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차승원 "지금껏 진 빚 연기로 갚겠다"

전주(전북)=김현록 기자 / 입력 : 2006.01.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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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새해, 차승원은 10년차 배우가 됐다.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로 영화에 데뷔했으니 연기생활 10년을 맞은 셈이다. 차승원은 그 시작을 영화 '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제작 싸이더스FNH)과 함께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북한에 남겨두고 국경을 넘은 청년 선호가 그의 역할. 10년만의 첫 멜로영화에서, 1999년 '장미와 콩나물'로 한차례 인연을 맺었던 안판석 PD와 다시 만난 차승원은 "의미있는 해에 의미있는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7일 촬영이 한창인 전북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부분가발을 덧댄 2대8 가르마에 말쑥한 검정 무대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호른연주자였던 선호가 탈북 직전 평양 대극장에서 마지막 연주 장면이 오늘의 촬영분. 그 황홀한 5분여를 그리는 데 들어간 돈이 무려 5억원이다. 1000여명을 객석에 앉히고 300여명 무대에 올리며, 순제작비의 10%에 달하는 돈을 아낌없이 쓴 건 평양에서의 선호가 누렸던 행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기 위해서라고.

그때문일까. 차승원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든 비추지 않든 아랑곳없이 호른 연주에 열심이다. 그 자세가 제법 능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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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평양 만수예술단 호른주자고 10년 이상 호른을 분 사람이기 때문에 실제 연주자들이 보시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3∼4개월을 연습했죠…. 연주곡은 모두 세곡이에요. (나중에 더빙을 하겠지만) 그것만 해도 이거 하반신 마비에요. 죽겠어요. 악보를 못 읽는 터라 계명이며 손동작이며 그냥 다 외워야 돼요. (악보를 읽지 못했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마음이 이런 거겠죠."

그가 이번 영화를 위해 그가 배운 것은 호른 뿐만이 아니다. 구수한 북한식 사투리는 물론, 탈북자들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법도 그가 배운 다른 점이다.

"탈북자라고 하면 김만철씨 가족 밖에 모를 정도로 막연했어요. 나하고는 떨어져 있는 사람이려니 싶었죠. 초중고를 다니며 반공 교육을 받았으니까 색안경 끼고 보는 면도 있었고.

하지만 제 사투리 선생님이 북한 의사 출신이세요. 3∼4개월을 만났는데 굉장히 순수하시고, 목숨을 걸고 탈북했으니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무척 강해요. 어떨 땐 불쌍해 보이기도 해요. 정말 큰 일을 당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힘을 내서 살아가는 게 마음에 와닿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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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강하지만 때로 연민이 느껴지는 탈북자들의 인간적인 면면은 영화 '국경의 남쪽'에 고스란히 옮겨질 전망이다. "복잡한 감정과 사고를 표정과 자세, 감탄사 하나로 기막히게 그린다"고 안판석 감독이 극찬해 마지않는 차승원 특유의 표현력 역시 웃음과 슬픔이 어우러진 사랑이야기 속에 그대로 그려질 것이다.

멜로영화라고 특별히 감정을 포장하는 대신 흘러가는대로 몸과 마음을 놔뒀다는 차승원이 북한에서의 에피소드가 담긴 영화의 전반부는 자신의 출연작 중에 가장 재미있다고 장담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토크쇼에서 재치를 발휘하던 모델 출신의 미남 스타에서 믿음가는 코미디 배우로 입지를 굳힌 뒤 지난해에는 사극과 수사물에서 숨겨진 진가를 발휘하며 '흥행불패'의 신화를 일궜던 차승원. 배우로서 10년을 보낸 그의 새로운 각오가 궁금했다.

"10년을 잘 해온 사람들이 또다른 10년을 가게 돼요. 햇수로만 10년을 채운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빚이죠. 저도 10년을 계속 잘한 것이 아니에요. 이제 계속 메워가야죠. 내가 빚진 걸 연기로 계속 갚아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흥행불패' 차승원에게 무슨 빚이 있으랴. 기자의 반문에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그의 넉살이 곧바로 되돌아온다. 연기를 사랑하고 작품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10년차 배우의 본심이 바로 그것이리라.

"빚이 왜 없어요? 30년은 더 해야돼요. 저는 계속 갚아야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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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성기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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