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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KT 전 코치(가운데)와 이강철 KT 감독(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투타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와 견줘도 결코 손색이 없었다. 그만큼 부족함 없는 야구를 펼친다는 최고의 찬사였다. 그러나 지도자로서의 행보엔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KT 위즈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방문경기를 앞두고 이종범(55) 코치의 1군 엔트리 말소 소식을 전했다.
이유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경기에 앞서 야구계에 따르면 이 코치가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차기 시즌 감독으로 섭외를 받고 퇴단을 요청했고 KT가 이를 수용했다고 전해졌다.
KT 구단 관계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뉴스의 질의에 "얼마 전 이종범 코치가 최강야구 감독 합류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퇴단을 요청했다. 구단은 이강철 감독과 협의한 뒤 이 코치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시즌 중 코치진이 1,2군을 오가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팀을 떠나는 일은 드물다. 더구나 코치가 스스로 퇴단을 요청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데 그 이유가 예능 출연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야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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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KT 전 코치. /사진=김진경 대기자 |
다만 프로야구 팀을 이끄는 현역 지도자의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KT는 현재 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절대 시즌을 포기할 정도로 뒤처진 팀이 아니다. 78경기에서 39승 36패 3무로 4위 KIA 타이거즈와 0.5경기 차 6위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음에도 팀보다는 개인의 욕심에 더 치우친 결정을 내렸다.
최강야구로부터 불어온 바람은 여러 호재와 함께 지난해 KBO리그의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 1000만 관중 달성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그 열기는 올해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역대 최소 경기에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는 1000만 관중을 넘어 1200만 관중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추세다.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프로야구에 이 코치의 갑작스런 이탈은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반응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실망감이 번지고 있다. 야구 커뮤니티 등에선 향후 KBO리그의 감독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바란다는 한다는 반응과 현실적으로 현장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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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KT 전 코치(왼쪽에서 2번째). /사진=김진경 대기자 |
다만 이종범 감독이 맡을 최강야구는 이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방송사와 제작진이 갈등을 빚어 기존 출연진과 제작진이 모두 자체적으로 '불꽃야구'로 명칭을 변경해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고 이 감독이 이끌 '최강야구'는 타이틀은 유지하지만 선수단과 출연진을 모두 새로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의 프로그램 흥행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불꽃야구'와 경쟁을 벌여야 해 부담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시즌 도중 퇴단을 하면서까지 왜 그렇게 무리수를 뒀을까 하는 반응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다.
이승엽 두산 전임 감독이 최강야구 초대 사령탑을 맡은 뒤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은 이력이 있고 이종범 또한 언제라도 프로야구 감독을 맡아도 이상할 게 없는 커리어를 지닌 인물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현장을 떠난 그를 향한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고 이러한 점은 향후 그가 KBO리그로 돌아오는 데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 구단 관계자는 "이 코치 부재에 따른 전력 공백은 없다. 박경수 코치가 외야 수비, 주루 보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역 1군 코치의 갑작스런 이탈에 전력 공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그동안 이종범 코치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거나 혹은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는 것으로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쪽이든 '지도자 이종범'에겐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이다. 그렇기에 레전드의 행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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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들의 인사를 받고 있는 이종범 KT 전 코치.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