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의 그남자' 리키김은 누구?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09.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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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열린 디지털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 신제품 발표회에서 눈길을 끈 인물이 있다. 톱스타 김태희와 나란히 서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 한국인은 아닌 듯한데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진다.

차세대 혼혈스타로 꼽히고 있는 리키 김(26)이다. 아이리시-독일계 백인인 미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인이다. 81년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캔자스 주립대에서 매스미디어(신문방송학)를 전공한 리키 김의 본명은 리차드 닐리.


한국이 좋아 어머니의 성을 따라 '김'씨가 된 리키 김은 한국에 정착한 지 2년이 채 안됐는데 웬만한 의사소통에는 거침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연고로 엮이는 한국 문화가 딱 정서에 맞는다는 그는 "한국 여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일과 봉사를 하며 영원히 한국에서 살고픈,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말한다. 한국어로 농담도 스스럼없이 한다.

185cm의 키에 근육질의 몸매, 잘생긴 외모로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영어 방송 아리랑TV에서 '푸드 딜리셔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지난해 미스 유니버시티 대회의 사회를 맡은 다니엘 헤니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 진행도 맡았다. 또 가을 개봉을 앞둔 영화 '마이달링 FBI'에서 김규리와 함께 주연으로 발탁돼 이미 고정팬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나서지 않아 베일 속의 인물로 가려져 있는 리키 김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가 직격 인터뷰했다. 다음은 한국어로 이루어진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연예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는가?

▶대학졸업 전에 신문, 잡지, 방송 등에서 인턴을 했는데 그 중 방송 리포터 일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 그 쪽 일을 하고 싶었으나 어머니가 반대했다. 어머니는 내가 변호사나 의사가 되길 바라셨다. 때문에 법학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다가 그 전에 원주에 살고 계신 외할머니와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6개월에서 1년 내지 머무를 예정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그러다가 한국에 사는 백인 친구가 그리 키가 크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았는데 모델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용돈벌이를 하려고 광고모델을 시작했다. BYC, KTF, 현대 아파트, 베스킨라빈스 CF 등을 찍었다. 미국에서도 모델로 활동 제의를 받기도 했으나 그 때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다보니 너무 재밌고 내 적성에 딱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재 하와이에 살고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변호사 일은 취미가 없다"며 설득하니 허락해주셨다. 아마도 직접 돈을 벌어 용돈을 달라고 안 하시니 그런 거 아닐까.(웃음)

-한국어가 유창한데 한국어는 어떻게 배웠는지?

▶미국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한국에서 2년을 보낸 후 3살 때 독일에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쭉 미국에서만 살았다. 그 후 한국에는 7살, 14살, 22살 때 잠시 놀러온 적 밖에 없어서 한국어를 익힐 새가 없었다. 그 당시 한국에 왔을 때는 외할머니와는 어머니의 통역이 있어야만 대화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외갓집에 가는 것이 지루했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인터넷을 하는 게 다였다. 22살 방학 때 2달 동안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웠으나 얼마 후 다 '까먹었다'.

2005년 10월 한국에 와 한국인 친구집에 머물며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많이 노력했다. 올해 2월쯤 되자 어느 순간 영화 '매트릭스'에서 깨달음을 얻는 장면처럼 귀가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외할머니와도 함께 TV를 보며 대화할 수 있고, 특히 어머니에게 한국어로 얘기하면 무척 행복해하신다. 지금은 80~90% 정도 알아듣고 대화할 수 있다. 한국어가 너무 재밌어서 왜 좀 더 일찍 배우지 못했나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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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기자 rainkimbk23@
-그동안 한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는가.

▶본래 변호사가 되어도 NGO나 봉사단체에서 봉사하는 것이 꿈이었다. 친구들과 개인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봉사를 하다가, 차인표 신애라씨가 일하는 구호단체 컨패션에 들어가게 돼 그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2년 전 우연히 심형래 감독을 알게 돼 '디 워'에서 비행기 조종사 역으로 잠시 등장해 연기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최근 개봉했는데 나오자 마자 죽는 역으로 몇 초 나오지 않아 얘기하기 부끄럽다. 한국에 온 후 서울 잠실의 한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배웠고 지난해 말 MBC 창사특집극 '기적'에서 사강씨의 상대역으로 나왔다. 최근 김규리씨와 주연을 맡은 '마이달링 FBI'의 촬영을 마쳤다. 신분을 감춘 FBI요원 알버트 역을 연기했다.

-내세울 만한 취미와 특기가 있다면.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는 하기를 좋아해서 꽤 인정받는 대학인 캔자스 주립대에 들어갔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기타,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안다. 보드, 골프 등 스포츠를 무척 좋아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할 때는 미식축구 선수로도 활동했다. 미국이기 때문에 '미식' 축구를 했다.(웃음)

-혼혈이라는 점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는지.

▶내가 살았던 미국 시골 마을에는 백인 뿐이고, 혼혈은 연년생형과 나 밖에 없어서 '흑인'처럼 취급당했다. 그러다가 13살 정도에 내가 혼혈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대학에 들어간 후 '나는 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은 상당히 개인주의적인데, 선·후배, 형·동생으로 엮이는 한국문화가 정서에 잘 맞는다. "어머니가 반대해서 한국 여자하고 결혼해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하지만 정말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오래 활동하고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

-이미 다니엘 헤니와 데니스 오와 같은 혼혈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과 비교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이 한국에서 혼혈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문을 열었으므로 선배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만의 길로 가고 싶다. 백인 모습을 가진 혼혈이지만 마음은 한국인이다. 한국배우로서 자리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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