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나가"로 시작해 우여곡절 끝 월드컵 진출, 여전히 갈 길 먼 홍명보호

김명석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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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붉은악마 응원단이 협회를 비난하는 야유를 퍼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붉은악마 응원단이 협회를 비난하는 야유를 퍼붓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경기 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경기 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통과했다. 일본, 이란 등 다른 톱시드 팀들이 일찌감치 지난 3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한국은 예선 9차전까지 치른 뒤에야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현수막을 들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은 지난 6일 오전 3시 15분(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꺾었다. 승점 19(5승 4무)를 쌓은 한국은 3위 이라크(승점 12)와 격차를 7점으로 벌리며 최종전 쿠웨이트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 2위를 확보,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여러 기록도 남겼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건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무려 11회 연속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6번째 대업이다. 월드컵 본선에 나간 건 통산 12번째인데, 이는 아시아 최다 기록을 한 차례 더 늘린 또 다른 역사이기도 하다.

6일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 나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6일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 나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다만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사실 애매한 상황이다. 앞서 중국축구조차 월드컵 본선행 희망을 꿈꿨을 정도로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이 크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북중미 월드컵을 통해 요르단, 우즈베키스탄이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이번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대륙별 본선 진출권도 확대됐다.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크게 늘었다. 홍명보호의 월드컵 본선 진출 성과를 굳이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예전처럼 큰 의미를 부여할 단계도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3차 예선 여정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경질된 뒤 두 차례 임시 감독 체제를 거쳐 출범한 홍명보호는 그야말로 각종 논란 속 출발했다. 당시 이끌던 울산 HD를 뒤로한 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의 선택뿐만 아니라 부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까지 거세게 일었다. 박수를 받으며 출항해야 했을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3차 예선 첫 경기부터 관중석에서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던 건, 홍명보호를 향한 팬들의 시선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반전을 이뤄내기 위해선 결국 확실한 전술이나 경기력으로 증명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데뷔 무대부터 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 끝에 비겼다. 그나마 이후 4연승을 달렸지만,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들을 상대로 고전하거나 수비가 흔들리는 등 아쉬운 경기력이 이어졌다. 급기야 팔레스타인·오만·요르단으로 이어진 예선 6~8차전 3경기 연속 무승부라는 '망신'으로 이어졌다. 일본, 이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던 시기라 더욱 대조를 이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기록한 후 침울한 표정으로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전이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기록한 후 침울한 표정으로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라크 원정 역시도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중반 상대의 퇴장이 나올 때까지 한국의 슈팅 수는 단 1개였다. 수적 열세에 몰린 상대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후반에야 조금씩 활로를 찾았다. 폭염이나 상대 일방적인 응원 등 환경적인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70분 가까운 수적 우위나 객관적인 전력 차 등을 고려할 때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았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첫 목표를 이뤘을지언정 홍명보호가 갈 길이 먼 이유다. 월드컵 예선 9경기 중 4경기를 비긴 결과뿐만 아니라, 여전히 홍명보호 전술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은 건 거듭 곱씹을 필요가 있다. "홍명보 나가"로 시작됐던 성난 여론이, 월드컵 본선 확정 이후에도 여전히 차가운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명보호는 오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전을 끝으로 월드컵 예선 여정을 모두 마친다. 다음 달에는 국내파 중심으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하고, 9월 미국·멕시코 원정 평가전 2연전을 통해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에 돌입한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대표팀 전력은 이른바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지난 3차 예선을 시원하게 통과하지 못한 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 등은 그래서 더 냉정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은 "이제는 월드컵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여러 가지 잘 준비해서 본선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사진=뉴스1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사진=뉴스1
정몽규(왼쪽)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꽃다발 받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
정몽규(왼쪽)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꽃다발 받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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