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택 KOFICE 이사장 "한류 끝? 이제부터 시작"

도쿄(일본)=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12.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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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들 한다. 내리막길을 걷는 한류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신현택(62)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KOFICE) 이사장 겸 삼화네트웍스 회장은 이러한 우려에 반기를 들었다. "이제부터 체계적인 한류의 시작"이라며 희망을 제시했다.


신 이사장은 평생을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종사하며 잔뼈가 굵은 이다. 해방둥이로 한양대 공대에서 수학한 그는 약관 스물다섯의 나이에 당대 최고 여배우 문희가 출연한 영화 '낙엽', '당신이 미워질 때' 등을 제작하며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건설경기 붐을 타고 건설업에 10년간 종사했던 그는 1981년 최초로 정부허가를 받은 외화 수입업체 삼화프로덕션을 설립하며 다시 업계로 돌아왔다. 3000여편의 비디오물을 수입하며 해외 각국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조성한 네트워크가 대단하다. 외국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로 86년에는 KBS TV문학관으로 국내 최초 드라마 외주제작을 시작해 '작별', '왕초', '목욕탕집남자들', '불꽃' 등 50여편의 히트작들을 양산했다. 자회사 동문영상을 통해 역시 국내 최초 CF 포스트프로덕션도 시작했다.

81년부터 음반·영상협회장을 역임하고 2002년 문화관광부로부터 허가받은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초대 이사장을 무보수로 맡았다. KOFICE의 전신인 이 단체를 통해 아시아각국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시아송페스티벌 주최하는 것을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가에 인터넷망을 시설하는 UNDP사업, 각국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세미나 개최, 현지 한류소식을 알리는 통신원 운영 등을 해왔다.


또 현재 한류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CODA) 회장 등을 동시에 맡아 대중문화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경력만큼 그는 한류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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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이득보다는 문화로 인한 산업침투라는 몇년 후의 큰 시장을 내다봐야한다", "할리우드를 먼저 겨냥하다가 미국 자본에 잠식당하게 된다", "한류스타들이 일본 행사에 큰 돈을 요구하는 것은 대의를 잃는 일이다", "프로듀서를 만드는 영상원 설립이 시급하다" 등 오랜 경험에서 나온 그의 생생한 '한류전략'은 여러모로 귀담아 들을만 했다.

11월 30일 오후 6시30분 일본 도쿄 시부야 C.C.레몬홀에서 열린 '한일 팝 페스티벌 2007' 무대에서 개막 연설을 앞둔 그와 현지 인터뷰를 가졌다. 이 공연은 KOFICE와 (재)일본음악산업·문화진흥재단(PROMIC)이 공동주최했다. 다음은 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한류 위기론에 대한 의견은.

▶ 한류는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부터 체계적인 한류가 조직적으로 활성화돼야할 시기다. 21세기에는 콘텐츠가 성장동력이 되는데, 한류 붐만 조성됐지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문화상품으로 선진대열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한다.

이를 독자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먼저 아시아 각국의 투자를 받아서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야한다. 할리우드를 넘보기보다는 먼저 아시아를 아우르는 시장을 한국이 선도해야한다. 할리우드는 미국의 역사 자체고 핵심적 문화다. 섣불리 할리우드를 먼저 공략해서는 안된다. 이탈리아 영화계가 무너진 것이 마카로니 웨스턴의 성공이후 할리우드 자본 유입으로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는 아직 우물안 개구리식이다. 한류를 지속하려면 수출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수입도 병행되야하고, 각 나라의 투자를 받은 합작제작에 주력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앞장서야한다. 또 동아시아 작가들이 다함께 아시아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해 아시아인들이 먼저 결속해야한다.

- 앞으로 내다보는 한류 전망은.

▶문화를 단순 문화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안된다. 이제는 문화전쟁의 시대다. 우리 콘텐츠가 강화되면 외교적 측면에서도 어마어마한 이득이 있다. 일단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면 드라마 촬영 현장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에 의하면, 한류로 인한 상품수출 시너지가 한해 5조7000억원이라고 한다. 문화로 인한 부수적인 이득은 10,20배다. 이러한 부대효과를 종합적으로 생각해야한다. 저개발국가들도 몇 년뒤 큰 시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한다. 이것이 우리가 아시아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꿈이고 희망이다.

- 구체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곳은.

▶아직 대중문화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돼있지 않다. 먼저 프로듀서 시스템이 갖춰져야한다. 히트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능한 프로듀서가 필요하고, 이들을 전문교육해 배출하는 영상원 설립이 시급하다. 우리 민족은 콘텐츠 제작의 천부적 재질과 유학생들이 많아 서구와 동양을 아울를 수 있는 균형감과 감각을 가지고 있어 아시아의 문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이러한 인재를 키워 아시아의 할리우드를 만들어야한다. 먼저 아시아를 장악한 후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단계를 밟아야한다. 본래 문화산업이 발전하려면 1억 인구에 GNP 1만불 이상이 돼야하는데, 우리는 5000만 인구로도 이만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끼가 있는 국민이고, 영이 있는 나라다.

문화 콘텐츠는 원자재없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산업이다. 흩어져있는 한류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활성화시켜야한다. 이를 위해 해외수출시 세금혜택을 주는 등의 정부정책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저작권개념도 확고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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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스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스타마케팅의 주체는 이들 스타들이다. 한류로 뜬 모든 스타들은 국제적인 행사에 계속 참여하고, 정부 홍보행사에 적극 참여해야한다. 눈앞의 이득을 위해서 해외 팬클럽 행사에 지나지케 많은 개런티를 부르는 것도 안된다. 스타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 KOFICE의 앞으로의 사업계획은.

▶반한류의 기본 키는 국내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부정적 반응이다. 내년부터 그들을 위해 출신국의 가수들을 1년에 한번만이라고 불러 공연을 개최하려 한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친절해진 한국의 이미지를 다각도로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저개발국 프로그램을 수입해주고, 방송과 연계해 공급해야한다. 국제적 네트워킹을 만들어 각국 업계 관계자들끼리 연계하는 역할도 해야한다. 이렇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아시아문화산업의 기틀이 될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을 적극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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