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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경은 자기가 하는 일에 있어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인물이다. 음악감독이란 직업을 가진 그는 동해와 남해의 파도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고 까탈스럽다. 이토록 까칠하고 완벽주의자인 성격 탓에 빳빳하게 세운 가시들은 고스란히 주위 사람들한테 피해를 준다. 물론 그가 사랑하는 여자, 오해영(서현진 분)의 피해가 제일 크다.
에릭(문정혁. 37)은 지난 28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남자주인공 박도경으로 분했다. 오해영을 사랑하지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쉽게 자신의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는 의도치 않게 계속 상처만 준다. 그러나 가끔 보이던 미래가 바로 자신이 죽기 전, 가장 후회했던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박도경은 사랑꾼으로 변한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 솔직해지자 죽음도 빗겨갔다.
나쁜남자로 표현되는 박도경의 매력은 여심을 제대로 홀렸다. 마지막회가 방송하는 날까지 촬영을 한 그는 동료 배우들과 거하게 회포를 풀었다.
"종영했으니 아쉽죠. 배우들끼리 일주일에 하나씩 방송하면서 100회까지 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완벽한 드라마였죠. 그래서 더 아쉬워요. 배우들끼리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처음에는 간단히 마시자고 했는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술을 마셨어요. 종방연도 마찬가지죠."
'또 오해영'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특히 이런 인기를 견인하는데 큰 공을 세운 서현진과 에릭에 대한 사랑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렇기에 에릭에게 있어서도 '또 오해영'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일각에서 '또 오해영'이 인생작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알고 있어요. 사실 저도 인생작이라고 생각해요. 종방연에서도 다른 배우들과 이렇게 말했어요. 다음 작품 쉽게 못할 것 같다고. 물론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에 놔주기 아쉬운 것도 있죠.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현장, 시청률, 화제성, 사랑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또 오해영'만큼 나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저희도 '또 오해영'을 너무 사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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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에서 에릭과 서현진은 섬세하고 사실적인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두 사람의 농도 짙은 스킨십과 키스신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에릭은 "처음부터 진하게 하니까 다음부터는 편했다"며 웃어 보였다.
"'또 오해영'의 첫 키스신은 허영지와 허정민이 했어요. 그런데 첫 키스신부터 침대에서 진하게 했잖아요. 이후 감독님이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보여주시면서 '긴장 좀 해라'고 말씀해서 부담이 됐어요. 또 현진이랑 첫 키스신도 8회 분량에 나왔어야 했는데 밀려서 뒤에 하게 됐죠. 이런저런 상황이 맞물리고 감정도 극으로 향한 상태였기 때문에 키스신이 강하게 표현됐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조금 편해졌어요."
에릭에게 있어서도 서현진은 단순한 동료 그 이상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선후배 가수이기도 했을 정도로 긴 인연을 자랑한다. 에릭은 '또 오해영'을 통해 서현진이 크게 사랑받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현진이가 '또 오해영'을 통해 큰 사랑을 받게 됐어요. 그러나 시청자들만큼 배우들도 서현진을 한마음으로 사랑했어요. 제가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보니까 느낀 게 있어요. 톱스타는 깐깐하고 고집도 있어야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고 자리를 유지하기도 쉽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착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상처를 잘 받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이 잘되면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요. 서현진이 그런 경우죠."
에릭은 '또 오해영'을 통해 다시 '로코킹'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지금까지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다른 힘을 보여줬던 에릭의 연기는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에릭도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그런 그에게 '로코킹'이라는 애칭은 아직 따라다니고 있다. 이에 대해 에릭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얘기했다.
"'로코킹'이라고 불리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죠. 사실 '연애의 발견'에 이어 '또 오해영'을 하면서 그런 애칭이 생긴 것 같아요. 게다가 '또 오해영'은 분위기도 좋고 성적도 좋고 모든 것이 잘됐잖아요. 그래서 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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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만 봐도 작가의 노림수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로맨틱 코미디에 남다른 감을 가진 에릭. 그렇지만 그도 '또 오해영' 속 박도경을 연기하는데 고민이 있었다.
"크게 이해가 안되고 어려웠던 부분은 사실 없었어요. 대신 고민은 있었죠. 기존에 했었던 전 작품들에 비해서 박도경이 극 초반에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어요. 또 나중에는 밝혀지지만 미래가 보인다는 설정이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럴수록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을 믿고 갔어요. 제가 굳이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렇다면 작품이 끝난 지금, 에릭은 본인이 연기한 박도경에 대해 얼마나 만족할까. 그는 "만족스러웠다"고 말하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솔직히 모니터를 해보니 만족스러웠어요. 예전 작품들은 끝나고 나서 어떤 연기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는 달라요. 제가 약한 부분이 있는데 그러면 저는 정면돌파하지 않고 돌아가요. 물론 이번에도 그랬죠. 그러나 끝나고 난 뒤 생각해봤을 때, 이제는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할 생각이에요."
에릭의 말처럼 박도경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여성시청자들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 이는 박도경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에릭은 그런 박도경을 '멋진 남자'라고 정의했다.
"박도경은 멋있어요. 평소에 제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본의 아니게 바람둥이 혹은 겉으로 멋있는 척하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진짜 멋있는 남자는 말로 '나 멋있어'라고 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자예요. 박도경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상황적으로 잘해주는, 행동으로 잘해주는 남자죠. 멋있는 남자예요."
그렇다면 에릭은 박도경과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할까. 그는 긴 시간 동안 고민한 후 힘들게 대답했다. 그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박도경과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면이 많아요. 저도 연애를 할 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물론 박도경보다 애정표현은 물론 애교도 자주 부려요. 싱크로율을 따지면 80% 정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