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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이 21일 신시내티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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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가운데).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3 MLB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넉넉한 타선 지원 속에 팀이 10-3으로 이기며 시즌 2승(1패) 째를 챙겼다. 이날 실점도 야수들의 실책으로 류현진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14이닝 연속 비자책 투구를 이어간 류현진은 평균자책점(ERA)도 종전 2.57에서 1.89로 크게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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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이 신시내티전 공을 뿌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
160㎞ 강속구 투수 격침시킨 100㎞대 커브... 류현진은 '아트피칭'의 교과서였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83구에 불과했다. 최고 시속은 89.6마일(144.2㎞), 평균 87.4마일(140.6㎞)로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지만 야구는 지극히 상대적인 스포츠라는 걸 증명했다.포심 패스트볼을 38구 던진 류현진의 신무기 '폭포수 커브' 최저 구속은 65.5마일(105.4㎞)로 가장 빠른 공과 40㎞ 이상 차이를 보였다. 커브를 16구 뿌린 여기에 속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지는 전매특허 체인지업(18구)과 속구처럼 오다가 빠르게 꺾이는 컷패스트볼(11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했다. 이 중 56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과 함께 완벽한 제구를 자랑했다.
존을 넓게 사용하는 특유의 영리한 투구를 펼쳤고 신시내티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고 때론 꼼짝도 못하고 루킹삼진으로 물러났다.
1회 단 12구로 삼자범퇴로 막아낸 류현진의 진정한 가치는 2회에 발현됐다. 타선이 5점을 뽑아 5-0으로 앞선 채로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 타자 스펜서 스티어를 내야 안타로 출루시킨 뒤 그동안 자신에게 강했던 조이 보토를 만났으나 3구 삼진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유리한 0-2 볼카운트를 잡은 뒤 65.5마일(105.4㎞) 커브로 허를 찔렀고 보토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킨 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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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전 투구하고 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흔들림은 없었다. 3회초 선두타자 T.J. 홉킨스를 맞이한 류현진은 초구 속구, 2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더니 류현진은 4구째 85.9마일(138.2㎞) 커터를 존 바깥쪽에 꽂아 넣으며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 맷 맥레인에게 이날 첫 볼넷을 내줬으나 이는 볼넷을 싫어하는 류현진을 더 걱상하게 만들었다. 데 라 크루즈와 6구 승부 끝에 몸 쪽 낮은 66.2마일(106.5㎞) 환상적인 커브로 헛스윙 삼진, 스펜서 스티어에겐 초구부터 커브를 던지며 투수 땅볼로 3회를 마쳤다.
타선은 류현진의 어깨를 더 가볍게 해줬다. 9-2 리드에서 나선 류현진은 4,5회를 간단히 막아냈다.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몸 쪽 속구로 타자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5회 무사 1,2루 위기에서도 홉킨스를 상대로 몸 쪽 과감한 속구 승부로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자랑했다. 위기에서도 초저속 커브를 과감히 뿌렸고 신시내티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헌터 그린은 시속 160㎞를 뿌리는 강속구 투수지만 3이닝 동안 10피안타(5피홈런) 3볼넷 4탈삼진 9실점(8자책)으로 시즌 5번째 패배(2승)를 당했다. 투수에게 완벽한 제구와 경기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수 알려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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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공을 뿌리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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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호투에 넉넉한 타선 지원으로 화답한 타선. /AFPBBNews=뉴스1 |
'1년 재활한 투수 맞아'? '건강한 RYU' 걱정은 사치, 류현진이 웃는다
KBO리그를 정복하고 2013년 빅리그로 향한 류현진은 화려했던 첫 두 시즌을 보낸 뒤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어깨 관절 수술을 받았다. 자칫 투수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거의 두 시즌을 재활에 전념한 류현진은 이후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2019년엔 ERA 2.32로 내셔널리그(NL) 이 부문 1위,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이러한 활약을 앞세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2020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1072억 원) 계약을 체결한 그는 두 시즌 동안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하며 높은 주가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투수들이 받는 흔한 수술 중 하나이긴 하나 류현진의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이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 더구나 토론토는 이미 5선발 체제가 자리 잡힌 팀이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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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지난 14일 시카고 컵스전에선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리를 맛 봤다. 이어 이날도 비자책점 투구를 이어가며 연이어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은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 등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상대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 예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카운트를 잡으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 점이 잘 통했다"며 "우리 팀 타자들이 초반에 많은 점수를 뽑아주면서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어 자신의 구속에 대해 "조금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같은 제구력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오늘 경기에서는 모든 구종의 제구가 잘 됐다"며 신무기 커브에 대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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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감탄 또 감탄, 美는 잊고 있던 '류현진 아트피칭'에 다시 매료됐다
현지에선 류현진의 예술투에 감탄하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토론토 구단은 경기 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표현인 "류현진 폼 미쳤다"라고 한국어로 적으며 "몬스터 마스터 클래스"라고 치켜세웠다.과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과 수차례 상대했던 팀 동료 브랜든 벨트도 "류현진은 투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류현진이 마운드 위에서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런 무기를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투수"라며 "류현진은 상당히 빠른 템포로 투구한다. 그런 투수의 뒤에서 경기하는 건 상당히 즐거운 일"이라고 엄지를 들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 또한 "류현진이 정말 좋은 투구를 해줬다. 상대 신시내티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그 점을 역으로 이용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며 류현진의 영리함에 감탄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 스타는 "류현진은 이날 평균 시속이 90마일을 단 한 번도 넘긴 적 없이 평균 87.4마일에 그쳤지만 교묘한 속임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면서 "훌륭한 구종 조합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던지는 모두 구종들이 스트라이크를 잡는 무기였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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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투구 영상과 함께 한국어로 "류현진 폼 미쳤다"라고 극찬한 토론토 공식 계정.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올 시즌은 류현진에게 매우 중요하다. 4년 8000만 달러 대형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 시즌이 절반 이상 흐른 뒤 복귀했지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기엔 충분한 시간인 것처럼 보인다. 류현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캐나다 지역지 토론토 스타의 칼럼니스트 마이크 윌너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14개월 이상 재활에 전념한 선수가 이런 좋은 제구력을 보여준다는 게 무척 놀랍다. 대부분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제구력을 가장 늦게 찾는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활약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두 차례 수술, 짧은 활약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계약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와 부상 이력 등으로 인해 장기 계약을 맺긴 어려울 수 있으나 류현진의 가치를 인정하는 적지 않은 팀들의 러브콜을 받기엔 충분한 활약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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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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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