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총쏠 때 눈 안깜빡한 배우는 이영애가 처음"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이영애 일문일답

김수진 기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5.07.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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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이영애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손을 잡은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의 첫 기자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영애와 박찬욱 감독은 상기된 모습으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친절히'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마친 소감은?

▶박찬욱=뭐 이제 다 보셨으니까. 이러저러한 선입견 없이 봐주세요, 하는 말은 더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영화는 3분의 2쯤 진행되고 나면 다른 영화처럼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 스토리를 미리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올드보이' 같은 충격적 반전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이영애=보시고 금자는 정말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번 생각해보고 같이 옆 사람하고 얘기를 나누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보고 나서 금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금자씨'를 택한 이유는? 연기하며 힘들었던 점은?

▶이영애='대장금'이 잘 됐지만 배우로서의 목마름이 있었다. 장르의 한계도 있고. 그래서 조금 더 다양하고 배우로서 조금 더 거듭날 수 있는 작품으로 작가주의적이고 예술적인 걸 해보고 싶었다. '대장금' 끝날 때 (박찬욱 감독에게) 여쭤봤다. 당시 생각해 둔 작품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대장금'을 생각하면서 참아냈고, 정신적으로는 수위를 어디까지 높여야 하나, 하는 것이 힘들었다. 역할 연기, 캐릭터 연기가 힘들었고 또 재미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복수시리즈의 종결을 염두에 둔 것인가?

▶박찬욱=영화의 결말은 영화 한 편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제가 만들었던 3편 모두와 관련돼 있다. 특히 두부 모양의 케이크를 먹는 행위, 이는 어찌보면 여자주인공이 영화에서 퇴장하는 장면치고는 보기 아름답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했던 것은 복수라는, 모든 것을 남에게 투사하고 저 사람만 잘못한다면 될 것 같은 잘못된 욕망에서 벗어나고 그것에서 초월해서 결국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속죄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것은 세 편의 복수극의 전체를 아우르는 결말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최민식이 맡은 복수의 대상, 백선생이란 인물로 표현하고팠던 것은?

▶박찬욱=대개 악한을 묘사할 때, 화면적인 묘사가 좋을 때도 있지만 이 영화에선 그럴 겨를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오직 금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최민식이 맡은 백선생은) 어떤 면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악당이기보다는 거의 추상화된 악당이다. 순수한 악 자체인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기껏 부여한 인간적인 면이라면, 뻔뻔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죽음을 맞이한 순간에는 겁을 내기도 한다는 정도였다. 처음엔 최민식씨 정도의 배우가 아니라 처음 보는 중년 남성을 캐스팅하려 했다. TV나 영화에 나오지 않은 배우. 그래야 더 순수한 악으로 보일 것 같아서. 그러나 탁월한 연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최민식을 캐스팅)한 것이다.

홍콩 대만 등지에서 '대장금'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전혀 다른 역할을 소화하면서 부담은 없었나?

▶이영애=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을 말씀하셨는데, 있었다면 시작을 안했을 것이다. 자기 작품에 대한 확실한 사랑이 없었다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고 촬영도 즐겁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고민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의 이미지를 좋아하신 분이라면 실망하셨을테고, 오랫동안 제가 배우로서 나아가는 과정을 보아오신 분이시라면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시고 좋게 받아들여주실 거라고 믿는다. 그런 마음에서 배우 입장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고 모험을 해봤다.

수많은 카메오가 등장한다. 어떤 이유에서 이들을 캐스팅했나?

▶박찬욱=세 과시하는 것으로 보이면 어쩌나 해서 안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의도가 순수하다면 그런 오해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도와달라고 스타들에게 부탁을 했다. 단지 제가 친한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고,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이라서 앞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 다시 등장함으로써 세 작품의 연결성을 보이고 싶었다. 다행히 스타들이 한가해서 출연이 가능했고 딱 한명, '복수는 나의 것'의 주인공 배두나양이 TV드라마 때문에 약속한 날짜에 나올 수가 없었다.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신 데 감사한다. 배우들을 출연 교섭하며 배우들에게 한 말이 '절대로 이를 홍보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걸로 흥행해보려 한 것이 아니고 순수한 뜻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것으로 별로 인물간의 연관성이 많지 않은 이 영화가 트릴로지(3부작)로 보이길 기대해본다.

금자의 모성을 어떤 식으로 다루려 했나?

▶박찬욱=이 속죄의 드라마에서 모성이란 별로 큰 관련이 없다. 물론 금자가 제니에게 미안해하고 속죄하는 것이 있지만, 유괴된 아이가 죽은 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사는 '네가 엄마 없이 자라게 돼서 미안하지만 그것조차도 내 벌의 일부분이다'라는 것이다. 그런 정도에서 모성이 다루어졌다.

왜 이영애인가?

▶박찬욱=이 여자주인공의 복수극을 처음에 생각할 때, 좀더 강인한 인물을 떠올리기 쉽다. 시고니 위버 같은. 그렇게 완력이 있고 누구라도 폭력적인 뭔가를 하기가 어울리는 사람보다는 거기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을 택했다. 그리고 특별히 영애양의 성격이나 하는 짓을 보고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잘 알고 있는 이영애의 모습 때문에 선택했다.

교도소 안에서 생글생글하고 친절한 모습이 어쩌면 연기일지도 모른다. 정말 친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 연기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출소 뒤에는 아주 싸늘한 표정으로 복수를 준비한다. 그런 익숙한 이영애와 낯선 이영애가 공존하는 영화. 그것이 이 배우에게 영화가 맞춰진 부분이다.

마지막에 케이크를 먹는 장면을 보면 혹 피가 재료로 쓰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박찬욱=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을 보면 케이크 만드는 과정이 드러난다. 거기에 보면 사람의 피와 시럽이 같은 것으로 연상되도록 노골적으로 편집을 했다. 그런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런 분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뒤늦게, 나중에 알게 됐다. 그래서 이거 큰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결코 그런 의도는 없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이영애씨에 대해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총을 쏘는 장면이 있다. 공포탄을 쏘면 큰 소리가 난다. 어떤 남자 배우라도 그걸 쏠 때는 눈을 깜빡한다. 그렇지 않은 배우는 처음 봤다.

▶이영애=그런가요? 전체적으로 종합을 해 보면 감독님은 남자배우들과 다양하고 강한 영화를 하셨다. 저는 데뷔 초에 여고생 등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때문에 제가 어디까지 보여야 할 것인가, 제가 생각하는 액션의 난이도와 감독님이 생각하는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안해봤던 역할에 대한 정신적인 고민 등이 있었다. 그래서 아마 총을 쏠 때도 일부러 더 눈을 안감으려 했던 게 아닌가 한다.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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