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PC방, 영화저작권 수호신될까

합법적인 온라인 영화 유통 선언… DVD 유통점들은 '울상'

김희정 기자 / 입력 : 2007.05.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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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이 게임 유통망에서 벗어나 영화 및 종합 콘텐츠 유통채널로 부상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

오리콘CNS와 PC방 콘텐츠 유통업체 하이브리드ENT가 오는 7월부터 PC방을 통해 영화를 본격 유통시키기로 함에 따라 PC방이 영화업계의 저작권 보호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사가 의도한 대로라면 전국 2만개 PC방을 거점으로 새로운 영화 유통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가 파일 직접 게재

오리콘CNS와 하이브리드ENT가 준비 중인 이 서비스는 영화 저작권자가 온라인에 직접 영화 파일을 게재하고 이용자들이 PC방에서 감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리콘CNS는 저작권자와 CP(콘텐츠 제공자)를 연결해주는 네피 솔루션(nepy solution)을 개발했다. 오리콘CNS는 이 밖에도 온라인 VOD 사이트인 씨네웰컴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ENT는 전국 전국 1만5000여 PC방을 가맹점으로 하는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오리콘CNS의 네피 솔루션은 저작권자가 네피 솔루션 상에 영화 파일을 올리면 CP들이 솔루션 내에서 서비스하고 싶은 영화를 선별해 계약하고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PC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PC방에서 판매하는 영화 관람권을 구매하거나 직접 온라인 결제를 통해 수천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또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포인트도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대학가 등 특정 장소의 PC방을 제외하면 PC방에서 영화를 보는 유저들은 많지 않지만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하이브리드ENT는 관계자는 "3개월에서 6개월간은 홍보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해당 기간 동안 PC방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오리콘CNS와 함께 비용을 부담할 생각"이라며 "당장 큰 반향을 일으킨다기 보다는 PC방에까지 만연된 불법 영화 파일 공유 관행을 없애는데 일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에서 DVD를 빌려보거나 PC방에서 게임만 하는 사람들이 PC방에서 영화를 보게 하려면 색다른 강점이 있어야 한다"며 "독점 공급하는 영화 콘텐츠를 다량 확보해 차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PC방을 이용한 영화 관람 요금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극장 개봉 직후 DVD 출시 시기에 있는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서비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보호, 제2의 유통라인 될까

영화 파일 불법 공유는 그동안 암암리에 PC방에서도 묵인돼왔던 것이 현실이다.

게임방 점주들이 PC마다 수십 편의 영화 파일을 다운받아 놓고 이용자들이 게임 유저들이 간간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성인 PC방에서는 이른바 '야동' 파일이 수없이 유포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가 체결되고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계 심리가 높아지면서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짐작이다. 이 경우 PC방 점주들은 웹하드 서비스업체 못지 않게 불법 파일 공유의 타겟이 될 수 있다. 단속 맞고 후회하느니 아예 PC방을 양성화시켜 PC방 유저들을 늘리는 방편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다.

오리콘CNS는 "PC방이 저작권 침해의 주요 타켓이 되지 않도록 가맹점들을 중심으로 공동 단속하고 불법 영화 콘텐츠가 없어지도록 하겠다"며 "영화를 시작으로 종합 콘텐츠를 유통시킬 생각이며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와 음성화된 시장에 대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불법 파일 공유로 DVD 유통 시장이 마비된 상황이라 PC방이 극장 상영 후의 2차 영화 유통 라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도 높다. 현재 극장 상영 후의 영화는 판권이 헐값에 거래되면서 영화사의 수익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저작권자가 양도권, 상영권을 직접 관리,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형적인 인터넷 영화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온라인 시장에 자리를 내준 DVD 유통망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DVD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파일 불법 공유, DVD 불법 복제 등으로 이미 DVD 유통시장은 맥을 잃은 상황"이라며 "PC방이 합법적인 유통라인이 된다면 DVD 대여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점들은 설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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