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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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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 구단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이날 자진 사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이 이날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면서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세 시즌 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두산은 3일 오후 5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선발 양현종)를 상대로 홈 경기를 치른다. 두산은 "이날 경기부터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고 했다.
'국민타자'로 명성을 떨친 이승엽 감독은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영웅이다. 2023시즌부터 두산을 이끈 그는 부임 첫해 팀을 정규시즌 5위로 이끌었다. 2022시즌 9위였던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성과를 낸 것. 정규시즌에는 구단 최다 연승인 11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4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하며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다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모두 패하며 쓰라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맞이한 2025시즌. 그는 시즌 초반부터 힘겨운 시간을 보낸 끝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다만 이 모든 게 꼭 이승엽 감독 탓일까. 두산은 애당초 시즌 초반부터 우승 전력이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특히 내야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김재호가 은퇴하고, 허경민이 KT로 이적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다. 스프링캠프부터 강승호가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꾀했지만, 확실하게 한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설상가상, 투수 쪽에서는 토종 에이스 곽빈과 투수조 최고참 홍건희, 그리고 좌완 이병헌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러는 사이 팀은 좀처럼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58경기에서 23승 3무 32패를 마크하며 9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그래도 아직 시즌의 절반도 채 치르지 않은 상황.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KT와 승차는 6.5경기. 남은 시즌 결과에 따라 충분히 가을야구 진출을 도모할 수 있었다. 여기에 3일 KIA전에는 곽빈이 복귀해 선발 등판하는 날이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양석환과 김재환, 강승호 등이 이끄는 타선의 부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키움전에서 20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기도 한 두산이다.
이제는 떠난 이 감독을 둘러싼 마지막 오해 중 하나. 바로 혹사 논란이다. '클로저' 김택연이 특히 그랬다. 지난달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키움전이었다. 당시 2-4로 뒤진 채 끌려가던 두산은 7회초 대거 7득점을 올리며 9-4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진 7회말. 두산은 이영하를 내리고 세 번째 투수 박신지를 올렸다. 하지만 2사 후 흔들렸다. 송성문과 최주환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것.
여기서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5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두산 벤치는 신중했다. 그리고 이 감독의 선택은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이주형을 루킹 삼진 처리했다. 김택연은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건희에게 7구째 유격수 깊숙한 내야 안타를 허용한 김택연. 이어 김태진을 9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는 임병욱. 키움이 대타 카디네스를 내자 두산도 움직였다. 김택연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이 경기가 끝난 뒤 김택연을 향한 혹사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김택연을 굳이 5점 차 상황에서 투입했어야만 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현장의 판단은 달랐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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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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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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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지난 4월 13일 LG전 후 6일을 쉰 뒤 20일 KIA전에 등판했으나 1이닝 2피안타 3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난조를 보였다. 이어 5일을 쉰 뒤 26일 롯데전에 나섰으나,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몸에 맞는 볼 1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고전했다. 계속해서 4일 휴식 후 5월 1일 KT전에 출격했지만, 역시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2자책)으로 흔들린 김택연이었다.
결국 구단 내부적으로 김택연의 휴식일이 너무 길어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5월 1일부터 이틀을 넘게 쉬지 않도록 했고, 이날 역시 휴식일이 길어지자 이 감독은 김택연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이 감독은 "급한 불은 끄고 가자는 생각도 했다. 역전까지 했기에 경기를 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또 아직 완전히 마무리로 돌아선 건 아니긴 해도,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믿는 투수다. 그래서 그 타이밍은 5점 차라고 해도 저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흐름이었다. (김)택연이가 잘 막아줬다. 8회도 마무리하면 좋았겠지만, 투구 수(20구)를 생각해 박치국으로 교체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지금 꼭 잡을 경기는 확실하게 잡고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승이 그 누구보다 절실했던 사령탑이었다.
이 감독은 떠나는 순간까지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은 채 떠난 진짜 리더였다. 언제나 결코 선수 탓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마친 순간에도 "제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했다. 아직 제가 부족한 것 같다. 선수들이 제일 고생 많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 그였다. 두산 관계자는 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승엽 감독님이 '(구단 관계자와 팬 분들께) 더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는 말씀만 하셨다. 감독님은 3년 내내 내가 책임질 테니, 선수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움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최근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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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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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