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박찬욱식 금자's 일레븐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5.07.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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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만큼 올초부터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온 영화가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복수3부작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가 18일 기자배급 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이 영화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3년 동안 감옥에 갇힌 이금자(이영애 분)의 복수극이자,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금자의 복수대상인 백선생 역을 맡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또한 '박찬욱 답게' 아주 센 복수극이 펼쳐졌다는 미확인 입소문도 오르내렸다.


박찬욱식 범죄의 재구성 혹은 금자's 일레븐

결론부터 말하면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쓰리 몬스터'에서 이미 확인한 '박찬욱식 범죄의 재구성'의 완결판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금자는 왜 감옥에 가야했고 왜 백 선생을 죽여야 했을까. 그리고 금자의 감옥 동기들은 어떻게 금자의 복수극에 참여하게 됐을까.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드러난 박찬욱식 범죄의 재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과거-과거-현재-현재진행형, 이런식의 재구성은 안중에도 없다. 과거는 항상 현재보다 한발짝 앞서 있어야 하며, 현재는 항상 어느순간엔가 미래를 배반해야 한다. 둘째. 뻔한 결말이라도 반전과 관객의 해석 없이는 결코 한 장면도 보여주지 않는다. 셋째. 영화 막판, 관객과 어렵사리 합의한 결말은 반드시 뒤틀어버린다. 이것이 없으면 결코 '박찬욱식'이 아니다.

금자의 복수극이 절정에 이를 무렵, 문득 머리를 스쳐간 외화 제목 '오션스 일레븐'.

'친절한 금자씨'는 어쩌면 오션(조지 클루니)과 그의 동료 10명이 펼치는 희대의 카지노 털이극 '오션스 일레븐'의 박찬욱식 변주가 아닐런지.

엽기 코믹으로 순화(?)된 핏빛 잔혹극

'올드보이'의 장도리 신, '쓰리 몬스터'의 도끼 신이 그랬듯이 박찬욱 감독은 확인된 영화에 관한한 '가학-피학' 성향이 강하다. '친절한 금자씨'도 버금간다. 권총으로 발가락 쏘기, 3년 동안 밥에 약물 타 슬금슬금 죽이기, 도끼 칼 장도리로 조금씩 찌르고 치기..

그러나 이들의 복수극이, 아무리 유괴범이라는 천인공노할 범죄자에 대한 '화려한' 정당행위라고 해도 사적인 복수는 결코 이 사회가 용서하지 않는 법! 박 감독은 그래서 도저히 현실에서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엽기-코믹' 코드를 그만큼 넣었다. 물론 영화 기저에 자리잡은 것은, 그래서 복수연작 완결판이라 명패를 붙여도 되는 정서는 '속죄'이지만.

감옥에서 웃는 낯짝으로 동료 여죄수에게 친절히 밥을 먹여주다가 조용히 "빨리 죽어!"라고 말하는 이영애, 중세시대 바이킹이나 썼음직한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는 오달수..역시 아무리 분노가 치밀고 속상해도 영화는 그냥 영화인 게다.

배우 이영애의 새 이름 '친절한 금자씨'

"기도는 이태리 타올이야. 빡빡 문질러서 죄를 벗겨내" "다른 거 건드리면 머리 빵구 낸다"..이런 섬뜩한 대사가 '공동경비구역 JSA'와 '대장금'의 이영애에서 나올 줄이야. 영화 막판까지 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금자는 결국 이영애이기에 가능했다.

박찬욱 감독이 누누이 "이영애였기에 금자씨가 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는 했지만, 영화는 이영애의 1인극에 다름 아니다. 한없이 친절하고 나약한 금자의 한없이 무뚝뚝하고 억센 금자로의 변신. 가끔씩 그 간극의 부조화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금자의 본질이라고 눈감아주면 그만이다.

금자는 억울하게 갇힌 감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를 했고 신앙간증도 열심히 했다. 이런 회개에는 전도사(김병옥)의 도움이 컸고, 금자도 이 전도사에 큰 고마움을 느끼는 분위기다. 그러나 출소 후 "열심히 살라"는 전도사의 말에 금자, 아니 이영애는 단 한마디로 모든 것을 배반한다. "너나 잘 하세요!"

이같은 이영애의 변신이 관객에 가져다 주는 '유쾌한' 혼돈. '친절한 금자씨'가 그동안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29일 개봉. 18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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