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형 감독(가운데)이 13일 고척 키움전에서 5회 초 심판진에 어필하고 있다. |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원정경기, 1-4로 뒤지던 5회 초 공격에 나선 롯데는 선두타자 빅터 레이예스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등장한 타자는 4번 전준우. 키움 선발 김선기는 패스트볼 2개를 던졌으나 모두 볼이 되면서 불리한 볼카운트가 됐다. 이어 김선기의 3구째 공은 시속 126km의 슬라이더. 키움 포수 박준형은 볼을 받은 후 미트를 내렸다. 마치 볼처럼 보이는 코스였다.
하지만 주심의 선언은, 정확히는 ABS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실제로 중계화면상 김선기의 3구는 스트라이크존 아래에 걸치는 볼이었다. 포수의 마지막 포구 위치와는 상관 없이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면 인정되기 때문이다.
13일 고척 롯데-키움전 5회 초 전준우 타석 3구째 볼이 그래픽상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와 있다. /사진=티빙, SPOTV 중계화면 갈무리 |
곧바로 상대팀 키움의 홍원기(51) 감독도 그라운드에 나왔다. 홍 감독은 주심에게 어필을 한 후, 설명을 듣자 다시 돌아갔다. 김 감독은 반대편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양 팀 사령탑은 어떤 부분에 대해 어필한 것일까. 키움 구단에 따르면 홍 감독은 김 감독이 ABS 판정에 대해 어필을 했는지, ABS 판정 결과에 대해 어필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고 힌다. 이에 심판진은 'ABS 결과에 대해 문의한 게 맞고, 문의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는 답변을 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맨 왼쪽)이 13일 고척 롯데전에서 5회 초 심판진에 항의하고 있다. |
지난달 열린 시범경기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ABS, 이제 한 달 이상 경험한 선수들은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다. 반대 투구로 들어왔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등 기존에는 겪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황당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판정에 수긍하고 돌아선다.
결국 이는 선수와 심판 사이에 '감정 싸움'을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볼 판정은 심판의 판단 영역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특정 코스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 NC 이재학(34)은 "사람이 볼 때는 (스트라이크를) 놓치면 감정이 있지만, 이제 그 부분이 없어 편하다"고 밝혔다.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용 이어폰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는 이민호 심판. |
다만 아직까지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다. 판정 수신용 이어폰이 작동되지 않아 3루심과 주심이 판정을 공유하는 정도는 애교다. 현재 가장 큰 이슈는 구장이나 날씨 등에 따라 ABS의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진다는 현장의 반응이다.
한화 류현진(37)은 지난달 17일 시범경기 등판 후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좀 다른 것 같다. 그걸 선수들이 빨리 캐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저번(3월 12일 대전 경기)보다 오늘(17일 사직 경기) 높은 존의 스트라이크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KBO에서는 구장마다 존이 같다고 하지만, 몇몇 구장에서 다르게 나오고 있다"며 "몇 구단은 KBO에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ABS에 관한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KBO 제공 |
KBO는 세계 프로야구 1군 리그 최초의 ABS 도입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거쳤다. KBO는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 ABS 시범 운영을 거쳐 기술적 안정성을 높여왔다. 이어 겨울에는 심판위원과 기록위원이 훈련을 실시했고, 허 총재가 직접 이를 챙기며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도입 첫 시즌 초기다보니 현장에서는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 결국 완벽한 적응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