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1타점'→22년만 투수 데뷔→1호 홀드까지, 이대호 피날레 '종합선물세트'

롯데 이대호가 8일 LG전 8회초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공수 맹활약했다. 경기 후반부엔 마운드에 나서는 깜짝 선물까지 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호쾌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1회말 2사 1루에서 LG 선발 김영준의 2구를 타격해 중전 2루타를 만들었다. 1루 주자 잭 렉스를 빠르게 홈을 밟아 선취 타점으로 연결됐다.

이대호의 활약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LG가 바로 2회초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는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한동희의 솔로포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대호는 3회말 1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나섰다. 3루 땅볼을 쳐 병살타로 물러났다.


세 번째 타석도 범타였다. 여전히 2-2로 맞선 5회말 1사 1루에서 이번엔 2루 땅볼을 쳤다. 2루수-유격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가 됐다.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선 다시 타점 기회를 맞았다. 1사 1,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오석주를 상대로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그의 타석은 여기까지였다.

롯데 이대호가 8일 LG전 7회초 LG 문보경의 1루 땅볼때 병살로 처리하고 뛰어가고 있다.

수비 요정의 면모도 보였다. 지난 6월 18일 SSG전 이후 오랜만에 나서는 1루 수비지만 탄탄함을 보였다. 3회초 2사에서 오지환이 친 빠른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냈다. 오지환을 아웃시킨 뒤 손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6회에는 선두타자 송찬의의 파울 플라이를 빠르게 달려가 잡아냈다.

7회에도 빛났다. 1사 1루에서 문보경이 친 내야 땅볼 타구를 건져낸 뒤 바로 2루로 쐈다. 1루 주자 이영빈이 2루에서 포스아웃됐고, 투수 최준용이 1루 베이스 커버를 와 타자 주자까지 아웃시켰다. 이대호의 수비로 시작된 병살타였다.

하이라이트는 8회였다. 7회말 고승민의 적시타로 롯데가 32-로 앞선 8회초.

이대호는 7회말 자신의 타석이 끝난 후 바로 불펜으로 향했다.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8회초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마침내 투수 이대호가 등장한 순간이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이대호는 투수로 입단했지만 바로 타자로 전향했다. 프로 무대서 볼 수 없었던 투수 이대호가 자신의 은퇴 경기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이대호는 롯데 팬들의 큰 환호성을 받으며 마운드에 섰다.

그러자 LG는 고우석을 대타로 내보내 최고의 예우를 보였다. 최고 타자와 올해 세이브 1위 최고의 투수가 맞붙는 진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그야말로 낭만야구였다. 양 팀 팬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이대호는 고우석을 상대로 초구 126km의 직구를 뿌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어 2구째 129㎞ 직구로 파울을 유도해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었다. 3구째 128㎞ 직구는 볼이 됐고,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127㎞ 직구에 고우석은 투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다.

고우석이 잘 쳤지만 이대호는 놀라운 반사 신경을 보이며 잘 잡아냈다. 이대호는 타구를 직접 받아 1루 전준우에게 송구하며 고우석을 아웃시켰다. 이대호와 고우석은 1루에서 진한 포옹을 하며 훈훈함을 안겼다.

이대호는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의 1호 홀드가 적립됐다.

경기는 3-2로 롯데가 승리하며 완벽한 하루가 됐다.

롯데 이대호가 8일 LG전 1회말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