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어머니 육성 삭제" 판결

법원 "인격권 침해… DVD·비디오에서 빼라"

양영권 기자 / 입력 : 2007.03.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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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형호군 유괴 및 살해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끝부분에 나오는 실제 이군의 양어머니 목소리를 삭제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용헌 부장판사)는 23일 이군의 양어머니로 납치사건 당시 이군을 양육하고 있었던 A씨가 영화제작사 영화사 집을 상대로 낸 영화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영화 뒷부분에 나오는 A씨의 음성을 삭제하거나 변조하지 않고 DVD나 비디오테이프를 제작, 판매하면 안된다"고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영화 상영의 경우에 있어서는 종영 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정을 감안해 필름 자체에서 음성을 삭제하거나 변조하도록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인의 감수성에 비춰볼 때 약 16년 전에 자신과 함께 살던 양아들이 유괴돼 살해된 사실이나 자신이 그 범인과 통화한 내용 등은 타인에게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영화에서 A씨의 실제 음성을 사용함으로써 A씨의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A씨가 영화 제작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 속에서 자신의 실제 음성을 사용하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영화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이며, 영화사는 이군 사건을 영화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지 범인 검거를 주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고, "A씨가 범인 검거를 목적으로 한 음성 사용을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효력이 영화에서 A씨의 음성을 사용하는 데까지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원은 인격권 침해를 중지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인데, 영화 전체의 상영금지나 DVD 등의 배포 금지를 명하기보다는 음성 부분만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2005년 1월에도 영화 '그때 그 사람들' 가처분 사건에서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처음과 마지막 다큐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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