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원 "니킥이면 유재석씨도 제압"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10.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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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지원.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어쩜 하나도 안 변했다. 영화 '펀치레이디'의 개봉을 앞두고 딱 붙는 스트레치 팬츠와 니트 풀오버 차림으로 인터뷰에 나타난 도지원은 드라마 '토지'를 찍던 2년반 전과 다름이 없었다. 똑 부러지는 말투, 늘씬한 팔다리와 환한 웃음까지도. 하지만 그녀에겐 변화가 더 소중했다. "새 영화에선 무엇보다 도지원같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펀치레이디'에서 도지원이 맡은 역할은 이종격투기 챔피언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주부 하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겹쳐 결국 "너같은 놈은 좀 맞아야 한다"며 링 위에서 남편과 대결을 벌인다. 하지만 다 풀린 퍼머머리를 하고 어눌한 말투로 남편에게 싹싹 손을 비는 하은은 도지원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도지원은 "강한 역만 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도시적이고 똑 부러지고 우아하게만 보는 분이 많다"며 무엇보다 "그런 수식어에서 벗어나 도지원 역시 여러가지 다른 면을 지닌,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기자임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은 외에 소화할 수 없다는 캐릭터에서도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그녀는 "제대로 망가졌는데 후배 배우들이 정말 예쁘게 나온다고 그러더라"며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정말 도지원같지 않은 역이었다.


▶재미있었다. 저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다. 처음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강해서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맞아떨어져 가는 걸 느꼈다. 도지원이란 사람 자체를 없앴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저 역시 도시적인 거, 우아한 거, 똑똑 떨어지는 말투도 다 빼자고 했다. 저의 뜻과 감독님의 스타일이 접목돼 하은이 탄생했다.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강남필이 나네', '압구정 느낌이네' 이래서 결국 찾아 입은 게 남자옷. 자주색 추리닝 바지에 하늘색 상의였다. 줄무늬 스타킹에 꽃무늬 옷도 입었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너무한다' 그랬는데, 스태프의 호응이 대단했다.(웃음) 내복을 잔뜩 껴입어도 티가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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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지원.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설정이 독특하다. 영화의 어떤 점에 이끌렸나.

▶가정폭력을 다룬 영화가 많지 않았는데 남편과의 이종격투기 대결이라든지 많은 게 신선했다. 3개월 연습해서 어떻게 시합하냐고 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충격에 의해 사람이 변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든지, 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겠나. 무엇보다 하은이 그렇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고 싶어했다는 게 측은했다.

-부상 때문에 고생도 많았다.

▶금이 세군데 간 주먹은 전치 6주 판정을 받았는데, 완치되는 데 1년이 걸린단다. 어제는 '한밤의 TV연예' 인터뷰를 하다가 발차기 시범을 했다. 팔꿈치로 오른쪽 정강이를 막는데 너무 아픈 거다. 집에 와서 보니 피멍이 들었길래 또 응급실에 다녀왔다.

촬영때도 거의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괜찮다고 연습하다 병원 갔다오고, 또 괜찮다고 촬영하다 병원 다녀오고 그랬다. 처음 연습할 때 샌드백 아래 쇠 부분을 차서 정형외과에 다녀온 게 시작이었다. 화상으로도 병원에 다녀오고, 오죽하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겼다고 코 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라서 피부과까지 다녔다. 손에 금간 건 말할 것도 없고.

-모 예능프로에서 격투기로 유재석씨는 이길 것 같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연습하다 손에 금이 가서 그렇지 힘이 세다. 집에서 물건도 번쩍번쩍 들고 그랬다. 체력장 매달리기 같은 것도 늘 만점이고. 물론 남자를 이길 순 없겠지만 어떤 격투 동작을 했을 때는 다르지 않나. 유재석씨라도 니킥이나 하이킥으로 하면 타격을 줘서 제압할 수 있지 않나 해서.(웃음)

내 주종목이 니킥이다. 영화에서도 특기가 그거지만 함께 연기한 박상욱씨도 '누나 특기가 니킥'이라고 하고, 지도해 준 다른 선수도 '니킥이 제대로'라고 칭찬했다. 박상욱씨 말이, 맞으면 정말로 아프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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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지원.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사극 복귀는 안하나? '여인천하' 김재형 PD가 '왕과 나'에 캐스팅 제의도 했을 법한데.

▶사실 김감독님한테 전화가 왔었다. '뭐하냐' 그러시길래 '영화 찍는다'고 그랬더니 '그러냐'고 하시곤 그냥 아무 말씀 안하시더라. 어차피 영화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왕과 나'는 열심히 본다. 감독님 때문이 아니라도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챙긴다.

당분간 사극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가 있으니까, 사극에 또 나가게 되면 어찌됐던 연장선상으로 볼 것 같다. 다른 느낌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다시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극을 하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결혼 관련 질문을 많이 받지 않나. 연이은 모성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많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결혼이란 게 내년에 할거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인생에서 뭔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는데 결혼은 꼭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때 되면, 좋은 사람 있으면 자연스럽게 되겠지. 물론 독신주의는 아니다.

아이에 대한 생각은 한다. 연기할 때는 정말 자식같은 생각이 드니까. 실제로 안키워 봤지만 저희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훨씬 무뚝뚝한 딸이었는데 요즘엔 어머니께 애정 표현도 많이 한다. 엄마가 되어봐야 그 마음을 안다더니만 연기하면서 조금 일찍 깨달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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