하는 분위기였다.

필자가 보기에 에스콘필드의 '디테일'은 닛폰햄의 '겸손함'에서 우러나온다. 이들은 매년 구단 관계자들을 한국에 보내 한국과 한국 야구를 배우고 있다. 이제는 MLB 수준으로 올라온 닛폰햄 입장에서 한국에서 배울 게 많지 않을 것도 같은데, 올해도 구단 관계자들이 대전한화생명볼파크, IT기업을 비롯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를 방문한다. 특히 올해는 KBO 구단 프런트 출신 한국인을 경력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런 '겸손함'이 오늘의 닛폰햄을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에스콘필드의 시설에 주목하지만 필자는 에스콘필드의 '디테일'과 닛폰햄의 '겸손함'을 배우고 싶다. 앞으로도 21세기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을 만드는 닛폰햄의 혁신 행보를 기대해 본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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