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감독→두산 지휘봉' 이승엽 사령탑 선임, 예고된 참사였다... 프로는 예능이 아냐

박수진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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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승엽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전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이승엽 두산 베어스 전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를 이끌었던 이승엽(49)이 끝내 지휘봉을 내려놨다. 5월 초부터 끊임없이 사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현실이 됐다. KBO 리그, 곧 프로야구는 예능이 아니었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을 제외하고는 지도자 경력이 전무했던 그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지 못했다.

두산은 지난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이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3일 잠실 KIA전부터 조성환(49) 퀄리티 컨트롤(QC)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이승엽 전 감독은 '국민타자'로 현역 시절 온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인물이다. 1995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통산 1906경기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2003시즌 삼성 소속으로 5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당시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이승엽 전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2000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7시즌 KBO 리그 역사에서 사상 첫 은퇴 투어를 했을 정도로 위대한 타자였다.

온 국민을 기쁘게 해줬던 이승엽 전 감독의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모습. /AFPBBNews=뉴스1
온 국민을 기쁘게 해줬던 이승엽 전 감독의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모습. /AFPBBNews=뉴스1
하지만 선수와 지도자는 아예 다른 길이었다. 2023시즌 5위, 2024시즌 4위를 차지했지만, 3번째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이승엽의 역대 감독 전적은 171승 168패 7무(승률 0.504)로 5할을 넘었지만 아쉬운 결말을 맞았다. 야구계에서는 이승엽 감독의 사퇴를 두고 하다못해 2군에서 지도자 경력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나온다.


202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이범호(44) 현 KIA 타이거즈 감독 역시 "2군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것이 지도자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범호 감독은 2021시즌 KIA 총괄 코치를 시작으로 2022~2023시즌 KIA 1군 타격 코치를 지냈고 2024년 2월 KIA 감독이 됐다.

뛰어난 선수가 충분한 준비 없이 감독이 됐다가 실패한 사례는 다른 종목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로농구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태술(41) 감독이 지도자 경력 없이 고양 소노 지휘봉을 잡았다 6개월도 되지 않아 경질됐다. 프로축구에서도 수원 삼성 블루윙즈 레전드였던 염기훈(42)이 감독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2024시즌 K리그2 5연패를 당한 끝에 사임했다. 염 전 감독 역시 A매치 57경기 5골을 넣었을 정도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김태술 전 소노 감독. /사진=KBL
김태술 전 소노 감독. /사진=KBL
염기훈 전 수원 삼성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염기훈 전 수원 삼성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충분한 지도자 경력 없이 성급하게 감독이 됐다는 것이다.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이가 1군 무대에서 벼락 성공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물론 프로선수 대부분의 은퇴 후 '로망'은 구단의 감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선임을 한 프런트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축구에서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현재 뛰어난 감독으로 올라선 사비 알론소(44) 현 레알 마드리드 감독마저도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레알 소시에다드 2군 감독 등 충분한 준비를 하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어 레버쿠젠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사비 알론소 감독. /AFPBBNews=뉴스1
사비 알론소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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